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페퍼저축은행과의 연전을 모두 잡아내며 승점 30점 고지를 밟았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1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2-25,25-20,25-22,25-18)로 승리했다. 첫 세트를 내주며 고전하다 2,3,4세트를 모두 잡고 승리한 기업은행은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2경기 연속 승점 3점을 따내며 5위 GS칼텍스 KIXX와의 승점 차이를 2점으로 좁혔다(10승15패).

기업은행은 맏언니 김수지가 서브득점 4개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16득점을 올렸고 외국인 선수 달리 산타나도 15득점과 함께 68.42%의 리시브 효율, 27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외국인 선수가 공격비중이 높은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하는 다른 팀과 달리 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 산타나가 서브리시브에 참여하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한다. 이번 시즌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해주는 표승주가 있어 가능한 선수구성이다.

여러 사정에 따라 포지션을 옮긴 선수들
 
 표승주는 왼쪽과 중앙,오른쪽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공격수다.

표승주는 왼쪽과 중앙,오른쪽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공격수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에서는 팀 사정에 따라, 또는 개인적인 생존을 위해 포지션을 변경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주로 신장이 좋은 아웃사이드히터나 아포짓 스파이커가 신장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미들블로커로 변신하는 게 가장 보편적이다. 하지만 반대로 힘이 좋은 미들블로커가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하거나 수비가 좋은 아웃사이드히터가 리베로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시절이던 지난 2007-2008 시즌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제치고 득점왕을 차지했던 한송이(KGC인삼공사)가 대표적이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하다가 2014-2015 시즌 미들블로커로 변신한 한송이는 지난 2020-2021 시즌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을 제치고 블로킹 여왕에 등극했다. V리그 역사에서 득점과 블로킹 타이틀을 모두 차지한 선수는 정대영(도로공사)과 한송이 뿐이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아 2011-2012 시즌 인삼공사의 3번째 우승을 이끈 주전세터였던 한수지(GS칼텍스)는 2016-2017 시즌부터 미들블로커로 전격 변신했다. 세터 시절부터 183cm의 장신을 앞세워 뛰어난 블로킹능력을 과시하던 한수지는 미들블로커 변신 후 매 시즌 블로킹 부문 상위권을 달리더니 이번 시즌에는 세트당 0.77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블로킹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한송이와 한수지가 다른 포지션에서 미들블로커로 변신한 경우라면 현대건설의 정지윤은 미들블로커에서 아웃사이드히터로 포지션을 변경한 선수다. 2018-2019 시즌 프로 입단 후 세 시즌 연속으로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던 정지윤은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계기로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했다. 정지윤은 지난 시즌 43.68%의 성공률로 237득점을 올린 데 이어 이번 시즌에도 38.4%의 성공률로 208득점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김해란 리베로(흥국생명)과 임명옥 리베로(도로공사), 오지영 리베로(페퍼저축은행), 신연경 리베로는 성인배구 입단 당시 포지션이 아웃사이드히터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부상과 리베로가 부족하고 수비가 약했던 팀 사정, 그리고 공격수로서 떨어지는 경쟁력 등 여러 가지 사정들 때문에 리베로로 변신했고 지금은 각자의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부동의 주전 리베로로 자리 잡았다.

김연경에 이어 토종 아웃사이드히터 득점 2위
 
 이번 시즌 표승주보다 활약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는 '배구여제' 김연경 밖에 없다.

이번 시즌 표승주보다 활약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는 '배구여제' 김연경 밖에 없다. ⓒ 한국배구연맹

 
표승주는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희진의 중앙여고, 박정아(도로공사)의 부산 남성여고, 최은지의 진주 선명여고를 우선 지명한 신생팀 기업은행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나머지 선수들 중에서 전체 1순위로 도로공사에 지명됐다. 표승주는 2010-2011 시즌 19경기에서 87득점을 올리며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기업은행의 신인 '빅3'가 리그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쪽 신인왕'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프로 입단 후 네 시즌 동안 도로공사에서 활약하다가 2014년 FA 정대영의 보상선수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은 표승주의 경쟁무기는 바로 탁월한 멀티 포지션 소화능력이었다. 182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표승주는 평소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하다가 높이를 강화해야 할 때는 미들블로커로,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할 때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하며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그렇게 V리그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로 이름을 떨치던 표승주는 2019년 FA자격을 얻어 기업은행으로 이적하면서 아웃사이드히터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리그 정상급이라 하기엔 조금 부족했던 표승주는 그저 준수한 기량의 아웃사이드히터로 기업은행에서 세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작년 3월말 연봉총액2억8210만원에 기업은행과 재계약한 표승주는 이번 시즌 자신의 연봉에 걸맞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 기업은행이 치른 25경기에 모두 출전한 표승주는 외국인 선수 산타나(390점)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344득점을 기록하며 득점 부문 10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세트당 0.37개의 블로킹과 4.04개의 디그로 높이와 수비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표승주는 1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도 45.95%의 공격성공률과 함께 블로킹3개, 디그 23개를 기록하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0득점을 올렸다.

표승주는 이번 시즌 토종 아웃사이드히터 중에서 김연경(446점) 다음으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18-2019 시즌부터 4시즌 연속 아웃사이드 히터 부문 베스트7을 국내 선수가 수상했던 전통(?)이 이번 시즌에도 이어진다면 표승주는 매우 유력한 BEST7 후보라는 뜻이다. 하지만 표승주는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이번 시즌에 소속팀 기업은행이 봄 배구에 진출하는 것을 더욱 간절히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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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IBK기업은행 알토스 표승주 아웃사이드 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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