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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여수 예울마루에서 한독아카데미 유진오케스트라와 독일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 음악학교 합동 연주회
 지난 9일 여수 예울마루에서 한독아카데미 유진오케스트라와 독일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 음악학교 합동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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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한독아카데미 유진오케스트라와 독일자유청소년오케스트라 음악학교가 여순항쟁을 주제로 한 합동음악회에서 창작곡 '검은 풀'(Schwarzes Gras)이 연주돼 여수시민들에게 박수갈채와 함께 감동의 '눈물'을 선사했다. 

창작곡 '검은풀'의 작곡가는 베를린음대 교수 겸 기타리스트인 라이너 펠트만(Rainer Feldmann)이다. '검은 풀'은 검은 연기로 휩싸였던 여순항쟁 당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영감을 얻어 붙여진 제목이다. 
   
라이너 펠트만은 분단국의 경험이 있는 동독 출신으로 2011년 동료인 얀 토마스(Jan Tomes) 베를린 국립음대 바이올린 교수와 연주하기 위해 처음 한국에 온 이후 다섯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올해 65세인 그는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가슴 아픈 현실을 그는 충분히 이해하는 편이다. 과거 독일의 분단역사가 동병상련의 마음을 갖게 했다. 분단 독일에 대해 공감하며 많은 곡을 작곡하였다. 한국을 오가는 과정에서 펠트만 교수는 6·25 전쟁의 아픈 역사를 듣고 2017년엔 '임진(IMJIN)'을 작곡한 바 있다. 

여수 유진오케스트라단 이은주 음악감독은 라이너 펠트만 교수를 작곡가이면서 유명한 연주자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독일인 기타리스트 펠트만은 1500회 넘는 콘서트를 가진 바 있고, 자신의 곡과 연주를 담은 13개의 CD를 발매해 지난 40년간 수많은 국제무대에서 앙상블 연주나 솔로 연주자로도 인정받았다.  비평가들과 언론에서는 그를 '기타의 장인'으로 평가하며 특별하고 세련된 음악성을 가졌다는 끊임없는 찬사를 듣고 있다."

2017년 6월 20일 임진각에서 열린 통일을 염원한 음악회에서 여수 유진오케스트라단원과 독일음악학교 오케스트라 단원이 함께 '임진'을 연주하기도 했다. 라이너 펠트만의 창작곡인 '임진'에 대해 이은주 단장은 "기타 앙상블 곡으로 한국의 전래동요 '과수원길' 원곡을 가지고 두 소녀가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미소 짓는 모습을 모티브로 하여 희망을 노래하는 곡이다"고 설명했다. 

이유진 단장과의 인연으로 한국을 오가는 라이너 펠트만은 한국 마니아가 되었다. 2년 전부터 한국어 공부를 시작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김치를 좋아하고 담글 줄도 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펠트만 교수의 아들은 한국의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 

"여수야 사랑해! 그리운 여수야"
 
9일 예울마루에서 베를린음대 교수 겸 기타리스트인 라이너 펠트만의 '검은 풀' 연주 모습
 9일 예울마루에서 베를린음대 교수 겸 기타리스트인 라이너 펠트만의 "검은 풀" 연주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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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떻게 여순사건을 주제로 한 음악을 작곡했을까? 라이너 펠트만은 코로나로 인해 여수를 못 오게 된 게 계기였다.

"저에게 한국은 여수가 거의 전부다. 자주 오가는 여수를 코로나로 몇 년간 못 오게 돼 여수의 친구들이 그리웠다. 여수의 바다, 예울마루, 길거리, 갈매기가 그리웠다. 그래서 '여수야 사랑해' 곡을 써서 여수 친구들에게 보냈다." 

'여수야 사랑해' 가사도 그가 직접 써서 불렀다. "여수야 사랑해! 그리운 여수야. 언제 볼 수 있나. 당신이 그리워요. 예울마루의 음악과 여수 밤바다~ 제일 그리워요... " 

노래로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여수의 역사 얘기도 이어졌고, '여순항쟁'도 함께 얘기하게 되었다. 이은주 단장 얘기다.

"여순사건의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특별법 통과되고 전시회를 통해서 여순사건이 많이 표현되고 있어서 각종 자료를 보내주었어요. 펠트만 교수도 인터넷이나 도서관에서 자기 나름대로 자료를 모았다고 하더라구요. 올해 여수 방문하면서 연주하려고 준비를 한 겁니다."   

검은 연기로 휩싸였던 여순항쟁 당시의 모습이 담긴 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은 '검은 풀'은 독일인 겪었던 2차대전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이번에 여수에 와서 여순시건 관련 전시회를 봤는데, 그림 속의 군인과 어린이를 함께 봤다. 독일에서건 한국에서건 군인들이 그런 일(무력사용)을 하지 않았더라면 희생은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여수의 역사 이야기(여순사건)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평화를 염원하면서 올해 초에 곡을 썼다" 

그래서일까. 지난 9일 예울마루 공연장에서 '검은 풀' 연주를 들은 여수송현초등학교 한미희 교장 선생님은 "음악회에서 펠트만 교수의 연주가 돋보였다. 한 분의 역량이 얼마나 큰지 느꼈다"면서 특히 "여순사건을 외국인이 특별히 관심을 가져주고 음악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너무도 고마웠고, '검은 풀'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기억해야 한다"
 
"기억하자. 망각하지 말자"고 강조하는 펠트만 교수
 "기억하자. 망각하지 말자"고 강조하는 펠트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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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이은주 단장이 말하는 '검은 풀'(Schwarzes Gras) 곡 설명이다. 

"초반에 굵은 톤의 더블베이스가 등장하는데 '땅'을 표현했다고 한다. 마치 영혼을 일깨우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관악기들이 순서대로 등장하는 부분이 있는데, 트럼펫부터 차례로 연주하는 그 대목은 그 유명한 '손가락 총'을 연상하고 작곡한 거라고 펠트만 교수가 설명을 해 주었다."

'손가락 총'은 여순사건 당시 손가락으로 지목받으면 바로 그자리에서 희생당했던 아픈 역사의 한 대목이기도 하다. 올해 65세인 라이너 펠트만 교수의 보충 설명이 이어진다. 

"처음 시작은 전쟁이고 분단의 아픔이었다. 내가 냉전시대를 겪어야 했던 동독사람이다 보니 독일은 통일이 되었지만 통일되지 못한 한국의 아픔을 잘 알고 안타까운 마음도 크다. 그래서  한국을 소재로 한 내 음악은 늘 작곡을 할 때 '통일'과 '평화'를 테마로 하여 관객들에게 메세지를 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나에게 곧 여수이다"라고 말했다. 동료 얀 토마스 바이올린 교수가 다섯 차례나 여수 연주회를 제안했지만 거절할 정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2011년 여수를 첫 방문하고 난 후 생각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그는 여수사람들의 정에 감동했고, 그때 경험했던 음식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추억들이 독일에 가서도 잊혀지질 않아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이번 연주를 위해 그는 지난 6일 여수에 왔다. 연주 일정만 세차례다. 각광을 받았던 지난 9일의 예울마루 대극장에서의 여수유진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지난 12일엔 '여순사건과 제주4.3사건 미술교류전'이 열리는 여수엑스포갤러리에서도 연주를 했다. 18일에는 여순사건 전야제 행사로 추모음악제가 펼쳐지는데 저녁 7시 이순신광장서 다시 '검은 풀'이 연주된다. 연주 일정을 마치면 20일 출국한다.

한편 유진오케스트라단은 다음달 6일 베를린시의 초청으로 현대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해 여순산건 창작곡 '검은풀'을 연주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많은 독일 관객들에게 여순사건을 알리게 된다. 여수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부탁에 그는 '검은 풀' 제목이 주는 메시지를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기억'이다. 망각하지 말자고 강조한다. 

"망각은 악이다. 어디건 '검은풀'이 계속해서 나타날 수 있는 땅이다. 우리는 과거를 알고 받아들이고 더 이상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건을 직시하고 그것을 다루어야 한다.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기억해야 한다."  

그는 또 다른 곡 '판문점의 봄'을 작곡하고 있다. 한국전쟁이 소재이고 '아리랑'이 등장 할거라고 말한다. 여전히 통일로 하나가 되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을 요량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복지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RAINER FELDMANN , #여순사건 창 작곡검은 풀, #여수유진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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