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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1월 31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법원과 법원 전산직 하청노동자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하청노동자들이 지난해 7월 첫 파업을 벌인 이후 처음으로 '원청'과의 만남이 이뤄진 셈이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1월 31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법원과 법원 전산직 하청노동자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하청노동자들이 지난해 7월 첫 파업을 벌인 이후 처음으로 '원청'과의 만남이 이뤄진 셈이다.
ⓒ 이탄희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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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법원 전산시스템 유지·보수 업무를 맡아온 하청노동자들이 "법질(법원의 갑질)을 멈추라"며 사법부 역사상 최초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25년간 누적된 저임금, 갑질 문제 등을 제기하며 '원청'인 법원의 책임을 물었지만 교섭은 지지부진했고,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마련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약 20억 원의 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했던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월 24일 페이스북에 "22년차 법원 하청노동자, 40대 가장의 월급은 210만 원이다. 3인 가족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고, 같은 경력의 전산공무원 월급의 40%도 안 되는 금액"이라며 "반면 내년 판사 해외연수 예산은 4억 원 증액되고, 서초동 검찰청 랜드마크 신축 설계비는 최소 30억 원 배정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예산안 표결 때 기권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후 이탄희 의원실은 하청노동자들과 법원 간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31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세 주체가 모였다.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후 6개월 만이다. 최근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법원 사법전산운영자지부 지부장은 "법원에서 24년간 일하고 있는데 저는 만족하지만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하나둘 그만두는 걸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이런 자리가 만들어져서 좀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김창우 전국법원 등기전산지회장도 "이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다만 "저도 18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 오랫동안 버텨왔다"며 "법원노조에서 많이 도움을 주고, 하청노동자여도 공무원처럼 잘 대우해줘서 지금까지 왔지만, 법원이 사회적 약자를 도울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데 지금까지 3~4년간 (우리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았나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법원 전산업무를 총괄하는 민동원 전산정보관리국 국장은 "법원행정처가 눈 감고, 귀 닫고 있는 건 아니다. 정식으로 대화의 장이 마련된 건 오늘이 처음이지만 저희 나름대로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처우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왔다"며 "물론 (노동자들이) 원하는 만큼 성과를 거둔 건 아닐 수 있지만 기본적인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오늘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저희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첫 만남'에 의의 뒀지만... '직접고용' 두고는 평행선
 
전국법원 등기전산지회 김창우 지회장이 2022년 6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법원 전산장비 유지보수 하청 노동자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법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법원 등기전산지회 김창우 지회장이 2022년 6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법원 전산장비 유지보수 하청 노동자 파업 돌입 기자회견에 참석해 법원의 부당 노동행위를 알리며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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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양쪽은 법원의 전산노동자 직접고용 문제를 두고는 평행선을 달렸다. 법원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방침을 정한 뒤 청소노동자, 시설관리원, 통역 등을 차례대로 공무직으로 전환해 직접 고용했지만 전산노동자들은 제외했다. 이들의 업무가 '민간 고도의 기술'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부가 정한 정규직 전환 예외 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은 간담회에서도 '용역업체 자체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노동자들은 '업체는 고용만 유지할 뿐 우리와 무관하다', '업무 자체도 PC·프린터 유지 및 보수 같은 일이고,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국회 전산노동자들은 전환됐다'고 했다. 김창우 지회장은 "유독 사법부만 요구해도 자료를 안 주고, 계속 '민간 고도 기술자'란 말만 하니 노동자 입장으로선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2부가 '현대자동차가 전산직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인정한 사례도 언급됐다.

이탄희 의원은 그럼에도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법원행정처의 참여를 두고 "굉장히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며 "결국 국민들에게 법원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독려했다. 또 "문재인 정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전산직 하청노동자 제외를 생각하고 만들어진 규정은 아닐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사법부에선 안 됐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개선되는 좋은 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원실과 법원, 노조는 2월에 추가로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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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탄희, #법원, #하청노동자,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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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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