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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사돈지간인 79세 정이화 어르신과 83세 정해정 어르신, 부부이신 81세 류춘근  .
ⓒ 김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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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앞으로 읽어도 정해정, 뒤로 읽어도 정해정이여. 내 나이 올해 8학년 3반. 이렇게 멋진 소풍은 83년 만에 처음 온 거 같어. 날도 너무 상쾌해. 다 선하게 살아서, 복 받아서 그려. 소풍 온다고 40년 만에 처음 화장도 해보고 속눈썹은 평생 첨 붙여봤어. 지금 생각하니 봄날은 가는 게 아니라 오는 건가벼."

지난 1일 충남 서산 천수만 버드랜드에서 어르신 장수 사진 프로젝트 제4탄 '내생애봄날'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정순 사회복지사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어르신 한 분 한 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모두 케어해야 되는, 존경하고 존중해야 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 어르신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일부에선 노인들을 틀딱, 연금충, 앵그리실버 등 혐오 용어를 써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내생애봄날 프로젝트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다 보면 이런 나쁜 것들도 자연스럽게 빠져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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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돈지간인 79세 정이화 어르신과 83세 정해정 어르신 .
ⓒ 김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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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이신 81세 류춘근 어르신과 82세 송영례 어르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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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수사진 프로젝트에는 재능기부 스태프들과 충남도청 영상팀이 기꺼이 달려와 어르신들에게 원들이 귀한 자리에 기꺼이 달려와 어르신들의 멋진 추억을 안겨드렸다.

평소에도 친자매처럼 지내는 시어머니(정이화, 79)와 친정어머니(정해정, 83)에게 평생 남을 선물을 해드리고 싶어 신청했다는 딸 김정순씨는 사돈지간인 두 분의 아름다워진 모습을 보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정순씨는 "자식들을 키워내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힘들게 사신 두 분께 특별한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다"며 "마침 오늘 손자 손녀들도 바쁜 시간을 쪼개 할머니의 예쁜 모습을 보기 위해 달려왔는데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사랑하는 두 어머님께 잃어버린 봄을 찾아드리게 됐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부부간의 금슬이 좋은 시아버님(류춘근, 81)과 시어머님(송영례, 82)을 주인공으로 추천한 내생애봄날 메이크업 재능기부자 한선미(리안헤어 원장)씨는 "불편하신 몸을 서로 기대주시는 노부부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며 "아울러 며느리로서 늘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이번 기회로 점수를 딴 것 같다"고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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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돈지간인 79세 정이화 어르신과 83세 정해정 어르신 그리고 가족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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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이신 81세 류춘근 어르신과 82세 송영례 어르신 그리고 가족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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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환한 웃음소리

아침 8시부터 미장원에 들러 메이크업을 하신 어르신 네 분은 연신 '하하 호호'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버드랜드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이렇게 맑은지 몰랐습니다. 아마도 오늘 어르신들의 인생 봄날을 위해 하늘까지 도와주나 봅니다. 조금 덥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추억을 위해 다들 파이팅 합시다."

스태프의 말에 긴장된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시는지 어르신들의 밝은 웃음이 활짝 핀 목련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이름이 너무 아름다운 정해정 할머니께 몇 살 때 시집왔냐고 묻자 "내 나이 24살 때 증조할머니와 같이 사는 31살 남편을 만났지. 부모가 다 돌아가셔서 할아버지가 장가를 못 갔더라고. 시집살이는 안 했어. 그런데 증조할머니가 술을 좋아하셨는데 마시면 맨날 업어달라고 했지. 그렇게 살았어"라며 깔깔 소리 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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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이신 81세 류춘근 어르신과 82세 송영례 어르신 .
ⓒ 김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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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로 참석한 주인공 류춘근(81세) 어르신은 아픈 다리를 한 부인 송영례(82세) 어르신에게 비켜 서 있는 플라스틱 의자를 슬며시 당겨다 놓는 모습도 포착됐다. 말보다 마음과 행동으로 사랑을 표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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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돈지간인 79세 정이화 어르신과 83세 정해정 어르신 .
ⓒ 최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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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이라 쓰고 자매라 읽는다... "어머니도 결국 여자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저희 엄마가 피팅 다녀오시고 나서 막 팔토시를 챙기시는 거예요. 뭐 하냐고 그랬더니 '내가 사진을 보니까 니 시어머니는 하얀데 나는 까맣더라'시며 조금이라도 안 타야 된다는 말씀을 듣고 우리 가족들 모두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늘 '그냥 할머니고 연세 드신 양반이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 어머니도 여자구나! 이런 걸 좋아하시는구나!'를 깨닫고 마음이 짠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죄송하기도 했어요."

"사회복지사 입장에서 봤을 때도 이번 행사는 굉장히 느낀 바가 컸어요. 예전에는 소외계층이나 취약계층 어르신들만 생각하고 해드렸었어요. 그러면서도 늘 마음 한 켠에 '정작 내 부모를 위한 복지를 챙기지는 못하고 있다'라는 게 항상 마음에 가시처럼 걸려 있었거든요. 그런데 일반 가정 부모님들도 이런 걸 누릴 권리가 있구나. 이것은 사회복지적 차원에서도 진짜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김정순씨는 전화 통화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사돈이라 쓰고 자매라 읽는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도 결국 여자였다"고 말하며 내생애봄날 팀원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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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돈지간인 79세 정이화 어르신과 83세 정해정 어르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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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이신 81세 류춘근 어르신과 82세 송영례 어르신 .
ⓒ 정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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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애봄날 탄생배경

옷 가게 손님으로 알게 된 '내생애봄날' 공동기획자 김은혜·정주은씨는 각자의 재능으로 누구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해보자는 데 뜻을 모으고 재능기부자를 섭외했다.

콘셉트는 <보그> 잡지의 사진 한 장, 할머님과 반려견의 행복한 모습이 바로 봄날의 모티브였다. 세월이 주는 아름다움 속에서도 화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은 바로 제1차 봄날 주인공을 사진과 영상에 담기 시작했고, 이어서 2차, 3차, 그리고 4차까지 한 달도 거르지 않은 채 프로젝트를 이어나갔다.

그녀들은 "노랫말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는, 나이 든 것이 추함이 아니라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어르신들 한분 한분의 매력을 찾아 사진과 영상에 담아드리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목표는 이렇다고 한다. 

"뻔한 장수사진보다 어르신들이 가진 순수함과 아름다운 매력들을 하나하나 재발견하여 최고의 추억을 남겨드리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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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이신 81세 류춘근 어르신과 82세 송영례 어르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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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돈지간인 79세 정이화 어르신과 83세 정해정 어르신 .
ⓒ 정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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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협찬=서산 버드랜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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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세 정이화 어르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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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이신 81세 류춘근 어르신과 82세 송영례 어르신 .
ⓒ 정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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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돈지간인 79세 정이화 어르신과 83세 정해정 어르신 그리고 가족들 .
ⓒ 김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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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태그:#내생애봄날, #장수사진프로젝트, #뻔한장수사진은가라, #서산버드랜드, #어르신장수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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