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05 16:16최종 업데이트 23.02.0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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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 [기자말]

폐허에서 불구가 된 다리로 공을 차는 아이 ⓒ Save the Children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카사이 분쟁이 발생하자 16살의 카발라(가명)는 2016년 8월 친구들과 함께 무장세력에 징집되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조부모와 함께 살던 카발라에게 임금과 보상은 달콤한 것이었다. 카발라는 마약과 알코올에 취해 막대기만 쥔 채 전투의 최전선으로 갔다.

마약과 알코올에 취한 그의 귓가에 들리는 소리는 "우리는 이미 무적"이라는 말이었다. 카발라와 같은 소년병들은 약에 취해 최전선에서 정신없이 싸웠고, 죽었다. 그가 죽어가는 친구들을 발견했을 때 그 또한 다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운 좋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카발라는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 유년 시절을 통째로 잃어버린 것 같아요. 그 기억들이 마음에 남았어요. 여전히 악몽을 꿔요. 꿈속에서 나는 계속 싸우고, 죽이고 쓰러져요."[1]

소년병이 될 위험에 처한 아동들

전 세계 4억 4900만 명의 아동이 교전 장소로부터 반경 50km 내에 거주하고 있다. [2] 전 세계 아동 6명 중 한 명 이상이 전쟁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전쟁에 노출된 아동은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중동, 유럽 순으로 많았다. 인구 대비 분쟁지역 거주 아동이 가장 많은 곳은 중동으로, 전체 아동의 3분의 1 이상이 전쟁의 위험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3]

중동의 대표적 분쟁지역인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예멘의 거의 모든 어린이가 무장세력의 통제 아래 있어 사실상 언제든지 징집될 상황에 처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전체 아동 중 아프가니스탄 98%, 시리아 97%, 예멘 89%가 언제든지 소년병이 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한 것으로 분석됐다.[4]

소년병은 무장군대 또는 단체에 징집되어 치명적인 전투 또는 전투 지원에 종사하는 18살 미만 소년·소녀로 정의된다.[5] 유엔은 1989년 11월 20일 아동 인권 보호 증진 및 실현을 위해 아동권리협약을 체결하였다. 이 협약은 비차별, 아동 최선의 이익 고려, 생존과 발달의 권리 보장, 아동 의견 존중 등의 내용을 담았다.

2021년 현재 196개국 비준해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국제법이다.[6] 하지만 협약 체결 이후에도 아동을 상대로 한 분쟁지역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7]

200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전 세계에서 발생한 분쟁 가운데 아동을 상대로 한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해 분쟁 기간에 걸쳐 강력한 모니터링 및 보고 메커니즘(MRN)[8]을 작동하겠다고 선언하며 소년병을 포함한 6대 중대 아동권리 침해 행위를 발표하였다.[9]

6대 중대 아동권리 침해 행위는 ▲ 어린이를 살해하고 불구로 만드는 것 ▲ 군대 및 무장단체에 의한 아동 모집 및 이용(소년병) ▲ 아동 성폭력 ▲ 학교나 병원에 대한 공격 ▲ 아동 유괴 ▲ 아동에 대한 인도적 접근 거부이다.

소년병이 정확히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20년 사이 9만 3000명의 소년병이 확인되었으며, 실제로는 확인된 숫자보다 많은 수십만 명의 소년병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5만 명이 추정치로 제시되기도 한다.[10]

가장 최근 추세를 살펴보면, 2021년 새롭게 징집된 소년병은 파악된 숫자로 전년 대비 2244명 감소한 6351명이었으며 201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였다.

콜롬비아, 시리아, 나이지리아, 레바논, 부르키나파소 등 몇몇 국가에서는 정반대로 전년 대비 징집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많은 징집사례가 보고된 곳은 콩고민주공화국이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만 2021년에 2033명의 아동이 징집되었으며, 그중 소년이 1776명, 소녀가 257명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위법행위 대부분은 우간다에 인접한 동북 지역 키부주와 이투리주에서 일어났는데, 최소 아동 241명이 전투에, 소녀 42명이 성착취에 이용되었다.

2017~2021년 사이 콩고민주공화국에서만 모두 1만 85명의 아동이 소년병 관련 범죄 행위에 동원되었다. 콩고민주공화국 다음으로 시리아와 소말리아에서 소년병이 많이 징집되었다.[11]

왜 아동인가
  

무장한 소년병 ⓒ childrenandarmedconflict.


아동을 강제로 전쟁에 이용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미국 남북전쟁에 동원된 15세 미만 소년이 적어도 10만 명이 됐을 것으로 추정되며, 18세 미만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의 20%에 해당했던 것으로 추정된다.[12]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전투에서 적군이 충격에 빠져 싸우는 것을 망설이게 만들기 위해 소년병을 전방에 앞세웠다고 알려져 있다.[13]

일반적으로 소년병은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법이 거의 없고 성인 병사와 달리 부당한 명령에 대항할 능력이 없다. 가장 다루기 쉬운 존재란 뜻이다. 소년병은 심한 저항 없이 자살폭탄이 되거나 전투에서 인간방패로 사용돼 아군을 대신하여 죽는다.[14]

아동은 세뇌하기 쉽다. 현대 전쟁 중 치열한 전쟁의 하나로 거론되는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가장 참혹한 장면으로 꼽힌 것은 이란 소년병 부대였다. 징집된 소년병의 나이는 9~12살 정도였으며 대부분 이란의 가난한 시골 지역, 시아파 집안 출신이었다.

그들의 주된 임무는 정규군이나 혁명 근위대의 맨 앞에 서서 전진하며 '인간 지뢰 제거기'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전장에 나타난 소년병들은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 제복에는 수의를 상징하는 하얀 천을 두른 다음, 천국의 열쇠를 상징하는 작은 플라스틱 열쇠를 목에 걸었다. 순교하여 천국의 문을 열겠다는 모습을 상징했다.

어느 이라크 장교는 그때를 "수백 명이 떼를 지어 지뢰밭을 가로지르며 맡은 바 임무대로 지뢰를 밟아 터뜨렸다. 그들은 '알리후 악바르(신은 위대하시다)'를 읊으며 계속해서 전진했고, 우리는 50mm 기관총을 계속해서 쏘았다"고 회상했다. 대규모 전투가 끝난 곳마다 소년병의 시체가 즐비했다.[15]

분쟁 중인 국가 대부분은 이미 국가 시스템이 무너진 상태여서 정상적인 사회통제가 불가능하다. 소년병이 된 아동은 심각한 빈곤과 최악의 환경에 시달리고 있으며, 교육이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은 아동을 이용하는 세력에게 좋은 조건이 된다. 소년병이 된 모든 아동이 납치되거나 징집된 것이 아니다. 일부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생계를 해결하기 자발적으로 소년병이 된다.[16]

소년병은 총으로 무장된 '병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 소년병은 그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낸다. 무장상태로 검문소를 지키거나, 폭발물을 설치하기도 하며, 가사, 짐 운반, 염탐 등 전쟁에 필요한 거의 모든 임무를 떠맡는다. 최전선에서 전투에 직접 참여할 때는 인간방패나 자살폭탄이 될 때가 다반사이다.

소년병 역할은 나이와 몸집, 가진 기술, 성별에 따라 변동된다. 예를 들어 몸집이 작은 아동은 주로 지뢰 설치 및 폭발물 처리, 전령, 정보수집원, 나아가 자살 폭탄으로 이용된다.[17]

소녀는 성착취 대상이 된다. 소년병으로 징집된 소녀 중 대다수가 성착취를 당하며 어린 나이에 전장에서 출산하기도 한다. 무장세력 전투원과 강제로 혼인하는 사례도 있다.

13살 때 자신의 엄마가 무장세력에 의해 나무에 매달려 총 맞아 죽는 것을 목격한 나이지리아 소녀 할리마(16)는 엄마를 살해한 일당 중 한 명과 강제로 결혼했다. 결혼 후 임신했고 임신 8개월에 과부가 됐다.[18]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도 끊임없이 자행된다.

비극적인 그들의 일생
 

그림을 그리고 있는 콩고 소년 ⓒ childrenandarmedconflict.


소년병을 만드는 가장 흔한 수법은 납치이다. 마을에 들어가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하여 끌고 오기도 한다. 굶주린 아동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소년병이 된다. 아이들을 쉽게 다루기 위해 지휘관은 그들을 알코올과 마약에 중독시킨다.

중독이 심해져 마약 없이 하루도 못 견디는 상태가 되고 나면, 마약을 얻기 위해서라도 복종하게 된다. 마약에 중독돼 또 마약을 얻기 위해 잔혹해진 소년병은 명령에 따라 포로의 손목을 자르고 부녀자를 강간한다. 마약에 취한 채로 분별을 잃고 전투에 마구 뛰어들어 죽어간다.[19]

운이 좋아 도망치거나 구조된 소년병이 정상으로 돌아가기는 매우 힘들다. 부적응과 소외라는 벽에 부딪히고 만다. 이웃들에게서 확인하는 것은 환영이 아니라 무장세력과 함께했다는 낙인과 멸시이다. 소년병 출신 대부분이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유대를 잃어버린다.[20]

성착취를 당해 자식을 가진 소녀는 가족이 받아들이지 않기도 하며 낳은 자식 또한 공동체에서 소외된다. 가족이 딸만 받아들이고, 낳은 자식을 배척하는 사례가 많다.[21] 소외된 이 아동이 자라 다시 소년병이 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기도 한다.

소년병 출신은 사회로 돌아온 뒤에 정신적인 문제를 겪곤 한다. 훈련과정에서 겪은 폭력을 수반한 강렬한 세뇌, 마약 중독, 범죄를 저지른 기억, 성착취 당한 경험 등은 시간이 지나도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이들은 공동체로부터 소외당하거나 시기를 놓쳐 교육 받을 기회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시에라리온에 팔 없는 사람이 많은 이유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한 장면. ⓒ 베드포드 팔스버츄얼 스튜디오


세계 다이아몬드의 약 65%가 아프리카에서 생산된다.[22] 1930년에 다이아몬드가 발견된 이후 시에라리온은 채굴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수출국이 되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때문에 시에라리온에서는 1991년 내전이 일어나 10년이나 지속됐다. 살육으로 얼룩진 전쟁은 상대의 전력을 약화하기 위해 팔다리를 자르는 참혹한 양상으로 치닫는다.

시에라리온 사람은 대부분 농업이나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손과 발을 잃는 것은 그들에게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반군은 팔다리를 자름으로써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고,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팔다리를 보전하기 위해 군인들이 시키는 대로 육체적으로 힘든 다이아몬드 광산 노동이나 목숨을 건 전투에 뛰어들었다.[23]

2002년 내전 종식까지 공식적으로 4000명이 넘는 사람의 팔다리가 절단되어 시에라리온은 인구 대비 장애인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다. 내전으로 전체 인구 450만 명 중 35만 명이 사망하였고 150만 명이 난민이 되었다. 내전 중 강간 피해를 입은 여성이 확인된 것만 6만 4000여 명이다. 지금도 시에라리온에서는 팔다리가 없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24]
 

2005년부터 이어진 소년병 징집 반대 캠페인인 '붉은 손의 날(Red Hand Day)' 을 각국 청소년들이 행사를 벌이는 모습. ⓒ Red Hand Day 이니셔티브 홈페이지


2007년 출판된 소설 <집으로 가는 길>은 저자 이스마엘 베아가 시에라리온 소년병으로 겪은 경험을 담은 책으로, 1인칭으로 직접 기록해 증언자료로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베아는 유니세프의 도움으로 전쟁터를 빠져나와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유엔국제학교에서 고교 과정을 마쳤고, 2004년 오하이오주 오벌린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국제 인권감시기구에서 어린이 인권 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과거와 결별하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며 미래를 개척하는 중이다.[25]

베아의 이야기는 심금을 울릴뿐더러 감동적이다. 하지만 소년병에 관한 한 베아는 기적이라고 불러 무방할 만큼 아주 극단적인 예외 사례에 속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어딘가에서 전장을 배회하는 소년병은 여전히 많지만 그들과 기적은 무관하다. 매년 2월 12일이 유엔이 정한 '세계 소년병 반대의 날'이긴 하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고준희·현경주 기자(지속가능바람),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덧붙이는 글 [1]War on Children Report-US (savethechildren.org)23.p
(2018)

[2] Youth | United Nations

[3] Peace Reseach Institute Oslo (PRIO), Children Affected by Armed conflict 1990-2021, 2022.2 https://www.prio.org/publications/13256

[4] the Children International(2021). Stop the War on Children: A crisis of recruitment. 14 pg
Save the Children International (2021).Stop the War on Children: A crisis of recruitment.

[5]https://theirworld.org/resources/child-soldiers/

[6]https://www.unicef.or.kr/about-us/unicef/mission/convention-on-the-rights-of-the-child/

[7]https://www.savethechildren.org/content/dam/usa/reports/advocacy/war-on-children-report-us.pdf 15.p

[8] Global Protection Cluster, 긴급 상황시 아동 보호 조정 핸드북(2016), 115~116.p

[9] Monitoring and Reporting’ in Grave Violations, https://childrenandarmedconflict.un.org/tools-for-action/monitoring-and-reporting/

[10]Children recruited by armed forces or armed groups | UNICEF, https://www.unicef.or.kr/what-we-do/news/150764

[11]the Children International(2022). Stop the War on Children: A crisis of recruitment. 17 pg

[12]https://civilwarsaga.com/child-soldiers-in-the-civil-war/

[13]the Children International(2021). Stop the War on Children: A crisis of recruitment. 16 pg

[14] the Children International(2021). Stop the War on Children: A crisis of recruitment. 16 pg

[15]전쟁연대기, 조셉 커민스, 406.p

[16] Save the Children International (2021). Stop the War on Children: A crisis of recruitment. 16 pg

[17] Save the Children International (2021). Stop the War on Children: A crisis of recruitment. 16 pg

[18]War on Children Report-US (savethechildren.org) 27.p

[19]집으로 가는 길(2007),이스마엘 베아,송은주 옮김,북스코프

[20] Save the Children International (2021). Stop the War on Children: A crisis of recruitment. 17 pg

[21] Save the Children International (2021). Stop the War on Children: A crisis of recruitment. 17 pg

[22] World Diamond Council, The Diamond Industry Fact Sheet, 3.p

[23] 집으로 가는 길(2007), 이스마엘 베아, 송은주 옮김, 북스코프

[24]https://www.childfund.or.kr/contents/greenView.do?bdId=20008248&bmId=10000148

[25]집으로 가는 길,이스마엘 베아,송은주 옮김,북스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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