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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가 서울 학생의 안전과 생명 예산 등을 삭감하려고 시도하자, 5일 서울지역 교육단체 대표와 학부모들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서울 학생의 안전과 생명 예산 등을 삭감하려고 시도하자, 5일 서울지역 교육단체 대표와 학부모들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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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9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13명중 9명이 학생교육과 학교에 필요한 예산 '5천 688'억원을 '0'원으로 삭감하였고, 이어 12월 7일 예산결산위원회에서도 같은 내역으로 통과되었다.

아이들과 학교에게 돌아갈 교육 예산이 '감액'도 아닌 '삭제'가 되었다. 학교 기본 운영비 1천 829억, 서울형혁신교육지구 165억, 석면공사 6억, 학교 밖 청소년 교육수당, 자살예방연수, 학생인권, 학교민주시민, 먹거리 내실화, 불법촬영 등 50억, 전자칠판 1천 590억, 디지털교육 전환 920억, 화장실 개선 378억, BTL 사업 63억 등, 삭감 규모가 총 5688억원이 넘는다(관련 기사: '학부모 부담 경비' 대신 내주던 153억 원, 사라졌다 http://omn.kr/21xkx ).

삭감된 예산 속에는 학교 운영에 꼭 필요한 냉난방비, 학교신축 및 개축비,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아이들 지원비 등도 포함되어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삭감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방적으로 '방만하다, 적절치 않다, 세금 낭비다' 등 매우 추상적인 이유로 대폭적인 예산 삭제가 이루어졌다.

물론 예산 감액은 서울시의회의 고유 권한이다. 다만 예산을 감액할 때에는 신중한 접근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산 삭감으로 인한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학교 교육활동이 위축되는지, 소외되는 학생은 없는지, 학교 안전에 위협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

아무리 예산 삭감 권한을 지닌 시의원들이라 할지라도 '5688'억원이 넘는 교육예산을 '0'원으로 처리한다면, 두고두고 회자될 사건으로 남을 것임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학교는 다른 기관과 달리,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전가된다. 그중 가장 큰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학생 안전 및 건강권 관련 예산 삭감... 피해는 학생들에게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보낸 2023 예산안.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보낸 2023 예산안.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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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난 11월 교육 예산 삭감으로 인해 학교 교육활동과 안전에 지장을 미칠 수 있는 몇 가지 서울시교육청 사업을 예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 안전 관련 예산이 삭감되었다.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민간투자사업 추진 중단으로, 5개 초등학교 개축이 어렵게 되어 낡고 위험한 학교에서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고, 석면공사 예산 삭감으로 학생들의 건강권과 학습권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커졌다.

둘째, 학교 기본운영비가 감액되었다. 이로 인해, 학교 냉·난방비가 부족하여 춥거나 더운 교실에서 수업이 이루질 수도 있다. 더구나 사립학교 학교 기본운영비는 전액 통과시키고, 공립학교는 삭감하여 형평성 논란이 확산될 수도 있다.

셋째,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 서울형혁신지구는 서울시-서울시교육청-자치구청-교육지원청이 함께 협력하여, 어린이와 청소년이 미래사회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교육과 마을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형혁신지구 사업은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지난 10년간 이어진 '교육 행정기관'과 '일반 행정기관' 간의 대표적인 민관학 '협치사업'이기도하다.

그동안 서울형혁신교육지구는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자치구가 125억 이상 예산을 편성하여 최소 375억원 이상으로 운영하여 왔다.

서울시교육청 125억은 11개 교육지원청에 보내져, 이중 '약 80%'는 학교회계전출금으로 학교에 교부하여, '1,313교 중 1,159교'가 참여하는 '학교선택제사업'으로 생태전환, 문화예술, 학생상담, 협력수업교사, 문화예술, 놀이학교, 마을결합학교 등에 사용되어 왔다.

'나머지 20%'는 교육지원청 운영 예산으로 마을교과서제작, 학교선택제모니터링, 마을결합학교지원, 어린이-청소년 축제 지원 등을 지원해왔다.

교육부도 2023년 중점과제로 미래교육지구를 운영하여, 교육당국과 지자체의 교육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미래교육 체제로 전환하여 학생들의 성장 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은 지역연계 생태', '4학년 우리고장 알기', '5학년 지역문화 탐방', '6학년은 역사로 보는 지역' 등의 선택교육 과정을 두고 있다.

일본,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덴마크, 영국 등에서도 다양한 학교-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사업은 미래사회의 주인공으로 자라날 어린이-청소년에게는 꼭 필요한 사업을 선제적으로 운영해오고 있었으나, 사업예산 전액 감액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외에도 사업 내용 보다는 '혁신', '더불어', '꿈', '인권', '민주', '미래' 라는 단어가 나오면 예산 삭감 대상으로 몰아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서울시의회 의원으로서 시민의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 생각한다. 다만, 일방적인 예산 삭감 보다는 서울교육과 학생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은 고민과 논의를 통해 예산이 결정되어야할 것이다.

서울시의회가 삭감한 5천 688억이라는 예산이 쓰이는 사업이 모두 방만하거나 예산 낭비 사업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는 교육 예산 삭감으로 인한 교육의 질적 저하뿐만 아니라, 학생의 안전, 복지사각 지대 지원 등에 부정적 영향 끼칠 수 있음을 감안해 부디 합리적이고도 정당한 결정을 내길 바란다.

태그:#교육청, #서울시의회, #교육예산, #예산삭감,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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