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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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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

15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에 파병된 아크부대 장병들과 만난 윤석열 대통령이 한 발언이다. 이 발언을 두고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참사는 어디까지인가"라며 "대통령의 발언은 국익을 해치는 외교적 실언"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외교적 실언으로 규정한 이유로 "우리나라가 이란을 군사적 위협세력으로 여기고 있다는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한국과 이란이 우호협력국임을 강조했다. 적절한 이유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발언이 실언인 이유는 이뿐만 아니다. 이란뿐만 아니라 국빈방문한 UAE의 입장마저도 곤혹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UAE와 이란이 서로 적국이라고? 

물론 수니파 이슬람국가인 UAE와 대표적인 시아파 이슬람국가인 이란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16년, 수니파 이슬람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성직자 니므르 알 니므르를 처형하자 분노한 이란 대중이 이란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공관을 습격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의 국교 단절을 선언했고 같은 수니파 이슬람국가인 UAE 역시 주이란 대사를 자국으로 소환했다.

이후 2017년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이란에 우호적인 카타르와의 국교를 단절하면서 '국교 복원' 조건으로 이란과의 단교 등 13개 사항을 요구한 바 있다. 또한 UAE는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정을 탈퇴하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지지한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해 8월, UAE와 이란이 2016년 격하된 국교를 다시 회복하며 사이프 알 자비 주이란 대사는 테헤란으로 돌아갔다. 당시 UAE 외교부는 이에 대해 "이는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UAE의 노력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국교 회복에 앞서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외무장관과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양국의 관계 회복을 위해 다섯 차례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당시 UAE 국영 통신사인 WAM은 양국의 외무장관이 "양국의 이익을 위해 양국 관계 및 협력 분야를 강화"하는 방법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2021년 8월 3일 취임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역시 취임 후 3일 만에 UAE 특사를 만나 "이란은 UAE에 진심 어린 우호 정신을 지니고 있다. 양국의 긴밀한 관계는 양국 간의 형제애와 더불어 긴밀한 협력의 길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10년 만에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안보보좌관이 이란을 방문해 라이시 대통령을 면담했다.

UAE 입장도 난처하게 만든 윤 대통령의 실언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UAE 국가가 연주되자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UAE 국가가 연주되자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 에미리트통신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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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UAE와 이란의 국교 회복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UAE가 자국 대사를 소환한 이후인 2017년에도 UAE와 이란의 교역량은 110억 달러(약 13조 원) 수준이었다('The UAE-Iran diplomatic reset is part of a greater focus on regional stability' 참고). UAE는 이란의 수입국 1위이자 수출국 3위인 국가이기도 하다('Iran, UAE cozying up to revitalize ties despite wariness' 참고).

지난해 2월, 레자 파테미 아민 이란 통상부 장관은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UAE를 방문해 무역 협정을 맺기도 했다. 서로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 중 하나로서, 양국은 여러 조건 하에서도 국교를 정상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던 것이다.

이처럼 UAE와 이란, 양국의 관계는 지난 2016년의 긴장 관계에서 점차 서로의 이해관계 속에서 완화 관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UAE의 적이 이란이라고 단언했다. 외교부는 해외파병 중인 장병들을 위한 격려 말씀이라며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의 관계와는 무관하다.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라고 해명했지만 이란과 우리나라와의 관계 악화는 물론, 기껏 이란과의 관계를 완화시키려 노력 중인 UAE의 입장도 난처하게끔 만든 대형 실언일 뿐이다.

태그:#윤석열, #이란 , #아랍에미리트, #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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