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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36조 3항에는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되어 있다. 이는 모든 국민이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인 건강권에 있어서만큼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강권에 있어서 국민은 국가에 건강이 침해되지 않도록 요구할 수 있는 자유권과 적극적인 건강의 유지, 증진, 질병의 예방 치료 및 회복조치, 건강보장 등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사회권이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건강권의 요구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법률에서도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의무를 명문화하고 있다. 보건의료기본법 10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2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성별, 나이,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의 건강권은 기본권임과 동시에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국가의 의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당연히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고 공공병원 운영에 책임을 지고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건의료기본법 3조를 보면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보건의료를 강화하기 위하여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추진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하여 충분한 수의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을 확보하여야 한다. ③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여야 하며,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에 대하여 필요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이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와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도 그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방자치단체 역시 국가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공공병원 운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 4조에서도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을 위하여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보건의료 수요를 형평에 맞게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므로 공공병원의 운영에 필요한 재정도 병원의 수익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여 제대로 된 공공의료를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의료는 경제 논리에 의해, 손익계산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과 사회권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의 중요한 수단이 되어야 하므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공의료기관을 충분히 확충하고, 운영에 책임을 지고 충분한 재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와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의료원 설립에 대단히 소극적이며 공공병원 운영에 있어서도 경제적인 이유를 앞세우며 민간에게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 민선8기 홍준표 대구시장은 민선7기 권영진 시장이 추진하던 제2대구의료원 설립을 경제적인 이유를 앞세워 백지화 해버렸고, 성남시의 경우는 시민의 힘으로 발의되어 설립된 성남시의료원을 재정적자와 운영정상화를 빌미로 민간에게 위탁하려고 하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공공병원의 설립과 운영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이다. 그런데도 작금의 현실은 경제적인 이유를 앞세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병원은 특성상 민간병원보다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공공병원의 재정적자 원인이 방만 운영이나 노조 등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고,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밝혀진 것을 보면 재정적자 대부분은 소위 착한적자로 공공의료를 수행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재정적자를 운운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위탁을 고집한다는 것은 국민을 위해 단 한 푼도 재정지출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우리는 코로나19 판데믹을 통해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감염환자의 80%이상을 6%에 불과한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이 치료를 전담했다. 전체 의료기관 중 95%가 넘는 민간의료기관은 왜 코로나19 환자들의 치료에 소극적이었을까?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익이 났다면 민간병원들이 앞다투어 환자 치료에 동참했을 것이다. 비록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가의 공공의료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공공병원만은 이윤보다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묵묵히 본연의 의무를 다한 결과이다.

특히 성남시의료원은 우리나라 공공병원 역사에서 시민의 힘에 의해 주민발의조례로 설립된 최초의 지방의료원이다. 그렇기에 성남시는 더더욱 성남시민을 위해 법에 명시된 공공의료정책을 잘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남시가 재정적자와 운영상의 문제가 있다고 하여 민간위탁을 운운하는 것은 아이가 더럽다고 목욕을 시키고는 목욕물만 버려야 하는데 아이까지 갖다 버리는 꼴이나 진배없다.

만약 아이가 밖에서 뛰어 노느라 옷에 흙이 묻고 얼굴이며 손발이 더러워지면 그 부모는 그 아이의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대야에 물을 받아 깨끗하게 씻길 것이다. 그런 다음 아이는 목욕통에서 꺼내고 구정물만 버려야지 아이까지 버린다면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닌가? 작금의 성남시의료원의 민간위탁 논의는 아이까지 갖다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인 것이다.

성남시의료원은 개원 시기부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이 쉽지 않았고 다양한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아주 단순하다. 공공의료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겸비한 훌륭한 병원장을 세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성남시의 적극적 개입과 재정지원을 통해 성남시의료원이 정상화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공공병원 병원장이 공공의료에 대한 확고한 전망을 세우고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제대로 된 인사행정과 행정지원을 통해 성남시의료원이 성남시민을 위한 제대로 된 공공병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율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이것 또한 구정물과 아이를 함께 버리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성남시의료원의 문제는 공공의료의 새로운 길을 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파행이 직영이었기 때문이고, 민간위탁을 하면 해결된다고 보는 것은 큰 오산이다. 잘못된 선택과 무능, 공공의료에 대한 무지가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공공병원으로 거듭나려면 성남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공공의료를 잘 감당할 수 있는 병원장 선임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원용철 목사는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상임대표입니다.


태그:#성남의료원, #공공병원, #공공의료, #지방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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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노숙인 복지시설 벧엘의집 대표입니다. 이번에 대전시민아카데미와 오마이뉴스가 공동 칼럼단 운영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었으며 빈민들의 문제에 대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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