신한은행이 연승을 달리며 하루 만에 공동 3위 자리를 되찾았다.

구나단 감독이 이끄는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3일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5라운드 BNK썸과의 원정경기에서 76-69로 승리했다. 지난 1월 30일 선두 우리은행 우리원을 꺾었던 신한은행은 이날 2위 BNK까지 잡으면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공동 3위로 올라섰고 2위 BNK와의 승차도 한 경기로 좁혔다(12승10패). 한편 BNK는 2연승 후 아쉬운 패배를 당하며 공동 3위팀들에게 추격을 허용했다(13승9패).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까지 BNK에서 활약하던 김진영이 37분43초를 소화하며 10득점7리바운드5어시스트2스틸로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포인트가드 이경은도 7득점4리바운드5어시스트로 힘을 보탰다. 그리고 지난 두 시즌 연속 득점 1위를 기록한 박지수(KB스타즈)가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이번 시즌 득점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선수는 바로 FA김단비(우리은행)의 보상선수였던 신한은행의 새 에이스 김소니아다.

김단비 영입하면서 김소니아 내준 우리은행
 
 지난 시즌 우리은행의 팀 내 득점 1위였던 김소니아는 우리은행의 보호선수 4명에 포함되지 못하고 신한은행으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의 팀 내 득점 1위였던 김소니아는 우리은행의 보호선수 4명에 포함되지 못하고 신한은행으로 이적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21승9패로 정규리그 2위를 기록하고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을 꺾고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챔프전에서 박지수와 강이슬이 버틴 KB를 만나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을 기록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통합 6연패를 달성한 2017-2018 시즌 이후 최근 네 시즌 연속으로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왕조'임을 자처하던 우리은행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리은행은 팀 내 최고참 김정은이 30대 중반이 됐고 통합 6연패를 이끌었던 핵심선수 박혜진도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겼다. 우리은행이 현재의 좋은 멤버를 데리고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게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현재의 전력으로 박지수와 강이슬이 버틴 KB를 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우리은행은 FA시장으로 눈을 돌려 외부에서 특급선수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FA시장의 최대어는 신한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단비와 하나원큐의 간판선수 신지현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박혜진과 박지현이라는 국가대표 가드진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가드 포지션의 신지현이 절실하게 필요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은행은 계약기간 4년에 연봉총액 4억 5000만원의 조건으로 리그 최고의 팔방미인 포워드 김단비를 영입했다. 신한은행의 왕조시대가 끝난 후 10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한 김단비도 과감하게 이적을 선택했다.

이제 남은 것은 보상선수였다. WKBL은 FA계약선수를 포함해 4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한 명을 원소속팀에 보상선수로 내줘야 한다. 다시 말해 주전 한 명은 반드시 내줘야 한다는 뜻인데 주전 전원이 국가대표급 선수로 구성된 우리은행으로서는 국가대표급 선수 한 명을 신한은행으로 이적시켜야 한다는 의미였다. FA김단비와 에이스 박혜진,팀의 미래 박지현을 일찌감치 보호선수로 정한 우리은행은 김소니아와 최이샘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내린 우리은행의 최종선택은 최이샘이었다. 우리은행은 최이샘과 계약기간 2년, 연봉 총액 2억4000만원에 FA계약을 체결하면서 김소니아를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신한은행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2021-2022 시즌 득점 6위(16.82점)와 리바운드4위(8.21개)를 기록했던 리그 정상급 파워포워드 김소니아를 김단비의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결과적으로 김단비와 김소니아가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셈이다.

매 시즌 성장하며 드디어 득점 1위로 도약
 
 통산 3점슛 성공률이 31.5%인 김소니아는 이번 시즌 34.9%의 준수한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통산 3점슛 성공률이 31.5%인 김소니아는 이번 시즌 34.9%의 준수한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한국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를 둔 김소니아는 지난 2012년 우리은행에 입단했지만 두 시즌 동안 9경기 출전에 그친 후 집안 사정 때문에 다시 루마니아로 돌아갔다. 루마니아로 돌아간 후 4년 동안 소식이 없자 농구팬들은 김소니아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2018-2019 시즌을 앞두고 김소니아를 복귀시켰고 김소니아는 복귀 시즌 5.69득점6.7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식스우먼상을 수상했다.

2019-2020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김소니아는 복귀 3년 차 시즌이었던 2020-2021 시즌 경기당 평균 17.17득점9.90리바운드3.30어시스트1.40스틸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시즌이 끝난 후엔 계약기간 3년, 연봉 3억 원의 조건에 우리은행과 FA계약을 체결하며 '코리안드림'을 이뤘다. 하지만 김소니아는 작년 5월 우리은행이 김단비를 영입하면서 보상선수로 신한은행으로 팀을 옮겼다.

2021-2022 시즌 우리은행의 득점 1위였던 선수가 보상선수로 팀을 옮기면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김소니아는 신한은행에서도 순조로운 적응속도를 보이며 빠르게 새 팀에 녹아 들었다. 득점과 리바운드 부문에서 시즌 내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던 김소니아는 시즌 초반부터 득점1위를 달리던 배혜윤(삼성생명)을 제치고 득점 부문 1위로 올라섰다. 최근 2경기에서 평균 28득점을 폭발한 덕분이다.

지난 1월 30일 친정팀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경기종료 7초를 남기고 역전 결승득점을 포함해 25득점1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우리은행전 2연승을 이끈 김소니아는 3일 BNK전에서도 만점활약으로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36분55초를 소화한 김소니아는 80%의 확률(4/5)로 3점슛 4방을 터트리며 31득점12리바운드4어시스트2스틸1블록슛으로 신한은행의 연승을 견인했다. 31득점은 이번 시즌 김소니아의 최다득점기록이다.

지난 2020년 남자프로농구에서 활약했던 혼혈선수 이승준과 결혼한 김소니아는 남편으로부터 1:1 코칭을 받으며 개인기술이 크게 향상됐다. 여기에 외곽슛 능력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나아지고 있어 2018-2019 시즌 26.5%에 불과했던 3점슛 성공률이 이번 시즌 34.9%로 크게 올랐다. 물론 김단비와 배혜윤 등 경쟁자들의 면면이 쟁쟁하지만 이번 시즌 '보상선수' 김소니아가 득점왕에 오른다 해도 이를 이변이라 여기는 농구팬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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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에스버드 김소니아 보상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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