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유실물센터가 마련되어 옷, 신발, 가방 등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유실물센터가 마련되어 옷, 신발, 가방 등 유실물들이 놓여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지난해 이스라엘에서 발생했던 메론산 압사 사고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피해 양상과 원인은 비슷하지만, 그 대응에선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유대교 성지순례 행사인 '라그 바오메르'(Lag B'Omer) 기념행사가 열린 이스라엘 북부 메론산에서는 군중 10만 명이 단시간에 몰리며 압사 사고가 일어나 45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다쳤다. '라그 바오메르'는 유대교 랍비 시몬 바르 요하이를 기념하는 날로, 순례자들은 이를 위해 매년 이스라엘 메론산 그의 묘역을 방문한다.

이태원 참사로 대한민국 전체가 충격에 휩싸이며 1년 6개월 전 이스라엘에 있었던 '메론산의 비극'과 이번 참사를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메론산의 비극과 이태원 참사,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어떤 점에서 달랐을까? 

거리두기 해제 뒤 첫 대규모 행사, 운집 인원 등 비슷한 점 많아
 
지난해 5월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유대교 전통 축제 '라그바오메르' 압사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숫자 '45'는 희생자 수를 뜻한다. 당시 4월 29일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의 메론산에서는 라그바오메르가 열리던 중 압사 사고가 발생해 45명이 숨지고 150여 명이 다쳤다.
▲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촛불 밝힌 이스라엘인들 지난해 5월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유대교 전통 축제 "라그바오메르" 압사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숫자 "45"는 희생자 수를 뜻한다. 당시 4월 29일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의 메론산에서는 라그바오메르가 열리던 중 압사 사고가 발생해 45명이 숨지고 150여 명이 다쳤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메론산의 비극'이라 불리는 메론산 참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해제 이후 열린 첫 대형 행사 ▲운집된 인원의 수 ▲사고 발생 공간의 지형 등 지난 29일 밤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유사점이 많다.

성지순례와 핼러윈 데이 즐기기, 두 일의 성격은 다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야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후 맞는 첫 행사였다는 점은 같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방문한 총 인원이 10만 명가량이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메론산 참사도 이태원 참사처럼 미끄럽고 좁은 통로의 경사 지역에서 사람들이 차례로 넘어져 도미노 효과처럼 압사하기 시작했다는 사고 상황 역시 닮아있다.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참사 이후 국가 애도기간을 지정해 추모 기간을 가진 바 있다. 이점 역시 11월 5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을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과 같았다.

경찰 투입 인력, 사고의 책임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차이 보여

하지만 희생자 수와 경찰 투입 규모, 사고의 책임을 바라보는 시각 등에서 두 국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참사 이후, 이스라엘 정부는 사망자 45명, 부상자 150여 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는 1일 오후 4시 기준 현재 사망자 156명, 부상자 151명으로 이태원 참사의 사망자가 100여 명 더 많다.

경찰 배치 인력도 달랐다. 참사 당일 이스라엘 정부는 경찰 5000명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알려진 당시 경찰 배치 인력은 137명으로, 이스라엘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편이다.

당시 <이스라엘 타임즈>는 이스라엘 전직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며 "메론산의 비극은 정부의 (안전) 규제 부족 때문에 벌어졌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보도했다. 메론산 압사 참사 원인을 경찰 투입 인력의 부족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한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앞선 브리핑에서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여기에선 공권력으로도 참사를 막을 수 없었다고 보는 이 장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관련 기사: 이상민 "특별히 우려할 정도 인파 아니었다" 154명 사망·132명 부상 http://omn.kr/21e2f).

그러나 현행법인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4조에는 '국가 등의 책무'가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그 책임의 주체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이어 제6조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 및 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춰볼 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난 발언에서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무책임한 정부의 모습이 보이는 건 착각일까.

이 장관은 참사 발생 사흘만인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 출석해 "제가 최근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드린 말씀으로 적지 않은 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도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족과 슬픔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사흘 만인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공식 사과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 앞서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의 원인과 관련,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서는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 이태원 참사 사흘 만에...고개 숙인 이상민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사흘 만인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공식 사과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 앞서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의 원인과 관련,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서는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빠진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평화나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이태원, #이태원참사, #이스라엘, #메론산참사, #이상민장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은 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