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8월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뜯겨진 반지하 창틀 앞에, 앞서 침수된 반지하방에서 구출되지 못하고 숨진 3명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지난 8월 1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뜯겨진 반지하 창틀 앞에, 앞서 침수된 반지하방에서 구출되지 못하고 숨진 3명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센터! 여기 (구로소방서) 고일6-1인데 침수돼서 지금 그... 출동..."
"양천100 침수돼서 차량 이상, 귀소해가지고 확인해봐야 될 것 같아요. 현재 출동 불가."
"센터! 여기 금천100 달하나('출동지로 가고 있다'는 의미) 중에 도로가 침수돼 있어서 대원들만 달하나 하고 있어요."


지난 8월 8일 폭우로 3명이 숨진 '신림동 반지하 참사' 당시 서울종합방재센터와 일선 소방서가 주고받은 무전 내용 중 일부다. 구조차량에 문제가 생겨 아예 출동하지 못했거나, 인근에 와서도 소방관들이 차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 중이었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상황에는 소방차량 대부분이 화재현장 중심이라 침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 도사리고 있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갑)이 소방청으로부터 전달받은 위 무전 녹취록과 시간대별 활동사항 자료에 따르면 침수에 취약한 차량 때문에 소방인력이 아예 신림동 현장에 출동하지 못했거나, 인근에 도착해 현장까지 도보로 이동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관련 기사: 반지하 계단으로 들이닥친 물... 세 여성은 문을 열 수 없었다 http://omn.kr/2078z).
 
소방청이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지난 8월 8일 폭우로 인한 '신림동 반지하 참사' 당시 무전 녹취록.
 소방청이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지난 8월 8일 폭우로 인한 "신림동 반지하 참사" 당시 무전 녹취록.
ⓒ 문진석 의원실 제공

관련사진보기

 
당시 오후 8시 59분 최초 신고접수 후, 서울종합방재센터는 오후 9시 2분 양천구조대와 구로소방서 고일구급대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신대방역과 관악 신사시장 인근에서 구조 활동 중이던 양천구조대의 차량은 이미 침수로 시동이 꺼져 이동이 불가능했다.

고일구급대는 오후 9시 38분 현장에서 200m 떨어진 지점에 도착했으나 더 접근했다가는 양천구조대처럼 침수로 인해 차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도보로 현장까지 이동했다. 오후 9시 46분 현장에 도착한 고일구급대는 "지하 세대 천장까지 물이 찬 상태"를 확인·전파했지만, '구조대'가 아닌 '구급대'인 탓에 반지하 철창을 부수는 등의 장비가 없어 직접 구조에 나설 수 없었다.

이후에도 서대문구조대·관악지휘차·금천구조대·용산구조대가 차례로 현장 인근에 도착했지만, 역시 침수 때문에 차량의 근접배치가 어려워 모두 도보로 현장까지 이동했다. 결국 오후 11시 45분부터 철창 파괴를 시작으로 내부진입·배수작업·인명검색이 이뤄졌지만 집에 있던 3명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문진석 "소방청 적극행정해야"... 소방청 "규격 바꾸는 등 새 차량은 개선할 것"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국정감사 중 질의하는 모습.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국정감사 중 질의하는 모습.
ⓒ 문진석 의원실

관련사진보기

 
문진석 의원에 따르면, 현재 도심 소방서에서 운영 중인 차량 대부분은 상용차를 소방차로만 바꿔 화재현장 중심으로 제작돼 있어 침수에 취약하다. 공기 흡기구와 배기가스 배출구가 차량 하부에 낮게 위치해 있어 그곳으로 물이 들어가면 곧장 엔진에 문제가 생긴다는 게 문 의원의 설명이다.

문 의원은 "신림동 반지하 참사 당시 소방대원 모두 사고 현장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 하차해 그 무거운 장비를 들고 뛰어야 했다"라며 "그렇게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신림동 반지하는 물로 가득 차있는 상태였다. 도심 침수 상황에서 소방청의 인명 구조력이 사실상 '제로(0)'라는 점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차량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엔진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공기 흡입구와 가스 배출구를 차량 상부에 위치시킬 수 있고 그러면 도로 침수 상황에서도 운행이 가능하다"라며 "반복적으로 도심 침수와 이에 따른 인명피해를 겪었음에도 소방차량 개조와 같은 적극행정을 하지 않은 소방청의 책임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소방청 측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 사용하고 있는 소방차를 개조하는 건 비용대비 실효성을 검토해봐야 하는 사안"이라며 "소방차 규격 계획(소방차 제작표준 기술기준)을 개정해 차고를 높이고 배기구를 올리는 등 새로 도입되는 차량부터 개선안을 반영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주로 산불진화 전문차량으로 쓰이는 차고가 높은 특수차량도 있는데 이를 침수 대비를 위해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결국 예산 문제다. 소방차가 고비용인 건 사실이지만, 국민의 안전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