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2.9.21
▲ 유엔총회에서 "자유"와 "연대" 강조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2.9.21
ⓒ 뉴욕=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윤석열 대통령의 첫 유엔총회 연설은 자유만 21번을 언급한, 말 그대로 '자유의 향연'이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어느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해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면서 자유의 위협에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재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것으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윤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국제 연대를 주창했지만, 정작 현재 국제사회에서 자유를 위협하는 사안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분쟁 등 국제사회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힌 타국 정상들의 유엔총회 연설과 비교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 명확히 언급한 타국 정상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2년 9월 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7차 유엔총회 연설을 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2년 9월 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7차 유엔총회 연설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제국주의로의 회귀"라고 규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2월 24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침략 행위를 통해 우리의 안보를 무너뜨렸다"며 "러시아는 의도적으로 유엔 헌장과 국가의 주권 평등 원칙을 위반했다"라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중립국들에 대해서도 "그들은 역사적인 실수를 하고 있다"며 "오늘날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어떻게 보면, 새로운 제국주의의 대의와 공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프랑스는 제국주의로의 복귀를 거부한다"면서 "전쟁 발발 이후 몇 달간 러시아와의 대화에 참여해 온 이유가 바로 그것이며 평화를 되찾는 일은 우리가 함께 할 때 비로소 가능하기에 나는 계속해서 러시아와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제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튀르키예가 중재국의 역할을 도맡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연설에서 "전쟁은 결코 승리자가 없고 공정한 평화 프로세스에는 패배자가 없다"며 "튀르키예는 항상 분쟁 해결에 있어서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항구에서 곡물 수출이 이뤄지기 위한 협상 테이블에서 튀르키예가 유엔과 함께 중재자 역할을 했음을 강조하면서 이를 "유엔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라고 자평했다. 이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합리적이고 공정하며 현실적인 외교적 과정을 통해 이 위기를 벗어나는 고차원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은 유엔 총회 연단에 올라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언급했다. 압둘라 국왕은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인정함으로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팔레스타인을 향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알 사니 국왕 역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 속에서도 평화는 계속 모색되고 있다"며 세계 지도자들에게 "정의를 위한 열망으로 형제와 같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완전한 연대를 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점령을 끝내고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도록 압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이 2022년 9월 20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77차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이 2022년 9월 20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77차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자유·연대의 유엔 시스템 등 강력해져야"... 그런데 한국은?
     
각국 정상들이 유엔총회에서 국제 현안에 대한 자국의 의견을 피력했으나 윤 대통령은 "진정한 자유와 평화는 질병과 기아로부터의 자유, 문맹으로부터의 자유, 에너지와 문화의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안과는 거리가 있는, 두루뭉술한 서술이다. 

또한 그는 연설에서 "자유와 연대의 정신에 입각한 유엔의 시스템과 그동안 보편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아온 규범 체계가 더욱 강력하게 지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이 유엔의 시스템을, 국제사회의 규범을 얼마나 인정하고 있는지,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 2021년 11월, 대선후보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총회 '청년곁에 국민의힘' 행사에 참석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일률적으로 가다 보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생긴다"며 자유 침해를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2015년, 유엔 자유권 규약 위원회는 한국에 "모든 종류의 차별을 규정하고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채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결과적으로 유엔 '자유권' 규약 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자유가 침해된다'고 반대한 셈이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동성혼 혹은 동성 시민결합이 법제화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8개 국가밖에 없다. 개인이 사랑하는 타인과 결혼할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상태다.

태그:#윤석열, #유엔 총회, #마크롱, #자유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