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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웠던 예년과 달리 올해 11월은 기온이 영상 10도 중반을 유지하며 따듯했다. 하지만 11월 마지막 날인 30일은 영하 7도까지 떨어졌다. 기온이 20도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에 체감 온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날씨가 왜 이러는 걸까? 11월의 이상 기온 문제와 함께 올 겨울은 얼마나 추울지 듣기 위해 이정훈 KBS 기상 전문기자를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어요. 11월 중순만 하더라도 높은 데는 20도가 넘었는데 11월 30일엔 영하 7도로 하루 만에 16도가 떨어졌어요. 29일엔 영상 9도였는데 말이에요. 이건 굉장히 이례적인 거죠?
"아주 이례적인 일이고요. 지금 기준으로 한파 특보제가 시행된 게 2010년부터예요. 근데 이렇게 넓은 지역에 한파 경보가 발령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 뒤로는 기온이 조금 올랐다가 11일(일)부터 다시 기온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해서 다음 주 아마 14일(수) 정도부터 또 매서운 한파가 한 번 찾아올 걸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 그럼 왜 11월 말에 기온이 확 떨어진 것인가요?
"11월에 포근했던 이유와 최근에 추워진 그 이유를 같이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두는 제트기류라는 강한 바람이 있어요. 11월까지만 해도 이 강한 바람이 북극 주위를 감싸고 돌면서 찬 공기를 가둬 두는 역할을 해줬어요. 근데 11월 말쯤 제트기류가 느려지면서 팽팽하게 가둬 뒀던 공기가 남북으로 출렁이기 시작한 거예요. 밑으로 처지는 쪽에 찬 공기가 북극에서 중위도로 내려올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거고요. 물론 올라간 쪽은 더 따뜻하기도 해요.

근데 상황을 봤더니 러시아 서부 쪽에 따뜻한 고기압이 발달해서 그쪽은 위로 올라갔어요. 하지만 이 고기압 주변에서는 바람이 원래 시계 방향으로 불거든요. 러시아 서부 쪽에 고기압이 있어서 시계 방향 바람을 타면 주변에 있는 북쪽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갖춰져요. 그래서 그 고기압 주변으로 북극과 시베리아에 쌓여 있던 찬 공기가 11월 말부터 우리나라 쪽으로 내려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기상 이변을 자주 발생시키는 블로킹 현상
 
이정훈 KBS 기상 전문기자
 이정훈 KBS 기상 전문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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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하곤 왜 다른가요?
"사실 그해 그해 나타나는 자연적인 특징도 있거든요. 이 제트기류가 팽팽하거나 느슨한 것들이 자연적인 변동성을 갖고 있는데 올해 같은 경우 폭이 유독 심했다고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이런 폭을 만드는 게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냐는 것에 대해 많은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다만 이렇게 많이 출렁이는 게 블로킹 현상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거든요. 공기의 흐름이 팽팽하게 흐르지 않고 구불구불 느려지며 정체하는 걸 블로킹 현상이라도 하는데요. 이런 현상이 기후 변화로 늘고 있다는 연구들이 있어서 이것도 기후변화와 무관하지는 않다는 정도로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럼 이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될 수 있을까요?
"맞습니다. 블로킹 현상은 기상 이변을 자주 발생시킬 수 있는 요소거든요. 만약 블로킹 현상 때문에 더운 공기가 오래 머물게 되면 폭염이 심해질 수도 있고요. 반대로 찬 공기가 내려와서 더운 공기와 부딪치면 집중호우가 내릴 수도 있어요. 겨울철 같은 경우 오랜 기간 한파가 이어질 수도 있죠.

봄 같은 시기에는 우박이나, 우리나라에선 드물지만 용오름(토네이도) 현상 같은 것도 블로킹 현상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줘서 생길 수도 있습니다. 블로킹 현상은 앞으로 기후 변화로 점점 늘어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고, 그로 인해서 각종 기상재해가 발생할 확률도 분명히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 그럼 예상되는 기상재해는 뭔가요?
"예상되는 자연재해는 폭염도 있고요. 겨울철 찬 공기가 많이 내려온 지역에서는 한파나 폭설이 더 심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죠. 집중호우 역시 블로킹 현상과 연관된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사실 여러 가지 기상재해가 블로킹과 연결될 수 있어서 하나로 집어서 말씀드리기 힘들 정도로 관련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저 어릴 적엔 눈이 오면 녹는데 사나흘 정도 걸린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은 오전에 함박눈이 와서 쌓여도 녹는데 하루 안 걸리는 것 같거든요. 지구 온난화 때문인가요?
"기후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여러 기상 요소 중에 눈도 아마 대표적인 현상이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눈이 내리고 하루 만에 녹는 것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 수 있고요. 그것보다도 전반적으로 눈을 볼 수 있는 기간, 그리고 전체 적설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사실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이런 것들은 지구 온난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과거에는 눈이 오랫동안 쌓여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기온이 전반적으로 오르다 보니까 눈이 잘 오지도 않고, 어쩌다 눈이 왔더라도 말씀하신 것처럼 금방 녹게 되는 경우가 또 많은 것 같아요. 올해 같은 경우 11월에 워낙 포근해서 스키장이 개장을 미루기도 했잖아요. 이런 게 아마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히 점점 더 잦아질 거고 우리가 눈을 볼 수 있는 기간, 눈의 양이 아마 점점 더 줄어드는 건 추세적인 부분에서 봤을 때 분명해 보입니다."

- 우리나라는 평균 몇도 오른 건가요? 예전에 한강에서 스케이트도 탔다고 하던데 지금은 안 되잖아요.
"우리나라도 사실 평균 기온으로 치면 지구 평균 기온하고 비슷하거나 그거보다 약간 더 올랐는데요. 근데 평균 기준으로 치면 1도 조금 더 넘는 수준으로 오르긴 했지만, 과거에 비해서 한파 일수나 한강의 결빙 일수는 말씀하신 것처럼 크게 줄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말씀을 드려야 될 부분이 한강의 결빙 일수가 줄어든 건 추위 영향도 있지만 과거보다 한강의 정비 사업 같은 게 진행이 되면서 유속이 또 빨라졌거든요.

한강이 느리게 흘렀을 때는 아무래도 온도가 조금만 낮아도 얼기 쉽고 또 오래 얼 수 있었는데 빨리 흐르다 보니까 예전만큼 추워도 잘 얼지 않고 얼더라도 두껍게 얼지 않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강의 결빙에 대한 부분은 과거랑 비교했을 때 체감하기에 굉장히 큰 차이이기는 하지만 기온 상승만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 최근 몇 년 눈이 많이 안 온 것 같거든요, 이번 겨울은 눈이 어느 정도 올까요?
"눈 예측은 사실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아무리 눈구름이 지나가더라도 지상의 기온이 높으면 비만 오고 눈은 안 올 수도 있죠. 기상청이 겨울철 3개월 기상 전망을 내놓는데 이때 눈이 어느 만큼 올 거란 얘기는 안 하고요. 강수량으로 표현해요. 기상청에서 11월 하순에 발표했던 3개월 전망을 보시면 강수량이 12월과 1월에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보이고 2월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고 나와 있어요. 일단 강수량 측면으로 봤을 때 눈이나 비를 뿌릴 수 있는 저기압이 예년보다 우리나라 통과할 확률은 좀 낮을 것으로 보이고요.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눈도 적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가장 관심 가는 게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지잖아요. 지금 알 수 있을까요?
"기상 예보라는 게 여러 가지 슈퍼컴퓨터로 예측 모델을 돌려서 예측 하는데 이게 일주일만 넘어버리면 예측 성능이 매우 떨어져요. 카오스라고 하죠. 여러 가지 복잡한 흐름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그래서 예보라는 게 일주일이 넘어가면 굉장히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보시면 되는데 지금 크리스마스가 20일 정도 남은 상황이다 보니 지금 시점에서 말씀을 드리는 건 거의 찍기에 가까운 수준이에요. 그래서 눈이 올지 부분은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정도는 되어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그럼 지금 기상 예측은 일주일만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상청 같은 경우 중기 예보라고 해서 열흘까지 예보하고 있고 예측 모델도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한 2주 정도까진 자료가 나오고 있어요. 그러니까 2주 뒤에 비구름이 어디를 지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예측이 나오고는 있는데요. 우리가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은 여전히 한 일주일 정도 안으로 보시면 될 것 같고요. 그 안에서도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과학적으로 여전히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12월엔 예년보다는 한파가 조금 잦을 듯
 
이정훈 KBS 기상 전문기자
 이정훈 KBS 기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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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올겨울 날씨 예측 어려울까요?
"기상청이 매달 3개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대중들이 원하는 만큼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크게 기온이나 강수량이 어떻겠다고 전망하는데요. 일단 거기에 기반해서 말씀을 드리면 초겨울인 12월은 기온이 예년보다 낮거나 비슷할 거라고 예보를 냈어요.

그리고 1월하고 2월은 평년과 비슷한 정도의 추위가 예상된다는 거죠. 초겨울 추위는 예년보다 심하고 한겨울이나 늦겨울에는 예년 정도의 추위가 일단 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시면 되고요.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거나 비슷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남부 지방 같은 경우는 가뭄이 심하거든요. 겨울에도 가뭄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이는 상황입니다."

- 한파는 얼마나 올까요?
"한파 수준의 낮은 기온이 얼마나 자주 나타날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에요. 평균적으로 찬 공기가 어느 만큼 내려오겠다는 건 어느 정도 예측이 되지만 한파같이 하루 이틀 사이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한참 전에 예측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초겨울인 12월 같은 경우 아무래도 예년보다는 한파가 조금 잦을 가능성이 크고요. 1월은 연중 가장 추운 시기잖아요. 그때는 예년만큼 한파가 잦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금 상황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세요.
"지난여름에 집중호우도 있었고 태풍으로 인해서 또 많은 분이 피해를 보시지 않았습니까. 재난 측면에서 보면 겨울철 같은 경우는 가장 주의해야 될 게 한파나 폭설이죠. 한파 같은 경우는 폭염과 마찬가지로 집중호우처럼 즉각적인 인명 피해를 내는 경우는 많지는 않지만, 우리가 알게 모르게 우리 건강에 영향을 줘서 초과 사망률을 높이기도 해요. 실제로 겨울철에는 돌아가시는 분들이 더 많잖아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거나 아니면 매우 추운 날씨일 때는 평소에 뇌나 심혈관계 질환이 있으신 분들, 그리고 노약자분들은 꼭 얼굴이나 머리 부분의 보온에 신경을 많이 써주셔야 하고요. 그리고 겨울철에 폭설이나 또 길이 얼어서 도로 살얼음이 생기는 경우에 교통사고 등의 피해도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한 주의도 계속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도 중복게재합니다.


태그:#이정훈, #날씨,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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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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