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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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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속어 보도는, 어려운 현장 여건 속에서도 저널리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영상 기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을 보도한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에게 '뉴스특종단독보도부문상'을 수여했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12개 방송사 영상기자단이 공동취재영상물(풀취재)로 특종상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이 보도가 갖는 사회적 가치가 컸다는 방증이다.

이번 특종상에 대해 여당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소위원회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내보낸 보도에 상을 준 것은 언론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7일 서울 목동 한국영상기자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나준영 협회장은 영상취재 가이드라인이 정리 된 여러 책을 들고 나왔다. 나 회장은 "이달의영상기자상은 사실보도 등 영상취재 가이드라인을 면밀하게 체크한다. 가이드라인을 위반할 경우 선정하지 않는다"며 "엄격하게 검증해서 수상작을 선정한 것인데, 왜 논란이 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 비속어 보도, 저널리즘적으로 가치 있어" 

나 회장은 그러면서 '대통령 비속어 보도'가 특종상을 받을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직접 찾아와서 영상을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제안을 했을 때 기자단이 회의를 거쳐 거절했고, 이후 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기자단이 영상 조작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저널리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기자들의 노력이 있었다"면서 "그런 노력들이 있었고, 사회적으로도 큰 파급력을 불러왔기 때문에 (이를)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비속어 보도 이후 논란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나 회장은 "너무 소모적"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비속어 발언과 관련한 비판도) 우리 대통령이 외교 무대에서 국익에 맞게 일할 수 있도록 바뀌길 바라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정치나 외교 무대에서 더 안정적이고 정제된 언어를 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나 회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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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비속어 보도가 이달의 영상기자상으로 선정됐다. 선정 배경은 무엇인가.

"한국영상기자협회 이달의영상기자상은 총 11개 부문에서 저널리즘 가치가 있는 보도를 선정한다. 보도가 나가자 특종상 감이라는 평가도 있었고, 보도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출품 건의를 했었고, 대통령실 영상기자단 명의로 보도물이 제출됐다. 대통령비속어 보도는 풀취재(공동취재)로 이뤄졌지만,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이 저널리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가 직접 찾아와서 영상을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제안을 했을 때 기자단이 회의를 거쳐 거절 입장을 밝혔다. 또 영상이 보도되고 왜곡 가능성이 제기되자, 기자단이 영상 조작이 없었다는 내용을 성명으로 발표했다. 그런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공동 출품으로 제출을 받았고,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 당시 현장 일정이 급작스럽게 바뀌면서 취재가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들었다. 현장 기자들의 노력이 컸다고 하는데 맞나.

"사실 이번 보도는 취재 자체를 못했을 수도 있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참석한) 미국 뉴욕 글로벌펀드회의는 한국과 독일 정상회담 이후 갑자기 잡힌 일정이었다. 정상 회담 취재는 까다로운 보안 체크가 이뤄지는데, 보안체크 명단에 풀기자단이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태였다. 사실 보안체크 때문에 현장에 입장이 가능할지 여부도 불투명했다. 그래도 취재를 해야 한다고 해서 풀기자 4명이 현장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교통 정체가 극심했다고 하더라."

"풀기자단 취재하려고 카메라 장비 들고 1km 뛰었다" 

- 카메라 장비도 많았을텐데, 어떻게 시간에 맞춰 도착했나?

"풀기자단들이 차에서 내려서 각각 20kg 정도 되는 카메라 장비를 들고 1km를 뛰어서 현장에 도착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한국과 미국 정상간 만남을 어떻게든 취재하겠다는 의지였다. 현장기자들이 그렇게 땀을 흘리면서 이동해오니까, 회의 보안 담당자들도 빨리 취재하라고 협조해줬다고 하더라. 현장에서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고) 나오면서 한 말을 취재한 것도, 현장 기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 결과물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보도하기까지의 과정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영상 기자가 현장 기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켰다고 생각한다."

- 영상기자협회가 대통령 비속어 보도를 특종상으로 수여하자, 국민의힘 측에서 비판 성명을 냈다. 나준영 회장의 과거 활동 이력까지 거론했다. 어떻게 보나.

"이달의영상기자상이 이렇게 논란이 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수상작 선정은 언론학계와 법조계 등에서 참여한 심사위원 9명이 결정했다. 협회장은 심사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심사위원들은 언론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이고, 저널리즘적 판단 기준과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다. 영상 저널리즘 입장에서 영상 기자의 업무를 판단한 것이고, 영상 저널리즘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것에 대해 가치를 평가해서 상을 준 것인데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팩트체크도 안 된 걸로 상을 주냐고 얘기하는데, 대통령비속어 보도는 언론사 148개사가 보도했다. 그러면 그 100여개 언론사들이 모두 팩트체크를 안한 건데, 모두 다 사과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사과한 언론사가 있었나."

- 대통령 비속어 보도를 계속 논란거리로만 치부하려는 것 같다.

"논란을 만든 것은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판단을 한 사람들이다. '대통령 비속어' 보도는 현장에서 촬영한 그대로 보도한 것이다. 적어도 비속어를 쓴 부분은 확실하게 들린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직접 와서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도 그만큼 이 보도가 갖는 파급력, 폭발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비속어 논란으로만 몰고가는 건 소모적"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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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정부와 여당 측에서 이 보도 자체를 부정하려고 하면서,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MBC에 대한 정권의 집중 포화도 사실 이 보도를 문제삼은 것이다. 이 보도 자체를 부정하려는 태도인데 어떻게 보나.

"사실 그 영상과 사진들은 트리거(반응 또는 사건을 유발한 계기나 도화선) 작용을 했을 뿐이다. 사회적으로 많은 시민들이 우려를 했고,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 사진이나 영상으로 나왔을 때, 파장이 커진다. 이번 보도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정부 여당이 균형감 있게 정치를 해나가지 못한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 좀 더 좋은 외교를 펼쳐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있었다. 이번 보도에 따른 비판도, 우리 대통령이 외교 무대에서 국익에 맞게 일할 수 있도록 바뀌길 바라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꾸 비속어 논란으로만 몰고가는 것은 너무 소모적이라고 생각한다."
 
- 상황은 그런 바람과는 반대로 가는 것 같다. 대통령이 이제는 MBC를 비판하면서 '헌법 수호'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런 말에 대해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 (정부 여당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한다면 그 말이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것이다. (헌법수호 관련해) 헌법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부문이다. 그런데도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을 하는 것은, 오랫동안 언론에 종사해온 우리가 느끼기에는 괴리감이 크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현장 최일선에 서 있는 기록자로서 영상기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와 상관 없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기록을 할 뿐이다. 보도에 정치적 입장을 넣지는 않는다. 너무 정치적인 시선으로만 보지말고, 취재 활동과 언론 본연의 노력에 대해 자꾸 흠잡으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그:#윤석열, #비속어, #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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