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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멤피스 경찰이 공개한 경찰관들의 흑인 청년 집단 구타 보디캠 영상 갈무리
ⓒ 미국 멤피스 경찰	관련사진보기

   교통 단속을 하던 경찰관들이 흑인 운전자를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AP통신,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경찰은 지난 7일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29)가 경찰관들에게 구타당하는 상황이 담긴 약 67분 분량의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니컬스는 오후 8시 30분께 난폭 운전으로 경찰관들로부터 정지 지시를 받아 길가에 차를 세웠다. 

한 경찰관이 운전석 문을 열고 니컬스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리자, 니컬스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집에 가는 중이다"라고 항변했고, "바닥에 엎드려"라는 경찰관의 지시에 "알았다"라며 몸을 숙였다. 

그러나 잠시 후 니컬스가 일어나려고 하자 경찰관 2명이 "손을 내밀라"고 말하며 니컬스를 제압하려다 그를 에워싸고 주먹과 발로 때리기 시작했다. 옆에 서 있던 다른 경찰관이 페퍼 스트레이를 꺼내 얼굴에 뿌리자 니컬스는 "엄마"라고 외치며 눈물을 터뜨렸다.

한 경찰관은 욕설과 함께 "너한테 몽둥이질을 해주겠다(going to baton)"라고 말하며 위협했고, 다른 경찰관은 니컬스의 몸을 일으켜 얼굴을 계속 때렸다. 

니컬스는 체포된 후 고통을 호소하다가 병원으로 옮겨졌고, 사흘 뒤인 10일 신부전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는 희귀 질환인 크론병을 앓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니컬스가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의식이 없는 상태였으며, 당시 얼굴에 피멍이 가득했다고 전했다.

경찰서장 "가해 경찰관들, 악랄하고 난폭"

니컬스를 폭행한 경찰관 5명은 모두 흑인이었으며, 해고된 후 2급 살인과 가중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됐다. 테네시주 법에 따르면 2급 살인은 15년에서 6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세를린 데이비스 멤피스 경찰서장은 "경찰관들의 행동은 악랄하고 난폭했으며, 비인간적이었다"라며 "니컬스에게 적용된 혐의인 난폭 운전과 관련해 보디캠에 촬영된 영상은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니컬스의 차량이 정차했을 때부터 경찰관 10명가량이 몰려들었고, 이들은 공격적이고 소란스러운데다 욕설까지 사용한 탓에 니컬스가 매우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컬스 유족의 변호인 안토니오 로마누치는 "이 젊은이(니컬스)는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라며 "한두 명도 아닌 5명의 경찰관이 니컬스를 폭행하며 자유와 헌법적 가치를 억압했고, 이는 살인으로 이어졌다"라고 규탄했다.

또 다른 변호인 벤 크럼프도 "경찰관들이 니컬스에게 한 행동은 부적절하고 불필요했다"라며 "이날 공개된 영상은 5명의 경찰관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라고 강조했다. 

'제2의 플로이드 사태' 벌어지나... 유족·바이든 '평화시위' 호소 

미국에서는 2020년 5월 미네소타주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했을 때처럼 전국적인 항의 시위가 벌어질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날도 멤피스, 뉴욕, 보스턴 등에서는 니컬스의 사망과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데이비스 서장은 시위를 우려해 금요일인 이날 오후 늦게 영상을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컬스의 어머니 로번 웰스도 "내 아들은 사람들이 도시를 불태우고 거리를 파괴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우리를 위해 시위한다면 평화롭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니컬스를 죽음에 이르게 한 구타가 담긴 끔찍한 영상을 보고 격분했으며, 깊은 고통을 느꼈다"라며 "검은색이나 갈색 피부를 가진 미국인이 매일같이 겪는 공포와 트라우마, 고통과 피로감을 되새겼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정당하다"라면서도 "정의를 추구하는 이들은 폭력이나 파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라고 만류했다.

그는 "폭력은 불법적이며 파괴적으고, 결코 용납될 수 없다"라며 "니컬스의 유족과 마찬가지로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되기를 촉구한다"라고 촉구했다. 또한 니컬스의 유족에게 애도를 전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