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28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요즘 시사 프로그램은 상대 방송사이긴 합니다만. MBC <스트레이트>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MBC <스트레이트> 182회 '용산, 한남동, 청와대... 그리고 김건희' 편에 대한 KBS 홍사훈 기자의 촌평이다. 방송 직후인 28일 본인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린 홍 기자는 상대 공영방송사 중견 기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스트레이트>를 공개 상찬하고 나섰다. 그리고 KBS를 포함해 타 방송 기자들에게 일침을 날렸다. 바로 이렇게.

"시사가 다뤄야 할 것을 정확히 다루고 있군요. 말랑말랑한, 하나마나한 주제를 시사라고 다루는 타 방송사들 기자, 피디들 반성하사기 바랍니다. 우리도 포함해서 말이죠…(...). 고품격에 공들일 시간과 노력을 취재에 쏟아부어 오히려 저품격으로 가는 게 정답이라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됐거든요. 다시한번 MBC <스트레이트> 팀에 박수를 보냅니다."

쉽게 말해 '김건희 여사 대특집'이었다. MBC는 이날 방송에서 최근 줄어들지 모르는 '김건희 리스크'의 이모저모를 집대성하는 동시에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홍 기자가 '저품격'이란 표현을 쓴 것이 오히려 '고품격'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청와대 한복 화보'부터 '관저 수의계약' 의혹까지. 잘 정리된 리포트도 리포트지만 특히 전문가들의 뼈 때리는 의견이 인상적인 방송이었다.

한복 장인도 어이없어 한 '청와대 한복 화보' 논란
 
 28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28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과연 서양 드레스에다가 우리나라 꽃신 하나만 신으면 그게 한복인가? 상징적이고 세계 사람들이 바라보고 관심 갖는 그 장소에서 그런 옷을 찍은 것이 좀 아쉽고,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는 말을 정확하게 말씀드리고 싶고요." (한복 장인 박술녀)

최근 논란(관련 기사 : 청와대의 '수난'... 윤 정부 홍보 집착이 부른 참극)이 된 <보그 코리아>의 '청와대 한복 화보'를 관찰하던 한복 장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문화재청이 '한복 홍보'를 내세웠다고는 하나 탐탁치 않아 보였다.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노여운 기색이 역력했다. "아쉽고,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를 반복해 강조하는 이 한복 장인에게서 일말의 분노마저 느껴졌다.

<보그 코리아>와 문화재청이 '한국 홍보'와 '예산 절감', '청와대 홍보' 등을 기대했다는 해당 화보는 이처럼 논란과 의혹만을 남기는 참극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의문이 뒤따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첫날 개방한 청와대 활용을 둘러싼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한복 화보에 앞서 이번 달 초엔 방송사 IHQ와 신세대 계열 소파 브랜드가 청와대를 광고 영업에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이때도, 한복 화보 논란 직후에도 문화재청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국민과의 신뢰에 금이 가는 모양새다.

개방 100일 만에 155만 명이 방문했다. 청와대는 분명 국민적 관심사가 맞다. 하지만 급조된 개방과 준비 부족이 문제다. 밀려드는 관람객에 청와대 훼손 우려가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각종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개방 첫날 한 50대 여성이 관저 뒤 보물로 지정된 불상 앞 불전함을 밀어뜨리고 그 앞에 사기 그릇을 던지는 소동극을 벌였다. 쓰레기 처리도 말썽이다. 넘치는 쓰레기로 인해 경내 통로인 연풍문 화장실이 아예 폐쇄됐다. 인터넷 상엔 최고 4만원에 달하는 청와대 입장권 암표까지 등장했다.

"내부 시설 가지 말라고 그러면 가서 보고, 이미 그런 건 예견이 됐던 문제이거든요. 예견됐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해서 상업 광고에 동원되거나 이렇게 한다는 것은 간단하게 말하면 준비 부족, 졸속이라고 생각합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청와대 관리를 임시로 문화재청에 맡긴 것이 발단이라 할 수 있다. 개방을 일주일 앞두고 문화재청 내 담당 조직이 생겼다. 이에 대해 김대현 문화재청 노동조합위원장은 "여러 부서에서 인력을 차출해서 소규모로 일단 추진단이라는 임시 조직을 만들었던 겁니다. 그 인원 가지고 밀려드는 관람객들을 다 이제 안내라든가 질서 유지라든가 그 다음에 시설 보호라든가 이런 것들이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
 
 28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28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가장 큰 논란과 의혹은 두 가지다. 잘 알려지다시피, 먼저 문화체육관광부 박보균 장관은 청와대 내 조선 총독 관저 복원을 시도했다 비난에 부딪치자 '청와대 아트 콤플렉스'(복합 예술센터) 설립으로 한발짝 물러섰다. 처음 조선 총독 관저 복원으로 시작된 문체부의 계획은 이어 미니어처 작업과 사진 작업 등으로 계속 후퇴 아닌 후퇴를 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청와대 미술관 조성이다. 지난달 25일 문체부는 대통령 업무 보고 자료에서 청와대 대부분을 미술관으로 변경하는 계획을 포함시켰다. 본관과 관저는 상설 전시장, 영빈관은 기획 전시장, 녹지원은 조각 공원, 춘추관은 전시 공간으로 꾸민다는 것이다. 전문가들과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미술 기획 전문가로 알려져왔던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누구든지 봐도 김건희씨 쪽에 의심이 간다, 저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국가, 정말 최고의 시설물을 농락을 하는 거잖아요. '야 이거는 절대 권력 아니면 힘들겠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이익주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는 물론 일반 관람객들 역시 청와대가 지닌 역사적 가치를 강조하는 중이다. 이 교수는 "과거 유산의 기록과 보존을 우리가 스스로 포기한다면 2022년의 한국인들이 우리 역사 속에서 어떻게 기억될지 심각하게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라며 "아마 반문화적인 행위, 반문화적인 세대, 이런 평가를 받게 되겠죠"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은 <스트레이트>가 청와대 논란에 앞서 취재한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 과정에서도 제기됐다. 끝끝내 청와대를 거부했던 대통령실은 설왕설래 끝에 외교부장관 공관을 새 대통령 관저로 최종 결정했다. 애초 한 달이면 입주가 끝난다는 대통령실에 설명에도 불구하고 취임 넉 달이 다 돼가도록 윤 대통령은 관저 입주를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제대로 된 공사업체를 선정한 것인지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그 와중에 관저 공사를 담당한 곳이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의 기획 전시 공사를 여러차례 진행한 업체였다.

또 용산청사 설계 업체는 3년 연속 코바나컨텐츠 전시를 후원한 바 있다. 특히 이 업체는 김 여사의 오랜 지인으로 알려진 무속인이자 '건진법사'로 유명한 전아무개씨와도 밀접하게 관련됐다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관저 공사 및 용산청사 설계를 맡은 업체들 모두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따냈다. 의혹이 증폭되자 대통령실은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를 아예 포기한 듯 보인다. 대신 국가 안보를 핑계 삼아 관련 정보들을 비공개로 돌리는 꼼수로 비판을 '돌려막기' 중이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이런 평가를 내놨다.

"업력이 너무 짧으면 정상적인 업체로 볼 수 없는 경우도 많거든요. 작은 업체들은 만든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잘못된 점이 발각되었을 때, 설사 등록 취소 처분까지 간다하더라도 다른 면허를 다시 내면 되거든요. 당연히 큰 업체가 또 보안을 더 유지하기가 좋을 것이고 관리를 더 잘 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홍규 변호사)

"문제는 뭐냐면 그런 특정 건이 논란이 되자 원천적으로 다 비공개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국민의 알 권리에서도 당연히 침해 요소이고요. 그리고 행정기관이 선출된 행정 수장이 당연히 해야 하고 설명해야 될 투명성과 책임성 부분에서도 굉장히 큰 문제라고 봅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이날 <스트레이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일목요연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정통 시사'의 본보기와도 같았다. 시의성과 날카로움을 두루 갖춘. 방송을 직접 본 시청자들 역시 KBS 중견 기자가 MBC 시사프로그램을 상대로 "요즘은 MBC <스트레이트> 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상찬과 함께 박수를 친 연유를 납득하고도 남았을 듯싶다. 
김건희 스트레이트 MBC 윤석열대통령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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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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