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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해 9월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해 9월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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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하람·김용태·허은아·이기인' 후보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각각 당대표·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준석 전 대표는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으며 사실상 전면에 등장했다. 그간 '친윤(친윤석열)'이냐, '비윤(비윤석열)'이냐를 따지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구도에 '반윤(반윤석열)'이 새로 등장한 셈이다. 

'이준석계'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밀어내고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는 것.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3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주류, 친윤, 윤핵관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박살내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충성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공당의 주인을 참칭하는 사람들이 결국 가장 큰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내민 허은아 의원은 "줄 세우기와 정치적 폭력에 숨이 막히고 당내 민주적 다양성은 그 힘의 논리에 밟혀 자취를 감췄다"며 "누구라도 나서서, 권력이 아닌 다수 당원의 목소리를 이야기해야만 한다. 소위 '한 줌'으로 치부되는 사람들의 용기를 함께 일으켜 세우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출마하진 않지만, 이준석 전 대표에게도 이번 3.8 전당대회는 본인의 정치생명을 건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 대표는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과 '윤핵관'의 공세로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본인의 정치적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야 22대 총선 등에서 새로운 역할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현재 이른바 '이준석 표'가 15만 표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천하람 위원장 등 '이준석계' 후보들이 얼마나 선전하는지에 따라 실질적인 당내 친이준석 세력의 힘을 확인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당이 차기 총선 준비에 들어가기 전, 이 전 대표의 정치적 기사회생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투표율 제고 기대... 안철수에게 유리?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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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은 이준석계의 등장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박성중 의원은 지난 2일 "당원권이 정지돼 선거권이 없는 이 전 대표가 후원회장을 하거나 특정인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는 건 당헌·당규를 위반한 불법 선거 개입"이라며 "더 이상 당을 혼란케 하지 말라"고 규탄했다.

윤핵관은 그동안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무기 삼아 '비윤'을 제거하는 방식을 채택해왔다. 유승민 전 의원을 의식해 당원투표 100%로 전당대회 방식을 개정했고, 나경원 전 의원을 "반윤 우두머리"로 몰아 주저앉혔다. 최근엔 안철수 의원에 "윤심이 없다"면서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하지만 '비윤' 공격이 통하지 않는 '반윤' 이준석계의 등장은 윤핵관에겐 복병이다. 이준석계의 등장으로 그동안 물밑에서 불만을 품고 있던 당내 '반윤핵관' 정서가 폭발적으로 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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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에게 이준석 전 대표가 껄끄러운 이유가 또 있다. 이준석계의 등장은 투표율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나경원·유승민 불출마로 지지후보를 상실해 투표 의사가 없던 책임당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철수·김기현 양강구도가 결선투표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높은 투표율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3일 <오마이뉴스>에 "이준석 등장은 투표하지 않으려던 사람들을 투표장에 끌고 오는 효과를 불러 올 것"이라며 "비교적 약한 후보인 천하람 (전남 순천당협) 위원장이 탈락한다고 봤을 때, 결선에서 높은 투표율은 김기현보다는 조직력이 약하고 일반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이는 안철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안철수 표 분산... 김기현 호재일 지도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지난 1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당대표 대구 출정식을 가졌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지난 1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당대표 대구 출정식을 가졌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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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준석의 등장'이 김기현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천하람 위원장이 안철수 의원의 '윤핵관 반발 심리'와 '2030 표'를 나눠 가질 공산이 크고, 외려 당내 '반이준석' 표를 결집시킬 빌미를 줄 것이란 관측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준석계가 잠자고 있던 표를 가져오는 동시에 아무래도 김기현 표보다는 안철수 표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고, 또 윤핵관에게 오히려 이준석을 공격해 당내 '윤심' 표를 결집시키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이준석의 등장은 안철수보단 김기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관측했다.

한편,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5일 각 후보들에 대한 자격 심사를 치를 예정이다. 이후 2월 8~9일 책임당원 6000명(무작위)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해 예비경선을 치러, 오는 10일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태그:#이준석, #안철수, #김기현, #윤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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