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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기자말]
우리몸에 기생하는 3대 곤충이 빈대, 이(lice), 벼룩이다. 이 중에서 이목(Phthiraptera) 곤충은 짐승의 털이나 조류의 깃털을 갉아먹는 새털이(chewing louse)와 피를 빠는 이로 구분한다. 이는 다시 두피에 붙어 사는 머릿니(서캐)와 몸에 들러붙어 장티푸스를 옮기는 옷니(몸니), 음모에 기생하는 사면발니가 있다.

위생관념이 지나치다 싶은 현대에서는 거의 볼 수 없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만 연간 1200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머릿니의 피해를 입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는 한다. 머릿니의 알을 서캐라고 하며 암놈은 50~150개 정도의 알을 머리카락에 붙여 놓는다. 흰색이라 눈에 잘 띄지만 점성이 강해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네 조상님들의 물건 중에 참빗이 바로 서캐를 없애려는 목적으로 만든 위생용품이다. 벼룩, 이, 빈대와 같은 위생곤충은 의복을 입으므로 해서 더 성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몸의 털에 붙어서 일생을 보내므로 날개가 없고 다리는 퇴화하여 걸을 수도 없다.

기생충을 피하려 털을 없앴다?

사람은 몸에서 털을 없애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한데 그 누구도 정설로 인정되는 해석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가지 가설이 있으며 글쓴이가 보기에는 기생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목적도 일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늘보와 매미를 통해 이에 대해 알아보자.

중앙아메리카에 사는 나무늘보는 거의 평생을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땅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내려온다. 볼일을 보기 위해서다. 위험을 느끼면 죽은 척 하는 습성이 있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내어 재규어나 퓨마 같은 천적에게 잡아먹힌다. 나무 위에서도 거의 움직임이 없으므로 쑥대밭 같은 털에는 이끼를 비롯하여 나뭇잎 부스러기, 자잘한 흙알갱이 등이 쌓인다.
 
늘보의 털에는 120여 마리의 나방이 공생한다.
▲ 나무늘보나방 늘보의 털에는 120여 마리의 나방이 공생한다.
ⓒ SLOTH CONSERVATION FOU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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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세발가락나무늘보의 털가죽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음이 밝혀졌다. 포식자에게 잡힐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지면으로 내려와 배설을 하는 이유가 뭘까? 바로 나무늘보나방(sloth moth, Cryptoses choloepi) 때문이다. 나무늘보가 볼일을 볼 때 털에서 빠져나와 똥 위에 알을 낳는다. 부화한 애벌레는 오물 속에서 살다가 다른 나무늘보가 큰일을 볼 때 이사를 한다. 

이 기묘한 나방은 나무늘보의 털가죽에 어부바하여 살면서 평생을 보낸다. 나무늘보의 털가죽에는 지저분해 보일 정도로 이끼와 같은 녹조류가 덮여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박테리아의 작용에 의해서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녹조류가 위장용으로만 쓰이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 나무늘보는 동물성 영양분을 얻는다.

죽어버린 나방 사체는 녹조류가 잘 자라게 만들고 나무늘보는 이끼와 함께 유익한 박테리아까지 섭취하여 부족한 영양소를 얻는다. 나방은 늘보의 털 속에서 새와 같은 천적을 피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이익이다. 세발가락나무늘보의 털가죽에는 대략 120여 마리의 나방이 살아간다.

매미 등에 어부바하여 체액을 빨아먹다

비슷한 생리를 가진 나방으로서 곤충의 꽁무니에 찰싹 달라붙어 기생으로 세대를 이어가는 놈이 있다. 하얀색의 밀랍 성분을 뒤집어 쓴 매미기생나방(Epipomponia nawai)으로서 매미 몸통에 어부바하여 체액을 빨아먹고 자란다. 밀랍을 벗겨내면 토실토실 살이 오른 살구색의 애벌레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오직 1종의 매미기생나방이다.
▲ 매미기생나방 종령 애벌레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오직 1종의 매미기생나방이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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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짧아서 없는것 처럼 보이지만 발 끝이 갈고리 처럼 생겨서 매미 복부에 매달리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성충 매미의 삶이래봤자 고작 10여일 남짓이라 매미기생나방도 빠르게 성장한다.
 
종령에 이르면 매미로부터 떨어져나와 고치를 만든다.
▲ 밀랍을 뒤집어 쓴 매미기생나방 애벌레 종령에 이르면 매미로부터 떨어져나와 고치를 만든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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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령이 되면 온 몸이 흰색 왁스층으로 덮이고 숙주로부터 떨어져나온다. 입(방적돌기)에서 명주실을 내어 가까운 나뭇가지나 잎 뒷면에 고치를 만들고 약 2주 후에 성충으로 탈바꿈한다. 어른벌레는 며칠 밖에 살지 못하므로 입이 퇴화되어 먹지를 못한다. 

매미기생나방은 전세계적으로 40여 종이 알려져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오직 1종만이 살고 있다. 일부는 수컷이 없어도 무성생식으로 세대를 이어간다. 수놈은 검은색 바탕에 삼각형 몸매이며 교미 후 암놈은 200여 개의 알을 낳는다. 어미는 숙주의 몸이 아닌 나무 껍질에 산란하는데 어떻게 매미의 옆구리에 들러붙는지 아직까지도 의문에 쌓여 있다. 표본 입수가 어려워 연구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같이 등록됩니다.


태그:#매미기생나방, #나무늘보나방, #SLOTH MOTH, #EPIPOMPONIA NAWAI, #위생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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