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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 중 <05학번 이즈 히어>에서 서준맘 캐릭터 류인나를 연기하는 박세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 중 <05학번 이즈 히어>에서 서준맘 캐릭터 류인나를 연기하는 박세미.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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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기준 누적 조회수 약 3700만 회. 

구독자 171만 명을 보유한 개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05학번 이즈 히어>가 5개월여 만에 만든 결과다. <05학번 이즈 히어>는 20대 때 잘 나갔지만 이젠 한물 간 30대 후반~40대 초반 남성의 결혼과 이혼, 사업 등 일상을 위트있게 다루는 콩트 시리즈다.

대략 주 1회 간격으로 지금까지 올라온 30개 콘텐츠의 평균 조회수는 100만 회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이 중 회당 조회수 200만을 넘은 콘텐츠는 3개인데, 공통점이 하나 있다. 깃 세운 카라티에 스냅백 모자를 쓰고 카니발을 타며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아재' 캐릭터 배용남의 아내이자,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서준이의 엄마인 캐릭터 류인나가 등장한다. 

희극배우 박세미가 만들어낸 피식대학의 극중인물이자 그의 부캐(부캐릭터)인 서준맘은 전업주부다. 서울과 가까우면서 대형마트·아울렛 등 생활 인프라가 좋은 수도권 신도시에 산다. 가족 삼시세끼 잘 챙겨주고 야무지게 살림하면서도, 자신의 멋과 여가 또한 놓치지 않는 여성이다. 동네 '인싸'여서 엄마친구들과 같이 맛집도 가고 인스타 공구(공동구매)도 하고 정보나 '꿀템'도 나눌 줄 안다.

이처럼 신도시에 사는 젊은 엄마의 특징을 정확하고 재미있게 묘사한 서준맘은 현실세계 신도시 맘들의 조리원 단톡방, 맘카페를 점령했다. 몸매가 드러나는 골지 롱원피스에 휴대폰 하나 들어갈 정도의 작은 명품가방을 들고 블링블링한 네일로 자신을 꾸미지만, 육아 때문에 관절이 쑤셔 손목 보호대를 찬 서준맘이 꼭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공감을 산 것이다. 

속시원하게 말 못해왔던 젊은 엄마들의 고뇌와 욕망을 하이퍼리얼리즘 수준으로 살려낸 디테일 역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남편과 다투다가도 아들의 영어유치원 합격 소식을 듣고 폴짝폴짝 뛰며 기뻐하는 모습, 평소 좋아하지 않는 남편 친구와 남편이 몰래 사업한 것을 알게 되고 이혼 위기를 겪는 사연 등에는 수많은 엄마들이 "사찰당한 것 같다"며 놀라움을 표한다.

최근에는 이런 인기에 힘입어 서준맘의 일상 브이로그와 버킷리스트 챌린지 영상을 싣는 개인 채널 '안녕하세미'도 오픈했다. '서준맘은 어디에나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현실 고증이 완벽하다는 서준맘은 어떻게 엄마들의 공감을 샀을까. 현실세계의 신도시 맘들은 왜 유튜브 속 서준맘에 열광할까.

<오마이뉴스>는 희극배우 박세미가 아닌 부캐인 서준맘과 직접 대화해보고 싶었다. 지난 11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서준맘을 만났다. 여느 때처럼 손목보호대를 차고 나타난 그는 "장보기 꿀템 추천 콘텐츠 촬영을 막 끝내고 왔다"며 한숨 돌린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관련기사]
"서준맘 땜에 질렀잖아~" 요즘 신도시에서 가장 핫한 엄마 http://omn.kr/21w2j

"사실, 애기 어릴 때 우리도 젤 이쁜 나이잖아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 중 <05학번 이즈 히어>에서 서준맘 캐릭터 류인나를 연기하는 박세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 중 <05학번 이즈 히어>에서 서준맘 캐릭터 류인나를 연기하는 박세미.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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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인기가 많아져서 바쁘겠어요. 오늘은 아이 누가 봐줘요?

"오늘 인터뷰도 있고 유튜브 촬영도 있고 해서 아침 먹고 어머니에게 애기 맡기고 왔어요. 아침은 뭐, 요즘 밀키트가 잘 나오잖아요(웃음). 난 그걸로 다 해요. 막 진수성찬 차릴 필요 없어. 다 팔아요. 그래야 나도 편하고. 아니, 우리 주부들이 편한 게 (엄지를 치켜들며)👍🏻이거 아니에요?"

- 어떻게 신도시에 살게 됐어요? 서준맘이라면 학군부터 환경까지 꼼꼼하게 따져서 이사했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애를 낳고 살다 보니까 동네, 환경 이런 거 좀 중요한 것 같아요. 실은 내가 어렸을 때 이런 게 좀 부족한 환경에 살아봤어. 그래서 신도시처럼 깔끔하고 CCTV도 잘 돼 있는 안전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에 신경 썼어요. 엄마들 마음이 다 똑같잖아요."

- 11월부터 유튜브 개인 채널도 시작했더라고요. 구독자가 벌써 약 6만 명이에요. 장보기 꿀템 추천은 반응이 좋던데요.

"아유, 안 그래도 오늘도 촬영이 있었어요. 평소에 마트에서 장보기 하던 것들, 내가 정말 사서 먹는 거 추천하는 거예요. 난 참 그게 좋다? 좋은 거 소개해 주고, 너도 한 입 먹어보고 나도 한 입 먹고. 이런 게 정이지 뭐야." 

- 오늘은 뭘 추천하셨나요?

"꿔바로우랑 술안주 같은 거요. 그렇다고 뭐 내가 매일 술 먹는 건 아니에요. 오해하지 말기? 딱 한잔 정도지 뭐. 다들 알잖아요. 애 재우고 조용히 딱 한잔, 마시는 게 얼마나 시원한지." 

- 노래, 골프 등에 도전하는 영상도 신선했어요. 집안일과 육아만으로 바쁠 텐데 버킷리스트 챌린지는 왜 해요?

"애기 키우면서 해보기 어려운 것들 있잖아요. 그걸 하나하나 해서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너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콧바람 좀 쐬고 힐링하면서 지내면 좋겠다 싶었거든. 혼자서 애 키우려고 너무 막 힘들이지 말고 친정엄마나 주위에 잠깐씩이라도 맡기고 그랬으면 좋겠어서.

사실 애기 어릴 때 우리도 제일 이쁜 나이 아니에요? 꼭 골프 이런 거 아니어도 돼요. 어쩌다 한번 미용실 가고 네일숍 가는 거, 누군가는 사치로 볼 수도 있지만... 또 그 돈 쓴다고 정말 굶어 죽는 건 아닐 수 있잖아요.

전 엄마들이 스스로 잘 쉬었으면 좋겠어요. 아이 다 크고 엄마도 쉴 수 있을 때 되면 그땐 내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아니 봐봐요, 우리 엄마나 이모들만 봐도 다 그렇잖아요. 힘들게 자식 키워놓고 한숨 돌릴 때 되면 이제 내 몸이 삐걱거린다니까."

"엄마들이 그 모습 그대로 행복하고 스스로에게 만족했으면"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 중 <05학번 이즈 히어’>에서 서준맘 캐릭터 류인나를 연기하는 박세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 중 <05학번 이즈 히어’>에서 서준맘 캐릭터 류인나를 연기하는 박세미.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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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 보면 서준맘은 브이로그에서 가식 없이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것 같더라고요. "혼자 막 떠들다 보면 속이 시원해진다"고도 했잖아요. 어쩜 그렇게 솔직해요? 욕 먹을까 부담스럽지 않아요?

"우리 엄마들이 누구한테 내 마음을 대놓고 이야기하기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나는 한다? 꼬시랭이들 뭐 내 뒤에서 욕하려면 하라고 해요. (목소리를 높이며) 욕하라고 해. 그리고 저만의 스킬이랄까,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 참 성격 드럽다'는 말이면 그걸 그대로 말하기보다는 '너 되게 말 독시럽게(독하게) 한다' 하면서도 '그런데 넌 참 마음은 이뻐' 해버려요(웃음)."

- 그래서인지 구독자들도 다들 서준맘이랑 수다 떠는 기분이라며 좋아해요.

"누군가는 선 넘지 않게 말하는 부분을 예쁘게 봐주시고 누군가는 서준맘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줘서 속 시원하다 하지 않나 싶어요." 

- '결혼으로 갑자기 낯선 신도시에 뚝 떨어져 살아 우울했는데, 서준맘 덕분에 웃는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어요. 

"어머, 맞아요. 저 진짜 댓글 다 읽고 하트 누르거든요. 그런데 (낯선 곳에서 힘들었는데 기운 얻고 간다는) 그런 이야기들 정말 많아요. 서준맘이 이 정도로 여러분들에게 힐링이 되고 여러분들이 힘을 얻을 줄은 몰랐어요. 아주 그냥 너무 뿌듯하고 더 좋은 콘텐츠 만들어야지 싶다니까. 또 그런 분들도 있어요. 혼자 사는 분들도 라디오처럼 서준맘이 떠드는 걸 틀어 놓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얼마나 다행이고 내가 다 고맙지 뭐야, 아주 그냥 (엄지손가락 치켜들며)👍🏻이거예요."

- 서준맘 같은 동네 언니 한 명만 잘 만나면 무서운 게 없겠어요.

"그럼요. 남편 때문에 속상할 때, 아니면 뭐 동네에서 사기 당했다고 하면 내가 다 달려 나가지. 이 언니가 다 해결해주지. 우리는 다 의리로 똘똘 뭉쳐있거든. 안 그래요? 뭐 또 밉살맞은 친구가 뭐라고 해서 열받으면 그 이야기 다 들어주고. 그렇게 스트레스 풀면서 사는 거죠 뭐."

- 사람들에게 '신도시 맘'이라는 이미지가 좋은 것만은 아니었잖아요. 맘충, 진상이라는 이미지도 있고요. 서준맘이 이런 신도시 맘의 이미지를 바꿔놓고 있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맞아요. 댓글 중에 '(신도시 맘의 이미지가) 비하 표현이 담긴 맘충으로 묘사됐는데, 서준맘의 등장으로 귀엽고 좋은 이미지가 됐다. 서준맘이 맘충을 대체했다'면서 고맙다는 분이 계셨거든요. 그런데 진상이냐 아니냐 그렇게 엄마들을 볼 필요는 없잖아요. 물론 내가 누군가에게는 진상으로 여겨질 수도 있죠. 근데 이게 싸움으로 가지 않을 수 있고,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할 말 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난 꼭 그렇다? 단점만 이야기하지는 않고 좋은 것도 이야기하고요."

- 얼마 전 서준아빠가 서준맘한테 말도 안 하고 (서준맘이 싫어하는 남편 친구인 극중 캐릭터 조정구)와 사업하다 걸려서 이혼위기가 왔잖아요. 잘 풀었어요?(관련자료 : 신도시 부부는 왜 싸우는가 https://youtu.be/eS88FENq0Gg)

"아유 생각하면 또 화가 나. 남자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내가 한 오만 번은 이야기했을 거야, 정구오빠랑(서준아빠가 함께 사업한 친구) 사업하지 말라고. 그런데 결국 말을 안 들어서 사람 열 받게 하고 말이야. 그래도 또 어쩌겠어요, 내 남편인데. 알죠? 내가 정구오빠 사람이 싫은 게 아니에요. 그냥 그 오빠랑 사업은 같이 하지 말라는 거지."

- 서준맘은 앞으로 어떤 콘텐츠들을 선보일 건가요?

"엄마들이 진짜 공구 많이 하거든요. 애 키우느라 바쁘니까 하나하나 따져보고 알아볼 시간이 없단 말이에요. 그러니 내가 써보고 좋은 거 같이 공구할 생각도 있고, 결국 누군가의 삶에 뭐 하나라도 플러스가 되는 사람이고 싶어서 그런 걸 다루게 될 것 같아요. 나는 미처 몰랐는데 좋은 거 있잖아요, 그런 거 우리 동네 친한 언니들 나눠주는 것처럼 정보도 공유하고. 우리 사는 게 이렇다 보여주기도 하고요."

- 마지막으로 서준맘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나요?

"엄마들이 엄마들 그대로 행복하고 스스로에게 만족했으면 좋겠어요. 난 항상 그 생각을 한다? 내가 애기 키우지만 어떻게 당당하게 살 수 있을까. 예전에 막 '여자는 애기 낳으면 끝이다', 이런 말 신경 쓸 거 하나도 없어요. 난 그걸 바꾸고 싶었어요. 애 낳았다고 내 인생이 왜 끝이냐? 나는 충분히 뭐든 가능한 사람이다.

적어도 스스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결혼하고 애 낳아 키우면서 작은 거에 전전긍긍하지 말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난 딱 그거에요. 지난 거 생각할 필요 없어요. 우울하고 힘들고 할 때 서준맘 보면서 하하호호 즐기세요. 다들 알죠? 기지배들아, 아무 걱정하지 마, 이 언니가 있다!"
 
▲ 서준맘 Q&A / 궁금한 거 다 알려줄게~ (인싸비결, 스트레스 해소, 육아조언)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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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피식대학, #서준맘, #류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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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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