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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군산 말랭이마을의 이야기마당이 부산스러웠다. 군산시 예비문화도시사업 '2022 문화공유도시 군산'(2022.10.12.-10.31)의 신흥동 말랭이마을편 활동물을 전시하는 손길이 베 짜듯이 오고 가는 현장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말랭이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한 동네문화추적단 활동을 감상하고 '문화공유도시, 군산'의 의미를 되새기는 장이다.

2022년 군산시 예비문화도시사업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동네문화추적단'에 참여하여 말랭이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활한 지 벌써 두 계절이 지났다. 말랭이마을 산 증인들인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들으면서 내가 가보지 못한 앞선 세대들의 삶의 고난과 역경에 눈물겨워했고, 가난하지만 나눔과 애정이 넘쳤던 그들의 행복에 아낌없이 웃고 배웠다.
 
인터뷰한 글을 시와 사진 발과 함께 전시한 뜻깊은 문화공간
▲ 말랭이이야기마당전시회 인터뷰한 글을 시와 사진 발과 함께 전시한 뜻깊은 문화공간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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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인 10명의 인생이야기를 녹취하고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수 십 번 그들의 면면을 살피고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누군가와 한마음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들과 나 사이에 물길을 트고 싶었다.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인터뷰에 응한 마을 사람들 10인의 이야기 줄거리를 요약하고 좋아하는 꽃과 색에 어울리는 시를 헌사했다. 사진작가 김수호씨는 인터뷰 현장을 다니며 그들이 전하는 아련한 추억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사진에 담았다. 이 결과물들을 이야기 마당이라는 공간에 예술적으로 설치해준 군산문화도시센터(센터장: 박성신, 군산대학교 교수)의 창의적 발상에 감동했다.

"정엽 어머님, 오전 11시에 이야기 마당에 와주세요. 저와 인터뷰한 내용이 글과 사진으로 전시돼요. 우리 말랭이 마을의 주인공들의 모습이 대중에게 선보이는 자리이니, 꼭 오셔서 개관식에서 사진 한번 찍게요. 제일 예쁜 모습으로 오시면 더 좋아요. 맘에 드실 거예요."

인터뷰의 주인공이었던 마을 분들이 모두 참석했다. 그들의 글에 애칭을 붙여드렸다. 톡톡, 하늘 두드리는 목련꽃 경자님, 너무너무 예쁜 보라색 제비꽃 정엽님, 아름따다 드릴께요 진달래꽃 정자님, 보름달빛에 피어난 박꽃 대순님, 빨강 정열의 라틴댄서 덕순님, 그대의 이름은 수국꽃 방자님, 프리지아 꽃 명희님과 그녀의 반쪽 태환님, 시인 아들 바라기 목련꽃 승자님, 인생 그림책 <붉은 장미> 주인공 성심님, 즐거움이 많은 게스트하우스 '다락(多樂)' 진석님.
 
당신들의 말소리가 글로 나와 전시를 하니 정말 신기하고 눈물난다 했지요.
▲ 이야기마당의 주인공, 경자님과 정엽님 당신들의 말소리가 글로 나와 전시를 하니 정말 신기하고 눈물난다 했지요.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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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입가는 웃음으로 다물지 못하고, 그들의 눈가는 다시 눈물로 젖셨다. 당신들의 평범한 얘기를 이렇게 글로 써주고 전시까지 해준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 이런 수고를 한 분들에게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말랭이마을에 오래 살다보니 요로코롬 행복한 일이 다 있네'라며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항상 같이 살던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들을 글로 다시 읽어보니 새삼스럽다며 다른 이웃의 글도 꼼꼼히 읽어보았다. 무엇보다 당신들의 글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시를 덧붙여주어서 앞으로 이 시를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시회 측에서 준비해준 '사진 담은 발(가리개)'은 이 세상 어떤 발 보다 최고라며, 갖고 싶다고 해서 선물도 다 드릴거라고 했다. 글과 사진 액자만 있었다면 밋밋했을 전시장에 흑백사진 발의 설치는 시공을 넘나드는 4차원의 사다리 역할을 했다.
 
삐툴빼툴, 배운 글자 써보고 싶다고 끝까지 소감문 작성하고 기뻐하셨다.
▲ 방명록에 소감을 쓰는 대순님 삐툴빼툴, 배운 글자 써보고 싶다고 끝까지 소감문 작성하고 기뻐하셨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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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현관에 방명록이 있었다. 마을 어르신들에게 전시장을 찾은 소감을 한마디씩 써 달라는 요청에 대부분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글을 못 써. 쓴다해도 글씨가 삐툴빼툴혀서 박 작가가 대신 써 줘야혀. 오늘 봉게 우리 말을 그렇게 잘 쓰는걸 보니까 작가 맞고만 그려. 그리고 우리는 학교를 제대로 못 다녔어. 인터뷰할 때 말했잖여. 박 작가가 학당 만들어주면 우리가 일 번으로 신청한다고. 나도 이번 기회에 글도 배우고 시도 쓰고 싶고만."

당신들의 소감을 대신 받아서 방명록에 써드리면서 내년엔 꼭 학당을 만들어서 말랭이사람들 시집을 만들어드릴 거라고 약속했다.

11월엔 예비문화도시 군산시가 진정으로 문화도시로의 자격이 있는지를 평가받는다. 수고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문화공유'를 향한 시민들의 열망과 도전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이다.

문화의 씨앗 나눔이 반드시 문화도시로 지정받아야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공이산'이라 하니 소소한 문화활동과 공유의 자세는 분명 의미있는 물결로 다가올 줄 믿는다.
 
동네사람들의 이야기를 예술작품으로 만든 것도 멋진 문화공유라고 칭찬했다.
▲ 아야기마당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 동네사람들의 이야기를 예술작품으로 만든 것도 멋진 문화공유라고 칭찬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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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말랭이책방, #시화사진전, #군산문화도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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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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