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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함양
 
하는 일이 실타래처럼 술술 풀리면 그 일에 장애가 없고 순조롭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경씨는 매사에 일이 술술 풀린다. 아니 애초에 술술 풀리는 일을 한다고 해야 하나.

누구든 시작했다하면 중독될 수밖에 없다는 뜨개질의 매력을 전파하는 이상경씨의 뜨개 이야기를 들었다. 모자, 옷, 담요, 쿠션, 인형, 가방까지 바늘과 실만 있다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뜨개다.

실수로 코를 빠트리거나 코 숫자를 잘못 세 모양이 틀어질 수 있지만 괜찮다. 실을 풀어 다시 되돌리면 된다. 멈추지 않고 뜨개의 시간이 쌓이면 누구든 완성품을 손에 쥘 수 있다. 

이상경씨는 스물네 살 때부터 뜨개질을 했다. 당시에는 그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봤던 목도리, 장갑을 손뜨개로 만든 정도지만, 이십 대부터는 전문적으로 시작했다. 상경씨의 자매들은 모두 손재주가 좋아 양장점, 수예점, 꽃꽂이를 해 왔다. 언니의 수예점을 도왔던 상경씨는 자연스레 뜨개를 접할 수 있었고 본인에게 소질이 있다는 걸 알았다.

"해도 해도 질리지가 않고 너무 재밌었어요. 하나를 가르쳐 주면 두 개, 세 개를 혼자 할 수 있겠더라구요"

상경씨는 오랫동안 수예점을 운영하다 잠시 드림아트문구점을 운영했다. 뜨개질을 놓지 못했던 그녀는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문구점 한쪽 코너에 수예점을 차렸다. 실을 진열해 놓고 샘플을 만들고 문구점을 하면서 틈틈이 뜨개질을 했다.

경남 함양읍에는 현재 수예점이 한곳도 없다. 개인적으로 하는 몇 사람은 있지만 그처럼 가계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상경씨가 운영하는 곳이 사랑방이 됐다. 뜨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작품을 만들어간다.

그는 사람들이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터뷰 중에도 손님 몇몇이 마무리가 안돼서, 하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급하게 뜨개방을 찾아왔다. 상경씨는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설명했다. 이곳에 스무 명가량의 고정멤버가 출근도장을 찍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기쁨'이라고 설명했다. 

"저마다 다른 작품을 만들고 실도 다르고 방법도 다르고 실력도 차이 나니 가르치는 것도 제각각이죠. 힘들 때도 있지만 완성품을 만들고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더 기쁘죠."

최근 뜨개 가방이 대세다. 명품가방 회사에서 뜨개 라인을 출시하면서 뜨개 가방에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런 유행은 젊은 층에도 뜨개 붐을 일으켰다.

"예전에 뜨개방을 할 때는 뜨개질이 계절을 탔어요. 겨울에만 성수기였죠. 하지만 지금은 사계절 내내 뜨개질을 해요. 특히 명품가방 회사에서 뜨개 가방을 출시한 이후 젊은 사람들이 직접 뜨개질을 배우러 오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뜨개 가방의 매력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진짜 나만의 명품이라는 것 아닐까. 선물하기도 좋고 선물 받은 사람의 만족도도 높다.

이상경씨는 남들보다 빨리 트렌드를 예측하고 샘플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도 높아 실을 공급하는 업체에서도 그녀의 솜씨를 알아준다. 그녀의 실력은 함양문화원, 함양군종합사회복지관, 주부대학, 장애인센터, 관내 학교 등에 강의를 나가며 더욱 인정받았다.

그는 "뜨개질을 할 때면 잡념도 사라지고 작품을 완성하면 희열감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한 타래 실을 모두 사용하면 끝낼 줄 알았지만 새로 이어지는 뜨개, 반복하고 도전하면 시간이 쌓이고 무엇으로든 채워지게 된다. 끊임없이 실타래에서 행복이 술술 빠져나온다.
 
ⓒ 주간함양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 (하회영)에도 실렸습니다.


#475- 뜨개 전문 이상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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