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01 05:14최종 업데이트 22.09.01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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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언론은 올해 초까지 임대차3법 시행 2년이 되는 8월 전세대란을 경고했지만, 막상 8월이 되자 전세가격이 떨어지고 매물이 늘면서 오히려 '역전세난'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SBS 뉴스 8월 26일 보도 '8월 전세대란은 어디로?…세입자 찾기 '비상'' ⓒ SBS

 
 [검증대상] "임대차3법 때문에 전셋값 폭등" 보수언론 보도
 
- 8월 전세대란은 어디로? … 세입자 찾기 '비상'(SBS, 8월 26일)
- 강남·서초 전셋값도 '억'씩 떨어졌다··· '전세대란'은 어디에?(경향신문, 8월 28일)
 
많은 언론이 경고했던 '8월 전세대란'은 없었다. 올해 초만 해도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2년이 되는 8월이 되면 전세값이 폭등하고 전세 매물이 부족해 전세대란이 벌어진다고 전망했다.

막상 8월 들어 전세가격은 떨어지고 전세 매물이 늘면서 오히려 집주인이 세입자를 못 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정반대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여전히 임대차법이 '전세대란 주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 7월 말 '임대차 제도개선 TF'를 만들어 법 개정 작업에 나섰다.

과연 "임대차3법이 전셋값 폭등 원인"이라는 보수 언론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8월 전세대란' 예측 빗나가... 오히려 전세 증가 

 

KB부동산에서 최근 발표한 8월 주택가격동향 자료(8월 15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주택전세가격은 전월(7월) 대비 0.09%, 수도권은 0.11% 하락했다. 서울도 0.08% 하락했고 아파트 하락률은 0.14%였다. ⓒ KB부동산

 
KB부동산에서 최근 발표한 8월 'KB주택가격동향' 자료(8월 15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주택전세가격은 전월(7월) 대비 0.09%, 수도권은 0.11% 하락했다. 서울도 0.08% 하락했는데, 아파트 하락률이 0.14%였다. 최근 6개월간 지역별 전세가격 증감률을 보면 이미 지난 5월부터 전세가격 상승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통계를 봐도, 8월 31일 현재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4959건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3개월 전(5월 31일) 2만5874건보다 35.1%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통계를 보면 8월 31일 현재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4959건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3개월 전(5월 31일) 2만5874건보다 35.1% 늘었다. ⓒ 아실

  
결국 '8월 전세대란'은 없었고, 언론도 이젠 전세 매물 품귀가 아닌 전세 매물 증가와 수요 부족에 따른 '역전세난'을 우려한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요 언론은 임대차3법 때문에 '8월 전세대란'이 온다며,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폐지를 요구했다.

[보도 분석] 보수 언론과 경제지가 '8월 전세대란설' 주도  

이른바 '8월 전세대란설'을 주도한 곳은 보수성향 언론과 경제지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인 '빅카인즈'를 통해 중앙일간지, 경제지, 방송사, 전문지 등 25개 매체 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6개월간 '8월 전세대란'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는 모두 158건이었다.

중앙일간지 가운데는 <세계일보>가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일보> 9건, <조선일보> 8건,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이 각각 7건이었다. 반면 <한겨레>와 <내일신문>은 한 건도 없었다. 경제지 중 <매일경제>가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경제> 15건, <파이낸셜뉴스>와 <머니투데이> 14건 순이었다. 방송사는 YTN이 9건, KBS 4건, MBC 2건, SBS 1건이었다. 상대적으로 보수성향 일간지와 경제지 비중이 컸다.

당시 언론들은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2+2년) 사용이 끝난 전세 매물이 나오는데, 이들 집주인이 새로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4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려 하기 때문에 전세가격은 급등하고, 전세 매물은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3월 대선을 전후해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은 임대차3법 때문에 7, 8월 전세대란이 온다고 전망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 김시연

  
<한국경제>는 지난 4월 13일("재계약 하려면 월세 100만원 달라"... 임대차법 청구서에 '한숨')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며 도입한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이 임차인에게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면서 "(임차인이) 급등한 전셋값에 더 작은 집으로 옮기거나 월세를 낀 반전세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른바 '전세대란'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도 5월 26일('8월 전세대란 이미 현실로... 아파트 임대료 치솟자 빌라 전월세로 내몰려') "임대차법 시행 2년을 앞두고 최근 전·월세 시장이 다시 불안에 빠졌다"면서 "치솟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월세나 빌라(연립·다세대)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8월 전세대란'을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이 같은 보도는 한국과 미국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집값 하락기에 접어든 6월에도 계속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6월 12일(8월 되면 집값 또 뛴다? "전세대란 후 급등"vs "이미 대세 하락") "하반기 집값 상승론의 가장 큰 근거는 전세대란론"이라면서 "전세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적극적으로 내집마련에 나서면서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논리"라며 '집값 상승론'을 실었다. 

반면 <경향신문>과 <머니투데이> 등 일부 매체는 '8월 전세대란설'을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권화순 <머니투데이> 기자는 5월 23일("지옥문 열린다고?" 전세대란 부추기는 사람들) "갱신권을 소진한 세입자가 신규계약을 하는 8월에 정말로 지옥문이 열리는 것일까. 선입관 없이 통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우선 전세매물은 '대란'을 우려할 정도로 부족해 보이진 않는다. (중략) 신규 전셋값도 안정세다. (중략) 반전세화 혹은 월세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긴 하다. 다만 여기엔 '금리'라는 외부요인도 작용한다"면서 '8월 전세대란설'을 일축했다.

[전문가 의견] "전세값 폭등은 금리 탓... 기준금리 상승으로 전세 수요 감소"

'8월 전세대란' 예측이 어긋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전세 수요가 줄고 월세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애초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3법이 전세대란 주범이라는 주장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과 주거권네트워크는 지난 7월 28일 공동 성명에서 "일각에서는 개정 임대차법이 전월세 폭등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급격하게 상승하던 전국·서울 전체 주택과 아파트의 전월세 가격이 2020년 7월 말 임대차법 개정 이후 일정 정도 상승세가 완화됐다"고 지적했다.

연대 단체 활동가인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8월 30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올해 초 새 정부에서 임대차3법을 후퇴시키겠다는 입장이 나왔고, 보수 언론에서 '8월 전세대란설'을 빌미로 세입자 불안을 부추겨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을 없애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기준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하향하면서 전월세 가격이 안정화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임대차법 부작용이 문제라면 신규 임대차 계약할 때도 임대료 규제 장치를 만들고 집주인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등 법령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지난 3월 7일 보고서('보유세 인상이 주택임대료 상승에 미친 영향 분석')에서 "보유세의 급격한 인상이 임차인에게 전가돼 임대료 부담이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경연은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주택구매 포기 가구 증가가 전세수요 확대로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는 임대차3법 시행 2년째를 맞아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전세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결국 이 예측은 빗나갔다.

이에 대해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8월 30일 <오마이뉴스>에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고,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개편 의지를 보이고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결정으로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매)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전세 물량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보유세 전가론은 공급 부족론과 함께 대표적인 거짓말"이라면서 "보유세가 많으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가한다는 건 임대인이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지금은 집주인들이 왜 전세가격을 안 올리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문재인 정부가 주택 공급을 안 해서 집값이 올랐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지금은 주택이 부족하다는 사람도 없고 매물은 넘치고 있다"면서 "집값이 오를 때는 공급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지만 집값이 꺾이기 시작하면 아무도 안 사고 내놓기만 하기 때문에 집(매물)이 넘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증결과] "임대차3법 때문에 전셋값 폭등" 보수언론 보도는 '거짓'

보수 언론은 임대차3법 때문에 '8월 전세대란'이 올 것처럼 보도했지만, 8월 들어 전세가격은 오히려 떨어졌고 전세 수요는 감소한 반면 매물은 늘고 있다. 이들 언론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같은 임차인 보호 정책이 오히려 전셋값을 올린다고 보도했지만, 전문가들은 임대차3법보다 기준금리 변동이 전세 수요와 전세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임대차3법 때문에 전셋값 폭등한다"는 보수 언론 보도는 '거짓'으로 판정한다.

"임대차법 때문에 전셋값 폭등한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거짓
  • 출처
    보수언론·경제지 보도출처링크
  • 근거자료
    KB부동산, 월간 'KB주택가격동향'(2022.8.15. 기준)자료링크 아실,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 매물 통계 (2022.8.31 기준)자료링크 빅카인즈, '8월 전세대란' 언론 보도 분석(2022.3.1~8.30)자료링크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주거권네트워크 성명, 임대차법 개정 2년, 세입자 권리 후퇴가 아닌 강화를 촉구한다!(2022.7.28)자료링크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2.8.30)자료링크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2.8.30)자료링크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2.8.30)자료링크 한국경제연구원, '보유세 인상이 주택 임대료 상승에 미친 영향'(2022.3.7)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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