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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사 방송에서 정치인 성대모사로 웃음을 주는 사람이 있다. 이상민 크리에이터다. 이상민 크리에이터는 지상파 방송은 물론 보수와 진보 유튜브를 넘나들며 지금 '핫한' 여야 정치인들을 성대모사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떻게 정치인 성대모사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 지난 25일 이상민 크리에이터를 전활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상민 크리에이터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감초'의 시작
 
이상민 크리에이터
 이상민 크리에이터
ⓒ 이상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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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유튜브계의 감초'로 불리며 시사 방송에서 활약하시는데 어떠세요?

"저는 방송을 2017년부터 시작했어요. 방송에 나가는 게 제 꿈이기도 했지만 나갈 때마다 기분이 묘해요. 본래 저는 시사 방송인도 아니고 그저 코미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서 처음엔 섭외 자체를 꺼렸죠. 본질적으로 '내가 거기 나가는 게 맞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런데 하나둘씩 방송 섭외가 들어오는 걸 보면서 생각을 바꿔보기 시작했어요. '일단 해보자'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방송에 임하다가 여기까지 오게된 것 같습니다."

-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반반이에요.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거에 대해 '네가 그 프로그램에 나갈 수 있는 위치가 됐구나, 정말 잘 됐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요. 반면 '네가 시사의 격을 떨어뜨리는 거 아니냐? 시사라는 장르가 정치적 견해가 뚜렷하고 두터운 사람들, 좀 배운 사람들, 식자층이 보는 콘텐츠잖냐. 너가 뭔데 거기 나가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 원래 개그맨이 꿈이었나요?

"개그맨이 꿈은 아니었어요. 중학교 시절만 해도 유튜브 같은 플랫폼보다는 UCC 시대였죠. 저는 저만의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영상을 만들었어요. 사진 같은 걸 찍으면 영상으로 편집해 서로 시사회를 가지며 평가했어요. 그시절부터 저는 프로듀서가 꿈이었어요."

- 그런데 왜 안 하신 거예요?

"안 했다기보다는 방향이 바뀐 것 같아요. 실제로 저는 방송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할 만큼 방송 제작에 대한 굉장한 호기심과 뜨거운 열정이 있었거든요. 제 꿈이 결정적으로 틀어지게 된 건 중학교 시절에 겪었던 학교 폭력이었어요. 꿈이란 걸 가지자마자 폭력을 당했죠."

- 학교폭력이요?

"소위 노는 무리의 친구에게 잘못 걸려서 흠씬 두들겨 맞았어요. 본래 명랑한 성격이었는데 그 사건 이후에 내성적이고 대인 기피적인 성향으로 바뀌었어요. 창작물을 만들고자 했던 중학생의 세계가 얼마나 순수하고 명랑했겠어요? 그런데 그 사건 이후에 창의적이고, 창작적인 생각보다는 철학적이고 인간의 본질적인 질문을 많이 하게 됐어요. '왜 내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라고 말이죠. 참 힘든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도 다니던 중학교와 거리가 좀 있는 곳으로 진학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사물과 사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그때부터 가지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우연히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학교 선생님을 흉내 내게 됐어요. 학교마다 특색있는 선생님들이 있잖아요.

그런 선생님들이 저희 학교에도 계셨었는데 그 선생님들을 흉내 내고 나니까 아이들이 웃는 거예요. 제 안에 인정욕구가 발현된 시기가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웃는 걸 보면서 제 안에 이상한 만족감이 들더라고요. 정말 행복했어요. 기분 좋은 만족감이었죠."

- 이전에 성대모사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나요? 

"없었어요. 혼자 방에서 조용히 하긴 했었는데 일과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진 않았어요. 삶에 비관하던 사람에게 인정욕구가 발현되니까 학교 밖에서도 웃기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학교 밖에서 이제 어떻게 웃길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때 어머니, 아버지가 보는 TV를 보게 됐죠. 바로 그때였어요. '공인을 좀 따라 하면 더 많은 사람을 웃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 그 공인에 들어갔던 게 마침 정치인이었던 거죠. 그래서 그때 당시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어서 이 전 대통령 성대모사를 하게 됐어요. 그전까지 정치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어요."

정치인을 성대모사 하게 된 이유
 
이상민 크리에이터
 이상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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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정치인을 성대모사 대상으로 삼은 거죠? 다른 유명인도 많잖아요.

"가령 연예인은 인기의 유통기한이 있고 유효기간이 있잖아요. 근데 대통령을 따라 하면 인기의 유효기간이 다르지 않을까 싶었어요.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을 생각하면 바로 그분의 특징이 생각나는 것처럼 인기의 어떤 풍향과 관계없이 꾸준하게 기억되는 사람을 따라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한두 명씩 따라 하게 되고 정치의 어떤 역학을 알게 된 거죠."

- 성대모사 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성대모사 하는 건 어떻게 봤어요?

"항상 재밌게 봤어요. 코미디의 본령은 기득권 풍자라고 생각해요. 기득권, 권력을 가진 자들을 풍자하는 그 모든 방송들을 저는 사랑해요. 그런데 소위 공중파에서 그러한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어요."

- 남이 하는 걸 보는 것과 내가 하는 건 다를 것 같은데.

"맞아요. 저는 욕심이 났어요. '내가 하면 저기서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오만한 걸 수도 있겠지만 제가 하면 조금 잘할 수 있을 텐데 같은 생각이죠. 한 편으론 동경하기도 해요. '저 사람 참 저기서 연기를 잘한다, 저 사람 참 구현을 참 잘했다' 같은 것부터. '연출진이 참 저걸 잘 살렸다' 같은 평가죠."

- 라이벌로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예요?

"아무래도 저는 성대모사를 하고 있다 보니까 'SNL코리아'의 개그맨 정성호씨나 배우 김민교씨가 라이벌이 아닌가 생각해요."

- 성대모사는 안윤상씨가 최고 아닌가요?

"안윤상씨도 훌륭하죠. 근데 그 분은 좀 '하늘' 같은 분이에요. 다만 언젠가는 제가 겨뤄볼 장이 열리지 않을까? 선망하고 있습니다."

- 시사 풍자를 하고 싶었나요?

"원래부터 시사 풍자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요. 성대모사를 하고 나니까 사람들이 웃는 지점이 뭔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단순히 따라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건에 대한 뉴스도 있을 것이고, 성대모사 대상이 되는 사람의 철학도 있을 것이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연구를 많이 하면서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됐죠. 미국의 스탠드업 코미디도 많이 보게 되고요. 그저 공부하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 보통 한 사람 성대모사를 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그걸 재보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추정하기로는 한 사람을 연구하고 성대모사를 구현하는 데 한 80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근데 그 사람 자체가 되려면 한 800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 어떤 차이인가요?

"한 사람의 말버릇이나 발성 통해 성대모사를 구현할 수는 있지만 대상의 철학이나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문화적 코드와 고유한 취미, 좋아하는 스포츠 등을 다 알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슈와 뉴스는 계속 변하고 그 사람의 행동 양식 같은 것들도 계속 관찰해야 되기 때문에 그 정도 이상 걸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지금까지 성대모사 한 분이 어느 정도예요?

"저는 그렇게 많이 하지는 못합니다. 한 마디 겨우 할 수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한 30명 정도 되는데...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 똑같다'고 평가받는 건 한 10명 정도예요."

- 가장 어려운 분은 누구인가요? 

"현재는 오세훈 서울특별시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그리고 야권인 민주당에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요."

- 그분들 성대모사 하는 분 거의 없지 않나요?

"성대모사 하기 진짜 어려워요. 오세훈 시장 같은 경우에는 너무 발성이 평이해요. 오세훈 시장 특유의 화법이 부드럽잖아요? 그런 이미지 때문에 너무 기름장어 아니냐 혹은 너무 유약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것 같은데 그런 이미지 때문에 더 힘든 것 같아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같은 경우에는 발성이 불규칙해서 따라 하기가 힘듭니다."

- 그럼 가장 쉬운 사람은 누구예요?

"제 목소리하고 아마 비슷한 안철수 의원이 아닌가 생각돼요. 안철수 의원은 말끝을 길게 늘리면 돼요. 우리가 예를 들어서 기자님 성함을 빌려서 '이영광입니다' 하면 '입니다'를 '입미다'로 바꾸면 돼요. 그래서 '예, 안철숩미다' 이렇게 하는 느낌인 거죠. 그래서 이분이 가장 쉽지 않나 싶고요.

안철수 의원의 캐릭터적인 측면에서는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좀 자세하게 설명해주려고 하는 게 있어요. 그 와중에 본인이 썰렁한 개그를 은은하게 섞어서 얘기하려고 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고요. 그래서 제일 쉬운 것 같아요."

"진영논리는 두렵지 않아요, 정말 두려운 건..."
 
이상민 크리에이터
 이상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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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 관련된 거라서 말하기 조심스러울 때도 있을 거 같아요.

"그렇죠. 대한민국은 흔히 크게 진보와 보수 그리고 좌와 우로 나뉘어 있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 양쪽에서 욕을 먹고 있어요. 매순간 원치 않는 때에 원치 않는 평가를 받기도 해요. 처음엔 난감했는데 이제는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 힘들지 않아요?

"힘들죠. 근데 이제는 즐기려고 노력 중입니다. 진영 논리로 인한 평가보다 가장 두려운 평가는 재미에 대한 부분이에요. '쟤 재미가 없다' '쟤 재미가 좀 떨어진다' 같은. 코미디의 수준을 평가할 때 저는 굉장히 두렵고 떨려요. 반면 진영 논리 앞에서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 성대모사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처음에 제가 정치 풍자할 때 정치권에서 저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정치 풍자 하는 캐릭터가 정치권이 별로 좋아할 만한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정치권에서 가장 좋아하는 방송인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같은 경우에 저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봐주셨어요. 실제로 과거 안철수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하셨을 때 사전 행사로 제가 성대모사 쇼를 선보일 정도로 긍정적으로 대해주셨어요. 

여담으로 얼마 전에 KBS <더 라이브>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이재오 전 장관도 같이 오셨어요. 제가 그분 앞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성대모사했죠. '이재오, 떡 돌려라'라고 하면서요. 방송이 끝난 후 이재오 장관께서 '정말 잘하더라'라며 어깨를 두들겨 주셨어요. 제가 귀여움을 좀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새해엔 지금보다 대중들 기억에 남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방송인이 되고 싶어요. 부족하지만 기득권을 풍자하는 일들을 계속하고 싶고요. 정치풍자영역을 넘어 TV·라디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코미디·교양 등의 프로그램도 나가고 싶어요. 여행 방송도 나가고 싶고요.

또 제가 요즘 '곽튜브' '빠니보틀'이라는 유튜브를 자주 보거든요. 더 많은 방송을 해서 더 큰 웃음을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게 제 소원이에요. 그래서 '이상민이라는 사람은 이런 매력도 있구나?' 같은 새로운 평가를 받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올해가 웃음이 많은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요즘에 웃을 일이 너무 많이 없잖아요? 물가는 오르고 있고 유가도 왔다갔다 하고요. 세계 어딘가에서는 전쟁도 일어나고 있어요. 그래도 즐거운 일이 생겨 많이 웃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결코 절망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정치인들이 정치 잘해줬으면 좋겠고요. 국민들이 편안한 나라가 2023년엔 꼭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태그:#이상민, #성대모사, #시사 개그, #안철수,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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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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