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FC 서울에서 활약하는 황인범

K리그 FC 서울 ⓒ FC 서울


한때 K리그 대표 라이벌전으로 꼽히던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슬퍼매치'를 어쩌면 내년부터는 못보게 될 수도 있다. 서울이 최종전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두며 극적인 K리그1 잔류에 성공한 반면 수원 삼성은 이제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강등을 놓고 다투게 되었기 때문이다.
 
'파이널A'그룹에서는 울산 현대가 17년만의 리그 우승을 확정한 가운데, 지난 10월 22일 오후 3시 전국 3개구장에서는 하나원큐 K리그1 2022 38라운드 '파이널B' 그룹 최종전이 동시에 열렸다. 이날 경기전에 파이널B에서는 수원FC와 대구FC가 잔류에 성공했고, 성남FC는 2부리그로 강등이 확정된 상태였다. 김천은 승강플레이오프행이 결정된 가운데 상대팀이 바뀌는 10위냐 11위냐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축구팬들의 관심은 역시 '잔류와 승강PO행' 사이의 마지막 한 자리를 남겨두고 외나무다리에 놓인 서울과 수원 삼성의 운명에 집중됐다. 서울이 이날 수원FC에게 승리할 경우 9위로 잔류가 확정되지만, 만일 비기거나 패하고 같은날 수원 삼성이 김천 상무를 이기게 되면 서울과 순위가 뒤바뀔수있는 '경우의 수'가 남아있었다. 두 팀이 다득점과 골득실도 엇비슷한 상황이었기에 그야말로 어떻게 운명이 바뀔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기면 자력으로 잔류가 확정되는 서울이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최종전을 앞두고 흐름은 오히려 수원 삼성 쪽이었다. 수원은 지난 16일 수원FC와 지역 더비전에서 3-0으로 완승하며 상승세를 탔다. 후반기 반등의 중심인 오현규-이종성- 안병준이 나란히 득점포를 가동했다. 수원은 최종전 상대인 김천과의 올시즌 리그 맞대결에서 1승2무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핵심 미드필더 정승원도 경고누적 징계를 털고 복귀했다.
 
반면 서울은 파이널B 전 라운드를 포함하여 5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심각한 부진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난적 수원FC를 최종전에서 만나야했다.
 
서울은 이미 지난 2018년 리그 11위에 그치며 구단 역사상 첫 승강플레이오프를 겪었던 아찔한 경험이 있다. 2018년에는 11위에 그치며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내려간 끝에 부산 아이파크를 1,2차전 합계 4-2로 꺾고 간신히 잔류에 성공했다.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지만 서울 팬들에게는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시즌이었다.
 
시즌 후반기에도 부진이 계속되자 급기야 분노한 서울 팬들이 경기장에서 안익수 감독을 공개 소환하고 선수단과 언쟁을 벌이는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안 감독의 사과와 부진 탈출 약속으로 상황을 간신히 정리하기는 했지만 팬들과 선수단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 장면이었다.
 
그때의 악몽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던 서울은 최종전에서 절치부심했다. 서울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섰고 전반 25분 나상호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같은 시간에 수원 삼성도 김천에 리드를 잡았다. 서울에게 1골차는 아직 안심할수 없었던 상황. 만일 서울이 동점골이라고 허용하고 수원 삼성이 승리한다면 양팀의 순위가 뒤집힐수 있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수원과 서울 양팀 팬들이 중간에 휴대폰으로 서로의 경기 상황을 확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종반까지 피를 말리던 승부는 경기 종료를 앞두고 후반 43분 정한민의 쐐기골이 터지며 마침내 잔류의 기운이 서울쪽으로 기울었다. 서울은 결국 끝까지 실점하지 않고 승리를 지켜냈다. 수원 삼성도 김천을 3-1로 제압했지만 서울을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창단 첫 승강PO행을 받아들여야했다. 서울은 11승 13무 14패 승점 46점으로 9위, 수원은 11승 11무 16패 승점 44점으로 10위에 오르며 단 2점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수원 삼성은 이로서 구단 역사상 불명예스러운 신기록을 잇달아 경신했다. 2013년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 후 수원 삼성이 승강 PO로 추락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10위 역시 수원이 기록한 가장 낮은 순위다. 여기에 만일 승강PO에서 패배한다면 수원은 창단 이후 사상 첫 2부리그행이라는 흑역사까지 추가하게 된다.
 
수원은 박건하 감독 체제로 올 시즌을 시작했지만 초반부터 성적부진에 시달렸고 결국 올여름 감독 교체를 감행하면서 지난 시즌 대구FC를 3위로 이끈 이병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후반기에도 이렇다 할 확실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끝내 강등권 탈출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하필 전통의 라이벌이었던 FC서울과의 잔류 경쟁에서 밀린 꼴이 되었기에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FC 서울은 우여곡절 끝에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고, 수원 삼성은 아직 강등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피차 씁쓸한 것은 마찬가지다.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이자 라이벌이었던 두 인기팀이 우승도 아닌 잔류 경쟁을 펼쳤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K리그 흥행 측면에서는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수 없다.

서울과 수원은 한때 K리그 패권을 다투던 호적수이자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스타구단이었다. 두 팀의 맞대결은 흔히 '슈퍼매치'라고 불리며 프로축구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세대교체 실패와 구단의 투자 감소 등으로 두 팀 모두 전력이 점점 약화되더니 이제는 우승은커녕 상위스플릿 진출도 보장하기 어려운 약팀으로 나란히 전락했다.
 
라이벌전의 인기와 위상도 점점 떨어져서 하위스플릿에서 잔류경쟁을 펼치는 두 팀에게 슈퍼매치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기 민망하다는 이유로 '슬퍼매치'라는 자조섞인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올해는 수원이 사상 첫 강등 위기에 몰리면서 내년부터는 슬퍼매치조차 볼 수 없는 '강제이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FC서울과 수원 삼성은 고작 1부리그 잔류 정도로 만족할게 아니라 K리그를 선도해야할 구단들이다. 한때 K리그 최고 명문이었다가 성남이 올시즌 다이렉트로 역대 두 번째 강등을 당한데 이어, 구단과 연고지의 존폐 여부까지 불투명한 현실은 축구팬들에게 씁쓸함을 안기고 있다.

서울과 수원의 동반 부진은 올시즌 들어 갑자기 벌어진 이변이 아니라 두 팀 모두 지난 몇년간의 꾸준한 하락세가 누적된 끝에 벌어진 '예고된 참사'에 가까웠다. 이는 선수들과 감독만의 책임이 아니라, 구단이 지난 수년간 과연 어떤 방향성과 비전을 가지고 클럽을 운영해왔는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대목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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