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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밥이 좋다. 면과 밥 중에 고르라면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지만, 결국엔 밥이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3일이 지나기도 전에 한국 쌀로 지은 밥이 생각난다.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나에게 밥은 약이다. 몸이 다쳤을 때 약을 먹어 치료하듯, 마음이 다쳤을 때는 정성스럽게 지은 밥이 약이 된다. 유난히 뜻대로 일이 안 풀리는 날, 누군가의 무심한 말에 상처를 받아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배가 고프지도 않고 모든 게 다 귀찮아서 그냥 굶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 나는 정성스러운 밥을 차린다. 전자레인지에 간편하게 데우는 즉석밥이 아닌, 버튼 몇 번 누르면 완성되는 전기밥솥이 아닌, 귀찮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솥밥을 짓는다.

보상이 확실한 음식
 
초당옥수수 솥밥
▲ 초당옥수수 솥밥 초당옥수수 솥밥
ⓒ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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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에 밥을 한다는 것은 사실 번거롭다. 일단 무거운 솥을 꺼내 씻어야 하고, 쌀을 씻어 30분 이상 불려야 한다. 그리고 솥에 기름을 먼저 둘러줘야 하고, 솥밥에 들어갈 부재료들을 넣어야 하며, 밥이 되는 동안 옆에 서서 저어주고 시간도 재야 한다.

하지만 내가 솥밥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 번거로움에 있다. 밥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하루 종일 위축되었던 마음이 풀어지고, 요리에 몰두하게 되어 골치 아픈 일을 잊게 된다.

밥에 정성이 담기면 그것은 큰 위로가 된다. 그 위로의 힘을 믿기에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솥밥을 선물하곤 한다. 주말에 집들이라는 명목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준비하는 음식에 꼭 솥밥이 들어간다.

솥밥의 장점은 '있어 보인다'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집들이 음식으로 단연 최고다. 솥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잘게 썰은 쪽파를 솔솔 뿌려내어 내놓으면 늘 반응이 좋다. 들인 노력에 비해 보상이 확실한 음식이다.

그리고 또한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계절에 따라 제철 식재료를 선택한다면 매번 새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봄에는 봄내음 가득한 미나리를 듬뿍 넣은 소고기 미나리 솥밥, 여름에는 달달한 초당옥수수를 이용한 옥수수 솥밥 등 계절을 식탁으로 쉽게 옮겨올 수 있다.
 
양념간장과 마른김
▲ 표고버섯 솥밥과 그 짝꿍들 양념간장과 마른김
ⓒ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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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사계절 어느 때나, 간편하게 그리고 또 그럴듯하게 언제든 내놓을 수 있는 나의 최애 솥밥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표고버섯 솥밥이다. 표고버섯은 1년 365일 언제든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리고 가격도 저렴한 식재료라서 진입장벽이 낮다. 또한 완성해두고 나면 모양도 이뻐서 집들이 때나 특별한 날에 식탁에 올리기 좋다.

<표고버섯 솥밥 만드는 법>

1. 쌀 2컵(2인분 기준)을 씻어 물에 30분 이상 불려주세요.
*만약 쌀이 오래됐다면 식초 한 두 바퀴 둘러 같이 불려주세요.
2. 표고버섯 5~6개를 썰어줍니다.
3. 솥에 참기름을 두르고 썰어둔 표고버섯을 넣고 맛간장 2스푼을 넣어 볶아주세요.
4. 불려둔 쌀을 솥에 넣고 양념한 표고버섯과 함께 볶아주세요.
5. 물 2컵(쌀과 같은 양)을 솥에 넣고 중불에 끓여줍니다.(약 5분)
6. 물이 보글보글 끓으면 뚜껑을 닫고 불을 약하게 줄이고 10~15분 더 끓여줍니다.
7. 불을 끄고 쪽파를 송송 썰어 밥 위에 올린 다음 뚜껑을 끄고 5분 정도 뜸을 들여주세요.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얼굴
 
솥밥 된장찌개 그리고 제육볶음 계란말이!
▲ 집들이 성공메뉴 솥밥 된장찌개 그리고 제육볶음 계란말이!
ⓒ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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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맛있겠다."

사람들을 초대해 솥밥을 내어놓으면 항상 나오는 반응이다. 밥이 끓어오며 내는 구수한 밥 냄새와 짭조름하게 간이 된 표고버섯의 합은 정말 최고다. 거기에 총총 썰어 넣은 쪽파가 색감까지 더해주니, 금상첨화다.

사실 솥밥에는 짝꿍이 있다. 바로 마른김과 양념간장. 고슬고슬 감칠맛 나게 지어진 솥밥에 양념간장 한 스푼 얹어 슥슥 비벼준 다음, 마른김에 싸서 한입에 넣으면... 정말 남녀노소 좋아하는 실패 없는 요리가 완성된다. 거기에 구수한 된장찌개까지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푹 쉬어야 할 주말에 굳이 사람들을 집으로 부르는 이유, 그리고 쉽게 시킬 수 있는 배달 음식이 아닌 번거롭고 힘이 드는 집밥을 해서 내놓는 이유는 음식을 보고,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다.

큰 선물을 받은 것처럼 감동을 받아하는 표정, 그리고 만족스럽게 입안 가득 밥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솥밥일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www.brunch.co.kr/@silverlee7957)에도 중복하여 실립니다.


태그:#솥밥, #표고버섯, #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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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오후에 마시는 아이스바닐라라떼만큼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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