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이미지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이미지 ⓒ JTBC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결말에 대해 많은 불만이 터져 나온다. 당장 우리 집만 해도 남편의 불만이 어마어마하다. 시리즈가 거의 끝날 무렵 우연히 보기 시작해서 처음부터 정주행 했다. 

맥 빠지는 결말에 대한 실망 말고도 불만의 지점이 조금씩 다를 텐데, 어떤 기사에서 흥미로운 표현을 봤다. 재벌 회장의 자리를 향해 승승장구하며 달려가는 국밥집 아들을 시청자들이 응원했던 것은 재벌의 세습을 막는 정의로운 결말을 바라서가 아니라는 거다. 그럼 회장이라도 되길 바란 걸까?

잘 모르겠다. 우선 나는 진도준을 응원하지 않았다.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어서도 여전히 그들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을 뿐이다(드라마니까 그렇다고 하지 마시라. 드라마니까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거다). 결국 다시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교사) 원래의 윤현우로 돌아온 후에도 그는 복수를 위해 힘 있는 자를 찾는다.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힘없는 자의 편에 서는 힘 있는 자 말이다. 당연히 또 실패한다.  

그제야 진도준은 참회라는 선택을 한다. 꿈도 아니고 시간여행도 아니고 참회. 높은 빌딩에서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정규직이 되겠다고 외면한 양심에 대한 참회.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개같이 충성하면 결국 개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참회 말이다. 그것만이 일어날 일이 일어나는 정해진 미래로 가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미래로 가는 길이 된다. 작가가 진도준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악의 평범성'에 대한 교훈, 즉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으면 평범하게 행하는 일도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또 한 가지 안타깝게 지켜본 것은 진도준의 사촌들이었다. 가진 자들이 더 갖고 싶어 발악하는 모습이야 그동안 숱하게 봐왔으니 그렇다 치고,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부모의 인정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과도 같은 인간의 본성을 보라. 그들의 인정욕구에 대한 갈망은 나이와 상관없이 따라붙는다. 아버지를 떠나! 그것만이 당신들이 살길이야, 속으로 외쳐봤지만, 그들은 결코 아버지를 떠날 수 없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내 김연수 작가가 9년 만에 내놓은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떠올랐다.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로 뽑혔다는데, 시기적으로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청년실업, 기후재앙, 팬데믹 등 암울한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담았기 때문이다.  

진도준으로 태어나지 못한 수많은 윤현우들은 팍팍한 현실을 딛고 가족을 책임져야 하고 자신을 책임져야 하고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 정규직만 될 수 있다면 개같이 충성하는 것, 그까짓 거 못할 것 없는 심정이다. 그런데 김연수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미래를 알고 있다고.

미래가 현재를 만든다. 현재가 미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가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느냐에 따라 다른 현재가 주어지는 거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실상 아주 평범한 것들인데 특별함 앞에서 길을 헤맨다. 우리가 도달하고 싶은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오늘을 살아가는 것만이 우리가 할 일이다.

진도준은 그것을 벗어나려 했기에 죽음과 같은 참회를 한 거다. 평범한 미래,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미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조용미 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oddle222)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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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늘 무언가를 추구한다. 거실에는 모임이 끊이지 않았고 학교와 마을에서 사람들과 온갖 작당질을 꾸몄다. 정해진 궤도에서 벗어나기를 좋아해서 지금은 갈무리하지 못한 것들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쓰고 그리는 일을 한다. 에세이, 그림책, 소설을 넘나들며 막무가내로 쓴다. 깨어지고 부서진 것들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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