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대표팀들이 카타르 인권 침해에 반대하는 의미로 차겠다는 '무지개 완장'을 보도하는 <가디언> 갈무리

유럽 축구 대표팀들이 카타르 인권 침해에 반대하는 의미로 차겠다는 '무지개 완장'을 보도하는 <가디언> 갈무리 ⓒ 가디언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 국가들이 이른바 '무지개 완장'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카타르의 인권 침해를 비판해온 유럽 7개 팀 주장들이 성소수자를 비롯해 여러 차별에 반대하는 완장을 차겠다고 선언했으나, FIFA가 이를 막아서고 있다. 이 완장에는 무지개색 하트에 '원 러브'(One Love)를 의미하는 숫자 '1'이 적혀있다.

그러나 FIFA는 정치적 구호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승인을 받지 않은 완장을 착용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다(관련 기사 : 카타르 월드컵 대사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 폄하 논란).

벌금·옐로 카드에도 꿈쩍 않는 유럽 주장들  

FIFA는 이 완장을 차고 나오는 국가의 축구 연맹에 1만 스위스 프랑(약 1418만 원)의 벌금을 물리고, 경기 시작 직후 옐로 카드(경고)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개막 직전에는 사회적 가치를 담은 완장을 내놓기도 했다.

유엔과 협력해 통합, 교육, 보건, 차별 반대, 평화 등을 주제로 캠페인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카타르의 인권 탄압 논란에 "축구에만 집중하자"라고 맞섰던 FIFA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어서 거센 역풍을 맞았다.

그럼에도 잉글랜드,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팀 주장들은 성소수자를 형사 처벌하는 카타르를 비판하며 무지개 완장을 차겠다고 고집했다. 원래 프랑스도 동참하기로 했었으나, 개최국 카타르를 존중하겠다며 빠졌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은 20일(현지시각) "하나의 팀, 선수단, 조직으로서 이 완장을 차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겠다"라며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FIFA와 이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잉글랜드는 더 나아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경기 전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잉글랜드는 21일 오후 10시(한국시각) 이란과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곤혹스러운 FIFA... '정면 충돌' 치닫나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유엔과 협력하는 통합 캠페인 포스터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유엔과 협력하는 통합 캠페인 포스터 ⓒ FIFA

 
독일 주장 마누엘 노이어도 "FIFA는 월드컵 개막을 불과 이틀 앞두고 새 완장을 내놓았다"라며 "FIFA도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 같으니 (무지개 완장을) 차도 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축구연맹(UEFA)도 FIFA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구호를 금지하고 있으나,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선수들이 무지개 완장을 차는 것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다. 

반면에 개최국 카타르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개최국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FIFA가 월드컵 개막 후에도 아직 공식적인 방침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만약 무지개 완장을 찬 주장들에게 옐로 카드를 준다면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옐로 카드가 누적되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에 팀 전력에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하다. 

유럽 팀들이 다시 한번 정면 대응을 선언한 가운데 FIFA가 과연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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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인권 해리 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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