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19 11:58최종 업데이트 22.10.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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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이 열린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주변을 마스크를 쓴 보안 인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6일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개막했다. 올해 20차를 맞은 당대회는 22일까지 일주일간 지속되며 그 기간에 향후 5년의 중국을 이끌 지도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공식적 발표 이전부터 시진핑 총서기의 세 번째 연임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그 때문일까? 한편으로는 총서기 자리보다 중앙정치국 상임위원에 합류하게 될 새 얼굴의 면면에 더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이다. 5년 후 또는 10년 후 총서기로 지명될 인물이 사실상 그 안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공산당 당대회는 차기 지도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토록 하면서 동시에 차차기 지도부의 수장을 예측하게 하는 이중적 기능을 가진다. 이것은 50대 또는 60대 초반 연령의 차세대 후보군을 7인 과두체제인 상무위원회에 포함시켜 사전에 충분한 국정 경험을 쌓게 하려는 중국 특유의 정치 문화 중 하나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중국의 정치는 화성학의 정치가 아니라 대위법의 정치다. 현재의 체제가 잠재적 차세대 체제와 맞물려 그들의 차이와 반복이 계속 이어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정의 연속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거대 조직이면서도 일사불란한 단일체계의 순발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면 다원적 권력 분점이 이뤄내는 권력간 화음의 묘미는 중국 정치에서 보기 힘들다. 헌법기관 간에 존재하는 개별 독립성, 그들이 국가 단위에서 조화되는 연출은 기대하기 어렵다. 모든 권력은 당에서 나오며 군경, 사정기관에 대한 장악력은 물론, 기타 행정 권력, 심지어 사법 권력도 당의 지도하에 놓인다. 

흔히 삼권분립으로 대표되는 권력분립 원칙 대신 중국에서는 민주 국가의 입법부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행정 권력과 심지어 사법 권력까지 지도하는 수직적 권력관계가 있다. 소위 일부양원(정부와 법원, 검찰원)이라 불리는 행정 권력, 사법 권력은 전인대를 통해 선출되며 전인대의 감독을 받는 구조다. 
 

중국 국가조직. 헌법상 국가최고기관이자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는 공산당이 독점하며 그 아래 국가 행정기관이 위치한다. ⓒ 이은영

 
권력분립 원칙과 함께 또 하나의 민주주의 근간인 다당제 또한 중국식 체제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구삼학사(63석), 중국민주동맹(57석), 중국민주건국회(57석), 중국민주촉진회(55석) 등 형식상 군소 정당들이 있지만 그들에게서 공산당(2098석)과 정책을 경쟁하는 지위는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야당들은 관제 야당 또는 연구 모임 성격의 단체들에 가깝다. 

중국 공산당이 최고 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사실상 영구 독점하고 있으며 9700만 명에 육박하는 당원 규모는 웬만한 국가의 전체 국민보다 많다. 이들 당원 가운데 선출된 2296명의 전국 인민대표가 이번 20차 당대회의 구성원들이다. 

이들 인민대표 가운데 선택된 200여 명의 중앙위원과 170여 명의 후보중앙위원이 비로소 본격적인 국가 경영자 풀에 해당한다. 핵심 국가 지도부를 포함 중국의 고위 관료가 되려면 반드시 당 중앙위원을 거쳐야 한다. 중앙위원들은 정부부서의 부장(장관), 지방 성의 당서기 등을 맡고 있으며 후보중앙위원은 부부장(차관) 등에 오를 수 있다.

그리고 200여 명의 중앙위원 가운데 다시 선택된 25명이 중국을 움직이는 엘리트 그룹인 정치국 위원들이다. 이들의 지위는 부총리급이다. 이 체제가 갖춰진 후 지금까지 중국의 모든 당 총서기, 국가주석, 총리 등은 모두 정치국 위원 가운데서 배출됐다.

25명 정치국 위원들 가운데 7명은 상무위원을 맡아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모여 1인 1표의 자격으로 국정 전반을 논하는 집단 과두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중국을 움직이는 최고 수뇌부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종합해 하나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인물이 바로 당 총서기이다. 
 

중국공산당 조직. 중국 정치는 9700만 명에 육박하는 전체 공산당원에서 총서기 1명에 이르기까지 피라미드형 권력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 이은영

 
이처럼 중국의 정치는 독립된 여러 권력기관이 상호 견제, 감시 또는 역할을 분담하며 국가 전체의 부분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피라미드 모양의 단 하나 권력기관이 국가를 접수, 경영하는 구조로 돼 있다. 이러한 정치체제에서 권력 교체란 아래에서 위로 수직 상승하는 순환구조를 말한다. 좌에서 우로 수평 교체되는 민주주의 체제의 순환구조와 근본적 차이를 보인다. 

집단지도체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에 참석,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오는 22일 당 중앙위원 명단이 공개되면 시 주석의 3 연임은 사실상 공식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입법 권력이 국가 전체를 지도하는 체제, 하나의 정당이 입법 권력을 영구 지배하는 체제. 이 두 원칙과 함께 최근까지 중국 정치의 특징을 이뤘던 또 하나의 원리는 바로 집단지도체제다. 중국 공산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바로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된다. 정치국 상무위원 7인 사이에는 서열이 정해져 있지만 표결에는 1인 1표를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의 7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시진핑 총서기를 중심으로 시자쥔(시진핑 계보)과 공청단(공산당 청년조직 출신의 계파)이 비슷한 지분으로 양분하고 있다. 서열 3위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서열 6위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서열 7위 한정 국무원 부총리가 시진핑 총서기의 계파에 속한다. 

반면 서열 2위 리커창 총리, 서열 4위 양왕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서열 5위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 겸 국가 부주석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속해 있는 공청단에 속해 있다. 

이들 7인 가운데 수 명은 이번 20차 당대회를 끝으로 물러나게 되고 새로 정치국 위원 25인 가운데서, 또는 경우에 따라 200여 명의 중앙위원 가운데서 새 인물이 발탁돼 그 자리를 메우게 된다. 

그리고 그 새 인물 가운데 한 명이 차차기 당 총서기와 국가 주석 및 중앙군사위 주석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시진핑 현 총서기가 물러난다는 전제에서. 만약 시진핑 현 총서기가 5년 후에도 물러날 뜻이 없고 버티겠다고 하면 이번 당대회에서 새 인물이 상무위원회로 합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과거라면 그럴 가능성이 낮겠지만 지금의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는 이번 당대회에서 새 인물이 수혈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시진핑 총서기의 권력이 과거 전임들보다 막강해졌다는 의미다. 

중국은 자민당이 사실상 권력을 독점 지배하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정당 내부의 계파가 순환하는 구조를 가진다. 시진핑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는 원래 태자당(건국 공신의 2세 그룹) 소속으로 분류됐으나 지금은 시진핑 자신이 측근을 거느리는 계파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계파 정치의 기원은 1989년 톈안먼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민들의 거대한 민주화 요구를 무력 진압한 덩샤오핑 정권과 중국 공산당은 1인 절대권력 체제에 위기감을 느끼고 권력 분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마침 퇴진을 앞둔 덩샤오핑은 자신의 후계자로 상하이 당서기 장쩌민을 지명하면서 또다시 1인 절대권력이 탄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평소 아끼던 후진타오를 상무위원으로 발탁, 차차기로 포석한다. 차기 장쩌민과 차차기 후진타오는 이때부터 이른바 상하이방과 공청단을 각각 대표하며 보시라이, 시진핑 등의 태자당과 함께 중국 공산당 3대 계파 시대를 연다. 

의도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처럼 권력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한 덩샤오핑의 '통시적 권력분배'는 중국식 계파정치를 낳게 됐고,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중국 정치에서 집단지도체제를 정착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상하이방과 공청단이 집권한 20년 동안 중국은 미국과 견주는 주요 2개국(G2)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특유의 안정적 정치 문화까지 정착시켜왔다. 전 세계는 중국 경제의 가파른 성장을 목도하면서 중국식 모델의 존재를 믿기 시작했다. 

중국은 조만간 국제사회의 안정적 리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인권, 소수민족 탄압 문제는 시간을 두고 차츰 해결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왔다. 경제가 뒷받침된 단단한 시민계급이 출현하면 인권 문제는 해결되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중화 패권주의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를 이틀 앞둔 14일 한 중국 시민이 베이징 다싱국제공항에 설치된 중국 공산당 상징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국제사회의 이 기대감은 시진핑 권력의 탄생과 함께 불과 10년 만에 실망감으로 변하게 된다. 내부 인권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노골적이다 못해 천박하기까지 한 중화 패권주의는 대부분의 주변국과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식 경제 모델은 이미 길을 잃은 지 오래다. 공동부유, 공유경제와 비공유경제(민간경제)의 조화를 외치지만 중국은 이미 심각한 소득 불평등과 계획경제와 자본주의경제가 혼재된 부조화 속에 신음하고 있다. 장쩌민-후진타오 체제 20년 동안 보여준 중국식 경제-정치 모델은 허물어져 가고 있다. 

10년 전 시진핑 권력이 출범하던 시절. 경쟁과 집단지도체제가 중국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일까? 상하이방과 공청단의 경쟁 구도 속에서 중국공산당은 다음 권력승계를 위해 태자당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것이 차세대 선두 주자가 아니었던 시진핑에게는 첫 번째 행운으로 작용했다.  

사실 원래 태자당의 선두 주자는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였다. 능력과 외모를 갖춘 그는 가장 돋보이는 차세대 주자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몇 가지 엽기적 사건에 연루되면서 암묵적 후견인 역할이던 장쩌민마저 어찌할 수 없는 버린 카드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시진핑에게 찾아온 두 번째 행운이다. 

태자당 소속이면서, 능력도 인정받았고, 성품도 조용한 것으로 알려진 시진핑은 공산당 지도부의 필요에 맞춤형 인재로 보여졌고 그렇게 해서 순식간에 급성장 궤도에 오르게 된다. 2002년 16차 당대회에서 중앙위원에 발탁된 지 5년 만인 2007년 17차 당대회에서 그는 25인 정치국 위원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7인 상무위원으로 수직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5년 후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마침내 총서기로 지명된 후, 2017년 19차에서 다시 연임된다. 장쩌민, 후진타오 두 전임 총서기가 관리형 리더라고 믿었던 시진핑은 그 후 무서운 속도로 정적 제거에 나선다. 

보시라이 몰락 후 태자당에는 더 이상 그에 맞설 인물이 보이지 않았다. 능력 있는 관료층의 모습을 보였던 상하이방은 후계그룹 양성에 실패하면서 상하이시 당서기 출신 시진핑에게 서서히 흡수되고 만다. 공청단 역시 상하이방과의 힘겨운 권력 투쟁으로 강력한 후계그룹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시진핑 독재 시대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관리형 시진핑 총서기는 독재자 시진핑으로 변했고 아직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집단지도체제는 그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이제 중국 공산당에서는 총서기를 넘어 주석 타이틀의 부활 가능성도 나온다. 국가 차원에서는 주석을 넘어 영수 타이틀의 부활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식 집단지도체제 하에 세계 2위 경제 대국을 이룬 중국은 이제 어두운 경제 전망 속 독재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20차 당대회는 1주일 동안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당대회가 끝나면 20기 공산당 1중전회가 열릴 것이다. 

이 모든 일주일의 과정을 많은 언론에서는 대관식으로 묘사한다. 과연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대관식' 표현을 찬양으로 이해할까 조롱으로 이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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