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베트남 하노이 기찻길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입니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이 이태원 육교를 찾아 남산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가듯 하노이 도심 마지막 남은 선로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려는 이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하노이 기찻길은 유서 깊은 탕롱황성이나 호찌민 묘소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랜드마크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하노이 기찻길은 옛 철길을 새롭게 꾸며 인기가 높은 서울 홍대와 공덕, 마포 일대의 경의선 철길과는 다른 분위기가 납니다. KTX와 SRT 세련된 열차가 달리는 서울역 인근 철길과도 다른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의 인기는 도심의 비좁은 건물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기차가 지나가는 광경으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철길 양편에 바짝 붙은 건물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 이색적이란 점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이국적인 사진을 올리길 즐기는 이들이 이곳으로 모여듭니다. 긴 철길 중에서도 특별히 유명한 지역, 쩐푸(Tran Phu)거리로 관광객이 모여들어 사진을 찍고는 하지요. 기찻길 양편엔 카페들이 밀집해서 기찻길 카페마을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카페들은 아예 기차 시간표를 붙여두고는 기차가 오길 기다리는 관광객들에게 자리를 내어줍니다. 카페에 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은 음료 하나씩 주문하고는 카페 밖으로 나가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휴대전화를 들어 올립니다. 통과하는 기차와 관광객 사이가 채 1m가 되지 않을 때도 적지 않습니다.
 
하노이 기찻길 한 켠에 벽화가 그려진 모습.
▲ 하노이 하노이 기찻길 한 켠에 벽화가 그려진 모습.
ⓒ 김성호

관련사진보기

 
하노이 대표 관광지가 사라진다?

제가 이곳을 찾은 날도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기찻길 가운데에 앉거나 서서 사진을 찍는 이들로 카페가 들어찬 구간이 가득했습니다. 자리가 없어서 아예 줄지어 대기하는 이들까지 있었을 정도였죠. 이곳을 가장 많이 찾는 게 한국인이다 보니 곳곳에서 한국말이 들려왔습니다. 이들은 한참동안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 기차가 들어오길 기다립니다. 이들에게 이곳 사진은 이들의 베트남 여행을 오래도록 추억하는 단서가 될 겁니다. 하노이 하면 기찻길이, 기찻길 하면 하노이가 떠오를 테죠.

그런 하노이 기찻길이 관광명소에서 아예 지워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난 9월 베트남 당국의 명령 때문입니다. 하노이시는 기찻길 주변 카페 등에 폐쇄명령을 내렸습니다.

실제로 기차가 다니는 곳에 관광객들이 자유로이 오가다 보니 때때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기차가 가까이 올 때 찍는 사진이 더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위험한 순간을 만들 때가 잦았습니다. 관광객이 사진을 찍다가 제 때 빠져나가지 못해 들어오던 기차가 급제동 하는 사고가 종종 있었지요. 인명피해를 우려한 베트남 정부가 관광객을 통제하려 시도하기도 했으나 도심 철길 전체를 사람이 오가지 못하도록 막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된 건 인기가 높은 카페골목입니다. 양옆에 바짝 붙은 건물들로 관광객이 제때 피하지 못하면 사고가 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카페가 붙어 있는 구간에 폐쇄명령이 떨어지자 업주들이 '기찻길에서 1.5m 이상 거리를 두겠다'며 청원을 넣기도 했지만 1.5m가 안전거리로 받아들여질 리 없습니다. 적잖은 관광객들이 기차 코앞에서 친구를 미는 척 장난을 치거나 하는 사례가 거듭되는 가운데 언제고 큰 사고가 터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거듭됐습니다.
 
관광객이 철로를 오가며 사진을 찍는 건 일상적 풍경이다.
▲ 하노이 기찻길 관광객이 철로를 오가며 사진을 찍는 건 일상적 풍경이다.
ⓒ 김성호

관련사진보기

 
관광객 무질서, 하노이 기찻길 카페 폐업으로

기찻길 안전 문제는 최근 들어 다시금 불거졌습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며 하노이에 다시 늘어난 관광객들이 돌발행동을 하기 시작한 탓입니다. 위험한 순간들이 거듭되자 당국은 아예 이곳의 카페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노이시는 카페거리에 위치한 카페들의 사업자등록을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찻길은 그대로 남겨져 향후 관광명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가장 유명했던 기찻길 카페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기차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어 인기를 끈 하노이 기찻길 카페들은 꼭 같은 이유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적잖은 관광객이 들어오는 기차는 아랑곳 않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엔 한국인 관광객들도 없지 않습니다.

이따금씩 질서를 지키지 않는 외국인 관광객을 손가락질하면서도 다른 나라에선 질서를 어지럽히길 서슴지 않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한국인이 자주 찾는 기찻길 곁 카페의 폐쇄 뒤엔 무질서한 관광객의 추태가 자리합니다. 멀리서 들려온 뉴스에 하노이 기찻길에서 마주했던 한국인 관광객들의 무질서한 태도가 떠오른 건 그저 우연만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노이 기찻길은 철로 가까이 붙은 건물들 사이로 기차가 달리는 모습으로 인기가 높다.
▲ 하노이 기찻길 하노이 기찻길은 철로 가까이 붙은 건물들 사이로 기차가 달리는 모습으로 인기가 높다.
ⓒ 김성호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베트남, #하노이, #하노이 기찻길, #카페, #김작가 여행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