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가 걷는 이유' 포스터 캡처, 사진은 스트라비나가 아바부오를 찾아 가는 장면

영화 '내가 걷는 이유' 포스터 캡처, 사진은 스트라비나가 아바부오를 찾아 가는 장면 ⓒ 이혁진

 
서울국제사랑영화제, 난민 소재 영화 발굴 상영

<내가 걷는 이유(As Far As I Can Walk)>는 세르비아 영화(2021년 제작, 감독 스테판 아르세니예비치)로 19차 '서울국제사랑영화제'(2022.9.27.~10.2) 상영작이다.
 
영화 배경은 2016년 세르비아 난민캠프. 스트라비나와 그의 아내 아바부오는 조국인 아프리카 가나를 떠나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결혼 3년차 부부는 어느 난민들보다 행복해 보인다. 프로축구선수가 꿈인 스트라비나는 얼마 전 입단테스트를 통과해 망명신청도 희망적이다.
 
난민캠프에는 여러 국적의 난민들이 있다. 다른 망명처를 찾아가는 난민들이다. 여기에는 브로커가 존재하는 법, 스트라비나는 헝가리나 오스트리아로 가는 난민을 브로커에게 소개해 돈을 벌기도 한다.
 
어느 날 난민캠프에 시리아 난민이 들어온다. 스트라비나 부부는 그들을 반기지만 스트라비나는 갑자기 아바부오가 시리아출신 교수와 함께 캠프를 탈출한 것을 알고 배신감에 아내를 찾아 길을 나선다.
 
스트라비나는 우여곡절 끝에 국경 넘어 헝가리 난민캠프에서 시리아 교수와 함께 방송 회견하는 아바부오를 발견한다. 시리아 난민 교수는 시리아 독재정권과 내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고 아바부오는 "난민은 투명인간이 아니며 통계숫자로만 취급하지 말라"며 난민 지위 보장을 주장한다.
 
여기서 스트라비나는 분노에 앞서 아바부오에 대한 연민에 빠진다. 스트라비나 자신은 세르비아 망명생활에 동화된 반면 아바부오는 영국에서 배우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세르비아 망명을 포기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다음 날 스트라비나는 세르비아로 추방해줄 것을 심사관에게 요청한다. 아바부오도 남편 따라 세르비아로 추방될 처지에 놓인다. 스트라비나는 대질하는 헝가리 관리에게 아바부오는 자기 부인이 아니라며 변호에 나선다. 아바부오가 원하는 곳에 망명하도록 눈감아 준 것이다.
 
세르비아로 홀로 추방된 스트라비나는 당국으로부터 망명신청이 취소되고 난민으로서 지위도 잃게 된다. 결국 스트라비나는 아바부오 인생을 위해 희생하는 캐릭터다.
 
영화는 내전과 탄압 등으로 가나를 탈출해 세르비아로 망명한 아프리카 난민의 여정을 그리고 있지만 난민도 소중한 꿈을 가진 평범한 인간임을 증언하고 있다.

유럽은 난민천국, 우크라이나 전쟁도 난민 양산

유럽은 '난민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헝가리 등은 이른바 '난민 선진국'이다. 하지만 이들 난민 우호국들도 난민이 폭증하자 난민 처리에 국가주의와 인도주의가 충돌하면서 '난민 수용율'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아직도 생생한 2015년 터키 남서부 해안에 엎어져 죽은 세 살짜리 시리아 난민 아기는 난민의 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도 필연적으로 난민을 양산하고 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도 수많은 러시아 난민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내가 걷는 이유>는 난민 수용과 해법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그럼 난민에 대한 우리 시각은 어떤가. 생소한 개념 만큼이나 우리 정부는 난민에 대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반면 우리에게는 난민과 유사한 북한이탈주민들이 있다. 정부는 희망하면 탈북민 망명을 허용하는 입장이다. 근래 보도에 따르면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북한 식당에서 여종업원 5명이 집단 탈출해 한국에 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해마다 입국하는 탈북민이 줄고 있다. 코로나와 북한의 폐쇄정책 탓도 있지만 탈북민은 이념을 떠나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관점에서 보호돼야 마땅하다.
 
여기서 엉뚱한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만약 한국에서 전쟁이 발생해 우리도 난민 처지가 된다면 어찌 할 것인가. 유럽에서 폭증하는 난민들을 결코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국제사랑영화제는 2003년부터 매년 한국교회와 사회가 주목할 선교, 교육, 환경과 생태, 통일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담은 영화를 발굴해 '필름포럼'에서 소개하고 있다. 필름포럼(www.filmforum.kr)은 (사)필레마가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기독교 영화관이다. <내가 걷는 이유>는 '온피프엔'에서 온라인 영화로 감상할 수 있다.
내가 걷는 이유 서울국제사랑영화제 세르비아영화 난민 탈북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