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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과 맛집이 언제나 키워드 상단을 차지하는 요즘 생활에서, 모든 맛있는 것을 집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추구하는 부부입니다. 양식은 캐나다인 남편이, 아시안스타일은 한국인 아내가 주도합니다. 어떨때는 고급 레스토랑처럼, 어떨때에는 길거리 음식처럼, 디저트 카페처럼, 그리고 주점처럼 다양하게 먹으며, 외식보다 행복한 집밥을 추구합니다. [기자말]
요즘 텃밭이 한창 복잡하다. 물론 9월로 들어섰으니 이미 끝나서 정리한 것들도 있지만, 원래 끝나기 전에 더 화려하게 펼쳐지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호박이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호박을 키우려면 원래 좀 신경을 써서 곁순 제거도 하고 관리를 해야 하지만, 우리는 바로 그 타이밍에 친지 방문을 하느라 텃밭을 비웠었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져있었다.

물론 호박만 손이 가는 것은 아니었으니 우리는 그대로 포기하고 다른 작물들에 신경을 썼고, 이제는 뒤꼍이 호박잎의 바다가 되었다. 맷돌호박 하나랑 조선호박 하나, 이렇게 두 포기의 위력이었다.
 
단 한포기 심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진 맷돌호박잎의 행렬
 단 한포기 심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진 맷돌호박잎의 행렬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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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잎이 성하면 호박이 많이 달리지 않는다. 그래도 꽃은 열심히 핀다. 호박꽃에는 암수가 있는데, 암꽃에는 이미 작은 호박이 달려있고, 수꽃은 혼자서 핀다. 그래서 두 꽃이 동시에 피면, 수꽃에서 꽃가루를 묻혀다가 암꽃에 발라서 인공수정을 시켜주는데, 암꽃보다 수꽃이 훨씬 많이 핀다.
 
앞에 보이는 것이 수꽃이고, 뒤쪽으로 보이는 호박 달린 꽃이 애호박 암꽃이다
 앞에 보이는 것이 수꽃이고, 뒤쪽으로 보이는 호박 달린 꽃이 애호박 암꽃이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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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짓기 할 암꽃이 없다면 호박꽃 수꽃은 무용지물이다. 물론, 호박꽃도 꽃이냐는 말이 무색하게 참으로 예쁘긴 하다. 그리고 또 다른 좋은 점은,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애피타이저로 먹었던 호박꽃 튀김
 
이탈리아 소렌토의 명물, 호박꽃 튀김. 속안에 크림치즈가 들어있다
 이탈리아 소렌토의 명물, 호박꽃 튀김. 속안에 크림치즈가 들어있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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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재혼 부부인 우리는, 너무나 다행히도 코로나 발발 한 해 전에 신혼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그리고 방문지였던 이탈리아 소렌토에서 애피타이저로 너무나 맛있는 주키니 꽃 튀김을 먹었다. 그 지역에서 고급 애피타이저로 인기 있는 음식이었다. 속은 크림치즈가 들어가서 부드럽고, 겉은 바삭한 튀김옷이 있는 환상의 맛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호박을 키우기 시작한 이후로 여름마다 이 음식을 해 먹는다. 꼭 주키니 호박이 아니어도 괜찮다. 아무 호박꽃이나 다 가능하다. 우리는 올해 맷돌호박의 수꽃을 사용했다. 
 
맷돌 호박과 호박꽃
 맷돌 호박과 호박꽃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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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도 아주 쉽다. 호박꽃을 따오면, 안의 수술을 제거하고 살짝 헹궈준다. 그리고 크림치즈와 달걀노른자를 섞어서 호박의 속을 채워준다. 
 
크림치즈를 넣어 돌돌 말아 마무리 한 호박꽃
 크림치즈를 넣어 돌돌 말아 마무리 한 호박꽃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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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자는 따로 뒀다가 튀김옷 만들 때 넣으면 튀김이 더욱 바삭하고 맛있다. 밀가루나 튀김가루는 보통 집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쓰면 된다.
 
프라이팬을 기울여서 적은 기름으로 튀김을 할 수 있다
 프라이팬을 기울여서 적은 기름으로 튀김을 할 수 있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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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 안 되는 튀김을 하자고 기름을 너무 많이 사용할 필요는 없다. 프라이팬을 기울여가면서 호박꽃을 뒤집어 주면 적은 양의 기름으로도 충분히 튀길 수 있다. 나는 두꺼운 튀김옷이 싫어서 얇게 했는데 좀 더 도톰하게 튀김옷을 하고 싶으면, 한번 더 튀김옷을 입혀서 튀기면 된다.
 
크림치즈 호박꽃 튀김
 크림치즈 호박꽃 튀김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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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당이 없다면 베란다 화분에서 키워서 호박을 수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호박을 딸 요량이 아니라 호박잎 쌈을 먹고, 수꽃으로 튀김을 해 먹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베란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호박은 마트만 가면 쉽게 살 수 있지만 꽃은 그렇지 않으니 아파트에서도 재배를 시도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너무나 토속적인 맷돌호박꽃으로도, 너무나 이국적인 호박꽃 튀김을 해 먹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으리라.

[크림치즈 호박꽃 튀김]

재료: 호박꽃, 크림치즈, 달걀, 튀김가루, 식용유

1. 호박꽃을 조심스럽게 씻은 후, 안쪽을 벌려 수술을 제거한다.
2. 마른행주로 꽃에 남아있는 물기를 닦아준다.
3. 크림치즈에 달걀노른자를 섞어서 부드럽게 해 준다
4. 크림치즈믹스를 꽃의 안쪽에 넣고, 꽃잎으로 잘 감싸준다.
5. 튀김용 가루와 물을 섞어서 튀김옷을 만들어준다. (달걀흰자를 넣으면 더 좋다)
6. 튀김기름을 프라이팬에 여유롭게 두르고 튀겨낸다. 튀김옷이 너무 얇다 싶으면 한 번 더 입혀서 다시 한번 튀겨도 좋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비슷한 글이 실립니다. (https://brunch.co.kr/@lachouette/)


태그:#호박꽃, #애피타이저, #소렌토, #이탈리아, #맷돌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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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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