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 포스터

영화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힘든 순간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가 있다. 특히나 주변 가족들이 병에 걸리거나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 남은 가족들의 상실감은 엄청나다.

상실감을 극복하는 데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그 사람이 하려던 꿈이나 목표를 대신 이뤄줄 수도 있고 그가 했던 일들을 기억하면서 그 트라우마를 멀리 쳐내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아마도 우리가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상실감이 가족의 죽음일 것이다. 영화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가족의 죽음과 그로 인한 상실감으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블랙팬서> 1편에서 블랙팬서였던 티찰라(채드윅 보즈먼)는 영화 속에서 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나온다. 실제 그 역할을 맡았던 배우 채드윅 보즈먼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영화는 티찰라의 장례로 시작된다. 티찰라의 어머니인 라몬다(안젤라 바셋)을 중심으로 티찰라의 동생 슈리(레티티아 라이트)가 주도하는 장례식은 국장으로 치러진다. 아주 성대하게 영웅 블랙팬서의 죽음을 기리는 것이다. 

부담감 이긴 '블랙팬서2'

사실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1편의 동어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1편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진정한 블랙팬서라는 영웅으로 탄생하는 이야기고 그 영웅의 사명감을 깨닫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1편의 실제 주인공인 티찰라가 죽었다는 것으로 출발하는 영화는 누가 다음 블랙팬서가 될 것인지를 바탕으로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티찰라라는 인물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굉장히 고결하고 훌륭한 리더로 그려졌기 때문에 그다음 블랙팬서를 맡을 인물이 느낄 부담감은 무척 크다. 그러나 그 모든 부담감을 가지고 출발한 영화는 그 부담감에 억눌리지 않는다. 차근차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영웅 블랙팬서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영화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 장면

영화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속 세계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와칸다라는 국가가 드러난 지 얼마 안 되었고 와칸다가 가지고 있는 금속물질인 비브라늄은 온 세계가 탐내는 물질이 되었다.

영화의 초반에도 드러나지만 국제회의에서 여러 나라들은 비브라늄을 세계와 나누라는 요청을 하지만 실제로 몇몇 나라들은 뒤에서 비브라늄을 얻기 위해 특수 부대를 이용하기도 했다. 겉과 속이 다른 세계의 모습이 영화 초반에 그려진다. 또한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이용해 바다 깊숙이 묻혀있는 비브라늄을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 집착은 바닷속 깊은 곳에 있던 숨겨진 국가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만든다. 탈로칸이라는 국가인데 물속에서 살 수 있는 몸을 가진 존재들이 거주한다. 그리고 그들도 비브라늄을 바탕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무기를 만들어왔다. 탈로칸을 이끄는 리더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는 세계가 그를 위협한다고 느끼고 세계와 전쟁을 하려고 한다. 

혼란스러운 세계, 그리고 새로운 위협의 등장

이 복잡한 세계의 문제에 직면한 와칸다의 지도부, 특히 라몬다는 최대한 평화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네이머의 계략과 공격적인 전략에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번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상실감과 두려움을 같이 다루고 있다. 슈리는 가족을 잃었다는 상실감으로 삶의 의지를 많이 잃어버린 상태다. 상실감에 빠져있는 그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네이머를 만난다. 영화에서 네이머가 등장하는 초반만 하더라도 그가 가진 감정이 분노인 것 같지만 그가 더 파괴적이고 강력하게 행동하는 건 자신의 세계가 망가질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비밀 국가인 와칸다와 탈로칸이라는 국가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 인류와는 접촉하지 않는 은둔형 국가들이고 그들만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지만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연히 세계와 연결되면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고 큰 결정을 해야 하는 것도 비슷하다.

슈리와 네이머는 자신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두려움을 서로 이해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세계와 접근하려 애쓴다. 그 접근방식의 차이는 결국 와칸다와 탈로칸의 전쟁이라는 엄청난 비극으로 이어지게 된다.
 
 영화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 장면

영화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블랙팬서를 이어받은 누군가가 슈트를 입고 활약하는 모습은 영화의 후반부에만 등장한다. 영화의 제목이 <블랙팬서>이지만 관객이 설득되고 받아들일 때까지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 과정을 차근차근 밟고 올라간다.

사실 2세대 블랙팬서가 누군지도 이미 공개가 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마블 팬들이 정말 그가 블랙팬서에 어울리는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새로운 블랙팬서의 각성과 활약은 어느 정도 마블 팬들을 설득할 수 있겠다.

새로운 블랙팬서의 등장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긴 러닝 타임이다. 161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다소 길게 느껴진다. 새로운 블랙팬서를 등장시키기 위해 세계의 혼란과 와칸다의 위기, 그리고 새로운 위협의 등장을 한꺼번에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영화는 1세대 블랙팬서인 티찰라를 명예롭게 보내고, 2세대 블랙팬서를 꽤 멋지게 등장시켰다. 여러 논란에도 영화에 등장하는 블랙팬서는 나쁘지 않은 모습으로 활약한다. 

이번 <블랙팬서 : 와칸다 포에버>는 마블 페이즈 4의 마지막 이야기다. 사실 이번 페이즈 4에도 마블의 많은 영화와 시리즈가 있었지만 과거처럼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했지만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적어도 새로운 블랙팬서의 모습은 관객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마블 시리즈는 내년 2월 페이즈 5의 첫 작품 <앤트맨 : 퀀텀마니아>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향후 새로운 블랙팬서의 활약도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블랙팬서 마블 페이즈4 히어로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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