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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주요하게 제한해야 하는 것으로 '탄소 배출'이 꼽힌다. 그리고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 중 하나가 발전산업이다. 2016년께에는 미세먼지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됐고, 석탄화력발전소 일부 가동 중지 계획도 있었다. 그러다가 탄소 배출 때문에 아예 폐쇄 계획이 나오게 된 것이다.

김용균 노동자 사망 이후, 우리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를 위해 투쟁해왔지만 6561명 중 단 한 명도 정규직화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기후위기를 이유로 아예 발전소가 폐쇄된다고 하니, 어찌 보면 그 동안의 삶을 통째로 부인당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실이기도 하다.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계획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정부가 공정하고, 상식을 지키며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현장에서 우리는 매우 폭력적·일방적이고, 공정하지 못 한 방식과 절차를 맞닥뜨리고, 사회적 대화조차 하지 않는 정치를 대하고 있다.

나는 3년째 거의 똑같은 내용의 글을 쓰고 발제를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포함하는 사회적 대화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위원회나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부를 단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 1만3000명, 비정규직 노동자 8200명 정도 규모다. 이미 2017년부터 폐쇄가 진행 중인데, 지금까지는 대부분 노동자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민간 화력발전소가 계속해서 지어지면서, 공공 에너지 산업의 노동자들이 민간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2020년 사이에 발전사 정규직은 모두 재배치될 때, 협력사에서 39명은 감축됐다. 2021년부터 최근 호남화력, 울산기력 사업소도 폐지됐는데 여기서는 34명이 해고됐다. 이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부 대책은 근처 산업단지로 재취업을 '알선'한다는 것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직 폐쇄 일정이 꽤 남아 있는데도, 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에서 일하던 비정규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2021년 10월). 2025년 삼천포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쉽지 않은 이직 준비 중 몇 차례 탈락 후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얼마나 불안한지 보여주는 사건이다. 

정부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봐도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14기가 폐쇄되면 해당 지역경제에 41조9000억 원의 생산유발 감소를 가져오고, 취업 감소 인원이 1만7647명이 될 거라고 한다. 가족까지 포함하면 직접 영향을 받는 인구가 거의 8만~10만 명이나 된다.

윤석열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LNG 발전소와 소형 핵발전소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LNG 발전이 제대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차라리 클린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할 계획을 세우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이런 대안은 '에너지 식민주의' 문제를 고스란히 남겨둔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 경남, 충남 등 수도권에서 먼 곳에 다시 LNG 발전소나 소형 원자로를 짓는다는 계획이 과연 이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해법일까? 지역사회, 정부, 노동자가 이런 문제까지 같이 얘기해야 한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기후위기 시대에 이루어져야 할 일이지만,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산업전환이 가장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는 기후위기 시대에 이루어져야 할 일이지만,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산업전환이 가장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이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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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75%'가 폐쇄에 동의

윤석열 정부는 민영화와 경영효율화를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우면서, 노동자에게는 일자리와 재취업 알선이라는 시혜적인 선언만 하고 있다. 2030년까지 10만 개의 재생에너지 일자리를 만든다는데, 그조차 구체적 프로세스는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이렇게 불안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75%가 고용보장이 된다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동의한다고 답한다. 이미 국민 정서가 대부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쪽으로 기울기도 했지만, 교육이나 자료 공개 등 노동조합에서 기울인 노력의 결과기도 하다. 지금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기 삶터를 버리면서까지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 노동자들의 미래에 대한 정책을 얼마나 잘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노동자들의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참여와 호응은 다를 것이다.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용에 대해 매우 불안하다는 답변이 2021년 37.5%에서 2022년 56.9%로 19.4%p 증가했다. 이런 불안함이 자살 같은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은 좌초산업이다. 정부가 나서서 산업을 폐쇄시키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가장 큰 고용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뿐 아니라, 발전사, 지자체가 모두 나서서 5개 발전사 및 협력업체 통합을 통한 고용 유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에너지 산업을 민간 자본에 넘기는 게 아니라, 발전산업을 통합해서 고용도 보장하고 공공성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독일은 탈탄소 과정에서 발전노동자에게 고용지원금을 6조4800억 원이나 지급했다. 한국은 여기 지출한 금액이 겨우 150억 원이다. 300배 차이가 난다. 한국의 기후 위기 대응에서 노동 측면이 얼마나 소홀한지 보여준다.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고용보장과 관련해서 무엇보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에너지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자체 차원, 국가 차원 모두 마찬가지다. 충남 등 지자체에서 노동자 지원 조례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에너지 전환법을 통해 노동자 지원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재생에너지 관련 자격증 취득 프로그램 지원 뿐 아니라 동일직종으로 이직을 원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귀농, 귀어 등 지역 공동체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사업 등 다각도의 모색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과정은 선고용-후교육으로 이뤄져야 한다. 조선산업 불황 시절 경남에서 실시했던 장기 유급휴가 방식으로, 교육이나 훈련 등을 고용(이 보장)된 상태에서 진행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 노동자는 준비가 돼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동의하며, 여러 대안을 먼저 내놓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과정이 우리들의 삶과 노동을 통째로 부정하는 방식이 아닐 수 있도록 여러 동료 노동자, 동료 시민들이 함께해주시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이자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 전체대표자회의 간사인 이태성님이 작성했습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9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기후정의_노동자건강, #석탄화력발전소_폐쇄, #정의로운전환, #발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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