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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밟은 한국 땅. 바뀐 것 없이 그대로 인 것도 있는 반면 동네 곳곳에 생겨난 새로운 건물들과 신도시 그리고 오른 물가가 눈에 띄었다.

외국 생활에서 가장 그리웠던 것 중의 하나를 뽑으라고 하면, 단연코 한국에서 즐겨먹던 음식들이다. 특히, 분식류를 너무 좋아하는 나는 석계역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면 꼭 길거리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포장해오곤 했다.

보통 1인분을 시키지만 지갑이 얇았던 학생 시절 분식집 아저씨는 2000원 어치만 달라고 해도 포장을 해주셨다. 어느 날에는 포장을 해달라고 해놓고 지갑을 안 가져 온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는데 선뜻 외상을 허락해주셨다. 이런 마음을 어찌 잊고 지나갈 수 있을까. 내가 돈을 가져다드리니 아저씨는 엄청 고마워하셨다. 

추운 날 버스를 기다리는데 12분 정도가 남았다면, 기다리는 동안 매운 어묵꼬치를 하나 먹고 더운 여름날이면 생과일 쥬스를 1500원에 마셨다. 토익 공부를 하러 종로에 이른 시간 갈 때면 양배추 듬뿍 들어간 토스트를 주문했다. 곱게 뿌려지는 설탕과 케첩을 보며 흐뭇했고 배를 든든히 채우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노점들이 많이 사라진 듯하다. 유명한 노점은 브랜드화 되고 그렇지 않은 노점은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많이 받은 듯했다. 얼마 전, 서울 번화가 중 한 곳에 갈 일이 있었다. 그날 분식을 파는 노점을 발견했고 들어가서 김밥을 한 줄 사먹었다.
 
서울 시내에 아직 2,000원에 팔리는 김밥이 있다.
 서울 시내에 아직 2,000원에 팔리는 김밥이 있다.
ⓒ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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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무 도심 중간에 있는 곳이어서, 예전 같은 인심과 맛을 찾을 수 있을까 기대를 거의 하지 않은 채 들어갔다. 그런데 아주머니께서는 내가 김밥을 시키고, 먹고 간다고 하자 바로 싼 김밥을 내어주시며 먹는 나를 살짝 바라보셨다. 그리곤 웃는 얼굴로 "떡볶이 국물 조금 부어 줄까?" 하고 물으며 부어 주셨다. 한국 사람이 아닌 사람이라면 과연 이 정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더 놀란 것은 가격이었다. 김밥 한 줄이 2000원이라니. 프리미엄 김밥의 가격은 대개 4000원에서 6000원까지이고 편의점 김밥도 2000원이 넘는 요즘이 아닌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로 편의점 김밥 매출이 30%까지 올랐다는 보도도 있었다. 

날이 덥다보니 문제가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식중독을 비롯한 여름철 질환, 위생 문제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위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특히, 김밥은 상온에 오래 보관할 경우 금방 상하기 쉽고, 편의점과 프리미엄 김밥집과 비교해서 이곳은 시원하지 않다. 매장 인테리어나 내부 시설들을 잘 해놓은 곳들이 주변에 있으면 사람들은 당연히 시원하고, 깨끗한 곳으로 먼저 발걸음이 갈 것이다.

도로가 깨끗해지고, 재정비가 되면서 작은 시장들이 많이 사라졌고 이와 동시에 노점들도 많이 사라졌다. 깨끗한 게 좋고, 시원한 것이 좋지만 반면에 임대료가 올라가고, 올라간 임대료는 판매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니 결국 깨끗하고 좋은 시설을 찾으면 찾을수록 우리는 더 올라간 가격 때문에 힘들어 하게 되는 건 아닌지...

2000원으로 가격을 유지해서 판매를 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을 불평을 한다고 한다. 이 가격으로 팔기 위해, 아주머니는 남편분과 세일하는 정보를 들으면 그곳에 찾아가서 한 번에 사 놓는 식으로 겨우 유지를 한다고 한다.

김밥 보관이 까다로운 부분은 안타깝다. 여름철 김밥이 길거리 음식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해도, 떡볶이는 이미 방탄소년단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우리나라 음식 중의 하나이다. 이런 떡볶이를 비롯한 음식들과 길거리 노점 문화는 어느 나라와도 견줄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문화가 아닐까? 

추운 날 밖에서, 회사 일과 가정일에 온갖 스트레스가 몰려오고 저녁도 먹지 못한 상태에서 만나곤 했던 길거리 노점. 그때 만난 그 음식들이 주는 위로는 컸다. 그곳에서 먹는 어묵 한꼬치가 주는 감동과 프리미엄 백화점 지하 1층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어묵 한 꼬치는 달랐다. 후자는 배는 부르게 할 수 있지만 같은 감동을 줄 수 없다. 

길거리 상인들을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 그분들이 만드는 우리 음식들이 소중하게 다뤄졌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같이 실립니다.


태그:#길거리음식, #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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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며, 다양한 시드니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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