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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지하당을 조직하고, 주요 요인에 대한 테러 및 암살 활동을 목표로 한다는 북한 문화교류국의 활동이 실제론 매우 어설펐던 것으로 추정됐다. (자료사진 뉴시스)
 대한민국에 지하당을 조직하고, 주요 요인에 대한 테러 및 암살 활동을 목표로 한다는 북한 문화교류국의 활동이 실제론 매우 어설펐던 것으로 추정됐다. (자료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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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당국와 보수언론이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과 관련해 '지나치게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피의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의심하면서 리광진 등 북 문화교류국 공작원들을 대한민국 체제를 흔들 만큼 위험한 인물로 묘사하는 것을 두고 '과한 해석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이른바 고위 대남 공작원들의 여권번호가 노출되는가 하면, 국가정보원과 경찰에 의해 10여 년간 이들의 활동이 촬영되고, 실명과 활동내역이 국내 언론이 보도될 정도로 빈틈이 많아서다. 전문가들도 "얼굴이 공개된 채 활동하는 허술한 공작조가 있을 리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정원 등 공안기관이 북한 고위 공작원으로 지목하고 보수 언론이 위협적인 인물로 보도한 이들의 실체를 경찰이 2021년 '충북동지회 간첩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들을 상대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통해 확인해봤다.

차관급 공작원 리광진... TV에 버젓이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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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국가보안법과 간첩죄 혐의로 피의자 4명이 입건돼 재판이 진행 중인 일명 '자주통일충북동지회' 사건. 당시 4명 중 3명은 구속송치됐고, 나머지 한 명인 충북 지역 인터넷언론사 대표 손아무개씨는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돼 불구속 송치됐다.

이들에 대한 당시 경찰의 구속영장에는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조인 차관급 고위 공작원 리광진과 조일운, 김세은에 대한 신상정보가 상세히 나와 있다.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 리광진(여권명 : 김동진, 1960년 9월 21일생, 여권번호 : 8XXXXXXX4. 아래 '리광진')은 1990년대 모자 공작조·부부 공작조로 수차 국내 침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웅칭호'를 받은 인물로, 미상시기 부과장을 거쳐 과장 이상 직급으로 승진했으며 2017년 5월 21일 피의자 박○○이 중국 북경에서 조일운(1969년 4월 9일생, 여권번호 : 9XXXXXXX3, 아래 '조일운')이라는 북한 여권명을 사용하는 '문화교류국' 공작원과 접선할 당시 사전 정찰 임무를 수행했고, 2018년 4월 2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윤태영을 만나 검열했다."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 김세은(43세, 영문명 : KIM SE UM)은 '남포 사범대학' 영어과를 졸업하고 '평양외국어대학' 프랑스어과 출신인 처 이소영과 결혼, 함께 대남공작원으로 선발돼 2006년경 '무역참사부' 소속으로 위장, 베트남에 파견됐다. 2017년 8월경부터는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부부 공작원으로 피의자 윤아무개가  2018년 4월 28일과 2018년 4월 29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리광진‧조일운과 접선할 당시 이들에게 차량 등의 편의를 제공하고, 접선‧검영 장소를 함께 정찰했으며 실제 접선 시 역감시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충북동지회의 한 피의자 구속영장에서 공안당국은 문화교류국(전 225국)이 "특수교육으로 양성한 대남공작원을 침투시켜 한국 정계·군부·사회·문화·종교계와 시민단체 인사를 포섭해 조선노동당 지령에 따르는 지하당 조직을 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조선 혁명의 결정적 시기'에 지하당 조직을 혁명 매개체로 활용해 한국 체제 전복을 목표로 활동하면서 국가기밀 탐지·수집, 북한 체제 우월성, 김일성 일가 우월성 선전 및 요인암살·테러 등을 수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고도로 훈련된 요원들이 문화교류국에 소속돼 핵심 대남공작을 펼친다는 말인데, 중요한 조직 소속의 공직원이 한국 공안당국에 여권번호와 성장배경까지 쉽사리 노출당한 것이다.

충북동지회에 대한 재판에선 이들 신원과 관련해 더 많은 영상 증거가 제출됐다. 충북동지회 소속 인사와 문화교류국 공작조 인사가 팔짱을 끼고 커피숍에 들어가는 장면 등 이들의 만남 직후 사정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동영상에는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만나는 장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리광진 등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조에 대한 신원은 이미 K목사 사건 때 공개된 바 있다. K목사가 지난 2011년부터 문화교류국 공작조 리광진과 조일운을 중국 등 해외에서 접선해 공작금과 북 지령을 받고 통신한 혐의와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고무찬양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충북인뉴스>가 입수한 당시 K목사 사건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은 리광진을 두고 "한국에 두 번에 걸쳐 침투해 지하당을 구축해서 간첩을 포섭해 공화국 영웅칭호를 두 번 받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조일운에 대해서는 "김동식(부여간첩단 사건 남파간첩)보다 대학 2년 선배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공작원을 하면서 모자공작조로 위장해 1988년경 한국에 실제로 침투해서 서울에서 활동했다"라고 언급했다.

검찰은 북한 <조선중앙TV> 2015년 10월 9일 자 영상을 제출하며, 국정원이 촬영한 영상 속 인물이 리광진과 동일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2015년 10월 9일 북한 <조선중앙TV> 방송에서 촬영된 사람과 호찌민에서 만난 사람은 리광진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며 "위 영상에서 앉은 위치와 다롄과 호찌민에 수행원을 데리고 나타난 점에 비추어 볼 때 리광진 지도원은 북한에서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여권 번호까지 노출된 북한 공작조

2015년 기소된 K목사 사건에서 리광진의 실체를 입증하는 증거로 검찰은 이들의 여권 사진도 제출됐다.

K목사 사건 재판 당시 증거로 제출된 영상자료에 따르면, 국정원과 경찰은 리광진과 조일운 등 북한 공작조 일행의 활동을 꾸준히 촬영했다. 지난 2011년 4월 21일 중국 다렌에서 K목사와 리광진과 조일운이 만난 날을 포함해 2012년 5월 31일 베트남 호치민, 2014년 3월 하노이 호수공원, 2015년 4월 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 촬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1월 K목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뒤에도 리광진 등 공작조의 활동은 지속됐다. 국정원과 경찰 역시 K목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활동 내역을 촬영했다. 2016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민주노총 조직실장인 S씨와 리광진을 만나는 장면 등 2020년 1월도 포착됐다.

수년간 활동이 발각될 정도로 허술한 북한 공작조를 두고 일각에선 리광진 등 문화교류국 공작조의 활동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전직 공안검사 출신의 변호사 A씨는 "공작요원의 기본은 신분 보안이다. 공작원의 실체가 드러나고 얼굴이 알려진 상태가 되면 더 이상 활동은 불가능해진다"며 "그런데 리광진등 문화교류국 공작조는 얼굴이 공개되고 여권번호까지 공개된 상태에서도 5~6년간 지속해 활동해 왔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K목사 사건으로 리광진 등의 신원은 언론에까지 공개됐다. 또 비슷한 시기에 <조선중앙TV>에 출연했다고 한다"며 "스파이가 텔레비전에 출연한다? 이건 참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K목사 사건과 충북동지회 사건으로 기소된 인사들은 국정원이 촬영한 영상 속에 나오는 인물이 문화교류국 리광진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부인했다.

다만 K목사 사건 1심, 2심, 대법원 재판부는 국정원이 제시한 영상 속 인물이 북한 공작원 리광진이 맞다고 판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간첩단, #문화교류국, #225국, #국가정보원, #리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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