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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갈까? 말까? 마음속 갈등 중이다. 하기 싫은 일을 지속해야 할 때 가끔 떠올리는 일화가 단군신화이다. 갑자기 웬 단군신화? 단군신화에는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다. 단군신화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호랑이와 곰은 환인의 아들 환웅을 찾아가 인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환웅은 인간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호랑이와 곰에게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백 일을 지내라고 한다. 호랑이는 중간에 참지 못하고 동굴에서 나오고 곰은 21일이 지나서 웅녀(사람)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신화에 의하면 곰이 사람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21일이다. 생각보다 짧다.

미국의 심리학자 맥스웰 몰츠는 무엇이든 21일 동안만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는 '21일 법칙'을 발견했다. 어떤 행동이 충분히 반복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뇌 속에는 생각의 회로(시냅스)가 형성되고 21일이 지나면 '습관'이라는 뻥 뚫린 길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21일의 법칙을 운동에 적용하면 피트니스를 시작한 사람은 삼 주만 지나면 운동에 익숙해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호랑이형 인간인가 보다. 이상하게 삼 주가 지났는데도 운동은 여전히 힘들다.
 
운동기구
▲ 피트니스 운동기구
ⓒ 정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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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21일 동안 빠진 날도 있기는 하다. 그래도 운동을 거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갑자기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피트니스 재등록 신청 안내 문자이다. 동공이 흔들린다. 등록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손가락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새해 피트니스를 시작했을 때는 대단한 결심을 했었다. 일 년 동안 꾸준히 운동해서 체력과 건강을 회복하자. 멋진 몸매와 쏙 들어간 뱃살은 덤으로 얻을 것이다. 그러나 피트니스에서 생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났다.

바로 피트니스의 반갑지 않은 세 친구이다. 그 친구들의 이름은 귀찮음, 지루함, 통증이다. 피트니스를 꾸준히 하는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 나는 운동은 해야 할 이유보다 미루고 싶은 이유가 더 많기 때문이다.

피트니스 하면서 알게 된 친구

피트니스의 가장 최강의 친구는 귀찮음이다. 퇴근 후에 저녁을 먹고 피트니스에 가는 것은 최고의 난이도이다.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몸이 집에 갇힌다. 처음에는 잠깐만 쉬고 운동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조금 있으면 급격하게 배가 고파온다. 뭐 좀 먹고 가야지. 밥을 먹고 나면 소화 좀 시키고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잠시 쉬면서 TV를 보면 졸음이 밀려온다. 그럼 오늘만 쉬고 내일 운동하러 가야겠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때 마음속 트레이너가 외친다. 어제도 내일 간다고 했잖아! 이러다가 한 번도 못 가고 이번 주가 지나갈 수도 있어. 제발 정신 차리라고. 억지로 운동복을 챙기고 피트니스로 몸을 어기적 끌고 간다.

피트니스의 두 번째 친구는 지루함이다. 간신히 도착해서 운동을 시작할 때 매일 만나는 친구이다. 지루함은 러닝머신에서 시작한다. 십 분 정도 러닝머신을 달리면 그때부터 지루함이 찾아온다. 아. 재미없다. 그만 달리고 싶다.

10분만 더 달리자고 마음을 굳게 먹어도 일 분마다 시계를 보게 된다. 휴대폰 영상을 보면서 잠깐 지루함을 밀어낼 수 있지만 이 친구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마음속에서 자꾸 집에 가자고 조른다. 억지로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고 운동기구를 부여잡는다.

피트니스의 세 번째 친구는 통증이다. 운동을 하고 나면 항상 근육통이 생긴다. 어느 날은 허리가 다음 날은 다리가 아프다. 운동을 했는데 몸이 좋아졌다는 느낌보다 여기저기 쑤시는 날이 더 많다.

안 하던 운동을 하니 아픈 것이 당연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여전히 통증은 적응이 안 된다. 운동한 다음 날은 근육 여기저기가 쑤신다. 언제쯤 통증이 없어질지 궁금하다. 맞다. 그냥 운동과 함께 가는 친구다. 

언젠가는 운동이 몸에 익겠지
 
운동기구
▲ 피트니스 운동기구
ⓒ 정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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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의 세 친구인 지루함, 귀찮음, 통증은 사실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만나는 친구들이다. 지루함은 일을 하는 동안 늘 곁에 있다. 잠인 덜 깬 눈을 비비고 출근해서 책상에 앉으면 시계의 초침이 안 움직인다. 반복되는 일상은 오감을 무디게 한다.

오후가 되면 커피만으로 귀찮음을 밀어내기에 역부족이다. 퇴근할 시간이 되며 어깨가 경직되고 온몸이 뻐근하다. 감각을 깨우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여야 한다. 땀을 흘리고 몸을 쓰다 보면 살아 있다는 생동감이 돌아온다.

오늘도 나는 피트니스에서 기다리는 세 친구를 만나러 갈 것인가, 집에서 소파에 늘어져 있을지 갈등한다. 그래, 오늘도 가볍게 운동하자. 쉬고 싶은 유혹을 떨치고 피트니스로 간다. 운동을 끝내고 나오는 순간 혼자 살짝 미소 짓는다. 그래 오늘도 잘했어. 언젠가는 운동이 몸에 익숙해지겠지. 그래! 다음 달 피트니스도 신청이다.

덧붙이는 글 | 본인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싣습니다.


태그:#피트니스, #운동, #중년, #건강, #정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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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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