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확대 정착을 요구하는 화물 운송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닷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28일 정부와 노조가 처음으로 마주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교섭이 결렬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일(29일)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심의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정부는 강경 대응에 나선 상태다.
특히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화물 노조 파업을 두고 "이태원 참사와 똑같이 사회적 재난"이라고 발언해 비판이 일고 있다. 그간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의 핵심 책임자로 지목돼왔다. 화물 노조 측은 "비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와 정부는 이날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처음으로 교섭을 벌였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1시간 50여분 만에 헤어졌다. 양측은 이틀 뒤인 30일 다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화물연대 측은 "(어명소) 국토부차관은 오늘 '화물연대의 입장은 대통령실에 보고하겠으나 이에 대해 국토부의 권한과 재량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라며 "차관에게 결정 권한이 없다면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직접 나와 화물연대와 대화를 지속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물류 피해가 커지고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이날 육상 화물운송 분야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고,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재차 거론하며 압박했다.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민 경제를 볼모로 한 노조의 불법과 폭력은 우리 경제를 망가뜨리고 경제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진다"라며 "내일(29일)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할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할 예정"이라고 했다.
화물 노조와 노동·시민사회는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대통령실이 법적 조치 운운하며 화물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을 겁박하고 있는 상황은 심각하다"라며 "화물 노동자와 도로를 이용하는 국민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도 "업무개시명령 조항은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지난 2004년 도입된 '업무개시명령'은 화물 운송에 차질이 생겼을 때 국토교통부장관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화물 노동자들에게 업무 복귀를 강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를 거부할 경우 사업 허가나 운송 면허가 취소되지만, 그간 위헌 논란으로 한 번도 발동되지 않은 채 사문화돼 있었다.
한편,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이날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을 코로나19와 이태원 참사에 빗대 빈축을 샀다. 이 장관은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재난안전기본법상 물류체계 마비는 사회재난에 해당된다"라며 "국가핵심기반이 마비됐을 경우 지금 중대본이 가동되고 있는 코로나19나 이태원 참사와 똑같이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해 단계별로 조치하게 돼 있다"고 발언했다.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이기에 더욱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기사]
'120일' 파업해 해고된 그가 다시 화물차 세운 이유 http://omn.kr/21qq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