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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모래 가득한 낙동강. 합천보 개방 덕분에 드넓은 은모래가 드러났다.
 은모래 가득한 낙동강. 합천보 개방 덕분에 드넓은 은모래가 드러났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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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창녕보(아래 합천보)의 수문 개방으로 낙동강의 모습이 완전히 변화됐다. 그동안 깊은 물로 갇혀 있던 낙동강이 합천보 수문이 완전히 열림으로써 수위가 떨어지고, 원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

그 모습은 4대강사업 이전 혹은 더 과거의 낙동강 모습으로, 되찾아야 할 낙동강의 미래, 즉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의 모습이었다.
 
은빛 모래톱의 향연.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다
 은빛 모래톱의 향연.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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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그 현장엘 찾았다. 특히 달성보(합천보 수문개방은 바로 위에 있는 보인 달성보 아래까지 영향을 끼친다) 1.5킬로미터 아래 박석진교 밑에 펼쳐진 모래톱은 은백색으로 눈부신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박석진교에 서서 그 모습을 쳐다보다 직접 아래로 내려가 모래톱을 밟아 보았다.

합천보 수문 개방을 몇 년 한 덕분인지 원래 모래톱 위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녹조 사체들마저 다 씻겨 내려가고 은백 모래의 결정체만 남았다. 

이 모래는 수질을 정화시켜주는 탁월한 효과까지 지니고 있다. 흐르는 강물은 모래톱을 만나 유기물을 모래에 내어주고 스스로를 정화시킨다. 강물이 맑아지게 되는 원리인 것이다. 그래서 낙동강 보의 수문 개방은 중요하다. 
 
드넓은 모래톱 위를 낮은 물길이 흘러가는 모래강 특유의 모습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드넓은 모래톱 위를 낮은 물길이 흘러가는 모래강 특유의 모습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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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개방은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진행돼 12월 22일 완전 개방됐다. 현재 그 수위가 해발 4.9미터다. 합천보의 원래 관리수위가 해발 10.5미터이니 무려 수위가 5.6미터 내려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아름다운 모래톱을 우리가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도 잠깐이다. 환경부는 1월 17일이 되면 다시 수문을 닫을 계획이다. 그래서 1월 31일이 되면 해발 9.2미터까지 수위를 올리게 되고 그러면 다시 모든 모래톱이 강물에 수장되게 된다. 낙동강변 마늘과 양파밭에 물을 대야 한다는 농민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은빛 모래톱을 오랫동안 보고 싶다

그러나 눈이 많이 내리거나 이른 봄비가 내려 가물지 않으면 환경부는 2월 2일부터 수문을 닫을 계획이다. 그러니 모쪼록 올봄이 가물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야 할 것 같다.
 
물빛도 너무 맑다. 모래톱을 흘러온 강물은 모래톱을 만나면 수질이 정화된다.
 물빛도 너무 맑다. 모래톱을 흘러온 강물은 모래톱을 만나면 수질이 정화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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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모래톱 위를 강물이 스치듯 지나간다. 모래톱 안으로는 더 많은 강물이 스며들어 흘러갈 것이다.
 드넓은 모래톱 위를 강물이 스치듯 지나간다. 모래톱 안으로는 더 많은 강물이 스며들어 흘러갈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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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은백색 모래톱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좀 더 오래 감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침 그 모래톱에서 먹이 활동과 휴식을 취할 천연기념물 독수리도 몽골에서 돌아왔다고 한다.

하루속히 낙동강 취·양수장의 구조개선 작업이 이루어져 수문을 열더라도 양수장과 취수장이 가동될 수 있는 구조를 빨리 만들어, 낙동강 보의 수문을 사시사철 열어둘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볼 뿐이다.
 
모래톱 위를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는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모래톱 위를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는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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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은빛 모래톱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조그마한 새 한 마리가 종종걸음으로 내달린다. 바로 멸종위기종 흰목물떼새다. 은빛 모래톱 위를 달려가는 그 모습이 너무 조화롭고 아름답다. 녀석은 그 모래톱 위에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어주었다. 이런 모습을 영원히 보고 싶다. 이것이 너무 큰 꿈인가?
 
흰목물떼새가 발로 그린 그림이다.
 흰목물떼새가 발로 그린 그림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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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합천보 수문이 닫히기 전에 사람들과 함께 '낙동강 모래톱 걷기' 행사라도 열어야 할 것 같다. 곧 수장돼 사라질 이 대자연이 향연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낙동강 모래톱 걷기 행사는 1월 14일(토) 오전 10시 박석진교 옆 낙동강 제방에서 시작된다. 문의는 대구환경운동연합(053-426-3557)으로 하면 된다.
 
드넓은 모래톱이 합천보 수문개방과 더불어 찾아왔다. 되찾아야 할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다.
 드넓은 모래톱이 합천보 수문개방과 더불어 찾아왔다. 되찾아야 할 낙동강의 오래된 미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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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가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 현장을 다니면서 낙동강 모습을 기록해오고 있다.


태그:#낙동강 , #합천보 수문개방, #모래톱, #흰목물떼새,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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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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