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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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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받지 않으면, 저는 (죽은 아들과) 같이 가겠다고 이 자리에서 맹세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도와주십시오. 제발, 저희들 좀 도와주십시오. 저희가 같이 가지 않게, 길거리로 나서지 않게, 미친년처럼 그렇게 살지 않게, 좀 도와주십시오. (흐느낌) 제가 이 말씀을 안 드리려고 그랬어요. 제가 우리 아들 49재 끝날 때까지만 기도만 하고 조용히 보내려고 했는데, 오늘 '정쟁'이라는 얘기를 듣고 보니까 이건 아니었어요."

이태원 참사로 아들을 보낸 어머니가 흐느꼈다. 그는 "정쟁 그 뜻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잘못한 건 잘못한 거 아닙니까. 잘못한 거 사죄하는 게 뭐가 어렵습니까"라면서 통곡했다.

10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10. 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 기자회견'은 슬픔과 분노로 가득했다.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난의 정쟁화'라는 국민적 의구심이 있는 것",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됩니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이정민씨는 자식 잃은 슬픔을 잠시 제쳐두고 분통을 터트렸다.

"세월호가 가는 길이 대체 어떤 길입니까. 어떤 길인데 거기로 가면 안 된다는 겁니까. 저희는 모르겠습니다,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세월호 유가족들이 반정부세력입니까. 저희가 반정부세력입니까. 세월호 유가족들도 자식을 잃고 그 슬픔과 비통함 때문에 정부에 수많은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요구했었고,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저희한테 손을 내밀어줬습니까."

그는 "왜 벌써부터 갈라치기를 하고, 국민들한테 진실을 호도하는 것입니까. 이게 정부가 할 일이고 여당 책임자가 해야 할 얘기입니까"라면서 "세월호 때 어떻게 했는지 한 번 더 자신들을 돌아보고 저희한테 말씀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비판했다. "참사로 자식·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정쟁을 하겠습니까. 왜 하겠습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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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회복, 온전한 추모, 철저한 진상규명

이날 유가족들은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을 했다. 희생자 97명의 유가족 17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우리 유가족들은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과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분노와 슬픔을 표하며,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온전한 추모, 철저하고 분명한 진상 및 책임규명을 위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를 결성한다"고 밝혔다.

유가족협의회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이 되는 오는 16일 이태원역에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추모제를 열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많은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용기를 냈다. 먼저 보낸 딸에게 쓴 편지를 흐느끼며 읽은 한 어머니는 "어른들의 무관심과 수수방관으로 인해 너희들 158명 꽃다운 20대 청춘들의 억울한 희생이 헛되지 않게 엄마 아빠 유가족분들이 기운을 내고 힘을 내서 억울함과 한을 풀어주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게"라고 말했다. 다른 유가족들은 "살인자를 처벌하라", "이상민을 파면하라"라고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 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가족협의회 대표 이종철씨는 "윤석열 대통령님께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저희 유가족들이 다 죽어야,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 발 뻗고 잘 수 있는 겁니까. 저희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십시오.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는 통곡하며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님 애들한테 사과하세요. 진심으로 사과하시라고요. 잘못 있는 사람들을 처벌하시고, 빨리빨리 사과하세요. 억울하지 않게. (아들이)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진심으로 사과나 하세요. 부탁입니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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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바다 속 기자회견

1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눈물바다 속에서 진행됐다. 오열과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배우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의 편지에 유가족들은 함께 울었다.

"베란다에 키우고 있는 당근이 혹시 추워죽을까 비닐로 감싸준다. 그 당근이 추워 얼어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까 봐 그 식물에 지한이를 키우듯 내 온 정성을 다한다. 좁은 골목에서 흥겹게 흘러나오는 큰 음악 소리에 나도 모르게 커다란 눈물이 흐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도로로 두 팔을 벌려 눈을 감고 걸어 들어가면 잊혀질까 계획도 세워본다. 몸을 씻은 기억이 안 나 한 달이 지나 씻으며 통곡하며 타월로 내 몸을 얼마나 밀었는지 피가 흐른다. 이 피가 내 아들의 죽음의 순간보다 아픈 느낌일까."

한 희생자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에도 모두들 흐느꼈다.

"어제 조카가 '이모, 언니 꿈을 꿨다'라고 얘길 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나왔니?' 했더니, 하얀 원피스에 머리를 묶고 나왔는데,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지저분한 신발을 신고 나왔다고 합니다. (유가족들 모두 흐느낌) 그러면서 '언니, 어디 있었어? 너무 보고 싶었어'라고 물어보니까, 아무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고 그저 땅만 바라보면서 옅은 미소를 짓고 있으면서, '엄마 아빠', '엄마 아빠' 그렇게 외치더랍니다. 저희 남편이 저희 딸을 소중하게 들어 올리며 한없이 오열했고 저 또한 의자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울어댔다고 합니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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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창립선언문 전문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우리 유가족들은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과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분노와 슬픔을 표하며,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온전한 추모, 철저하고 분명한 진상 및 책임규명을 위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를 결성하며 아래와 같이 선언한다.

1. 우리는 일상적인 시간과 장소에서 길을 가다가 예기치 못한 위험을 맞닥뜨리고 허망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하여 모든 힘을 다할 것을 선언한다. 정부는 당시 많은 인파가 예상되었음에도 어떠한 사전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구조요청을 하는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였으며, 참사 이후 수습도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인명피해를 야기시킨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한다.

2. 우리는 정부에게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해 모든 행정적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하고, 정쟁을 배제한 철저한 국정조사, 성역 없는 수사 등 모든 수단을 통해 그 날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엄중함을 물어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향후에는 그 자리의 책임과 무거움을 느껴 이런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3. 우리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소통공간 마련과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기억해 줄 추모공간의 설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촉구하며, 유가족 협의회 구성에 불순한 의도로 그 활동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추모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우리 유가족들의 권리이며, 진정한 추모는 이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함께 되어야 한다.

4. 우리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희생자들에게 덧씌워지는 말도 안 되는 오명에 분노하며, 이후 행해지는 모든 2차 가해에 대해 조금의 선처 없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비인간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에 책임이 따를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5. 우리는 10.29 이태원 참사의 희생을 기억하며 국가가 국민에게 어떠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지 깊이 새기고,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이 땅에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유가족들도 모두 한마음으로 뜻을 같이하며 행동할 것을 약속한다.

2022년 12월 10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태그:#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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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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