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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열매 방과후교실
▲ 나무와열매 방과후교실 나무와열매 방과후교실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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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엔 약 100여 개의 마을기업이 있다. '마을기업'이란 말 그대로 지역주민이나 단체가 해당 지역의 인력, 문화, 자원 등을 활용해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다. 사회적기업과 달리 마을기업은 지역(읍·면·동)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역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직접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나무와열매는 서울의 대표적 마을기업이다. 장애아 부모모임에서 시작한 작은 마을기업이지만, 현재는 매출 112억, 비상근 활동보조교사까지 포함해 직원 380명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생애주기에 맞춘 평생돌봄을 제공하고 싶다는 나무와열매 김경예 대표를 지난달 27일에 만났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첫째를 둔 김경예 대표가 비슷한 장애를 가진 부모 돌봄모임을 만든 것이 나무와열매의 시작이다. 돌봄모임에서 시작해 서울의 대표적 마을기업이 되기까지의 히스토리가 궁금했다. 
 
나무와열매 김경예 대표
▲ 나무와열매 김경예 대표 나무와열매 김경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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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와열매는 어떤 곳인가요?

"장애아동 부모가 주체 되어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입니다. 또한 저희는 성북구 마을기업이기도 한데요. 2019년엔 우수 마을기업에, 2022년에는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모두애 마을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어요. 크게 두 가지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요. 하나는 '찾아가는' 돌봄으로, 장애인활동지원사업울 하고 있어요. 도우미가 장애인분들의 집에 방문해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 하나는 '찾아오는' 돌봄인데요. 나무와열매 센터에 이용자들이 직접 오셔서 돌봄을 받는 겁니다. 장애·비장애 시간제 통합돌봄터, 발달장애학생 방과후 활동지원, 야간보호 서비스, 성북구청 틈새돌봄사업을 같이 진행 중입니다." 

마을기업으로서의 첫 시작이 궁금합니다. 

"2012년 장애아 부모모임으로 시작했어요. 당시 비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공동육아'가 유행했거든요. 장애아를 대상으로 한 돌봄과 공동육아도 필요한데 그런 프로그램은 찾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던 중 '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이라는 300만 원짜리 공모 사업을 우연히 보게 됐고, '우리가 한번 시작해볼까' 도전하게 된 거죠. 그게 선정돼 집에서 품앗이돌봄이 가능해졌어요. 

사실 전 그전까지만 해도 남의 아이를 돌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거든요. 기질과 성향이 다른 장애아동들을 내 아이처럼 살필 수 있을까 싶었던 거죠. 그런데 되더라고요. 그렇게 사업을 마무리하고 나서도 한 달에 1~2번 만나 모임을 계속했죠. 아이들이 커 가며 돌봄이 점점 필요할 테니, 우리가 자체적으로 돌봄공간을 만들어보자 싶었어요. 그 후 감사하게도 1차 마을기업으로 선정이 되어 사업비로 돌봄터 공간과 사무실을 마련하게 됐고, 2차 선정기업으로 이어지게 됐죠."
  
마을기업 활동이 나무와열매 성장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나무와열매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사업들을 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사회서비스 사업이기 때문에 운영이 안정적이지만, 장애아 돌봄서비스의 경우엔 처음 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보니 변수가 많았거든요. 영리 기준으로는 실행이 어렵지만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덕분에 시범사업으로 운영해보고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어요. 장애아 돌봄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덕분에 성인돌봄까지 확장하게 됐고요."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19로 서비스 실행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는지요?

"특히 장애아동 돌봄 서비스의 경우 센터로 찾아와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에 더욱 조심스러웠어요. 코로나가 가장 심했을 때는 한달 정도 문을 닫기도 했고요. 저희뿐만 아니라 주변 복지시설이 다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긴급·일시·상시돌봄이라는 서비스는 저희 나무와열매만 지원하고 있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무조건 조심한다고 능사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한 명이 오든, 오지 않든 저희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어드려야 한단 생각이었죠.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장애아동 가정뿐 아니라 비장애 아동을 둔 가정 또한 돌봄 문제로 인해 무척 힘들어하는 상황이었잖아요. 당시 발달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도 계속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물론 자체 방역을 철저히 신경쓰고, 또 부모님들께도 그 부분을 충분히 설명드렸습니다." 
 
나무와열매 사무실
▲ 나무와열매 사무실 나무와열매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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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열매에선 장애아동뿐 아니라 비장애아동까지 통합 돌봄교육을 제공한다. 장애·비장애 아동을 함께 교육한다는 부분에 있어 초반에 우려가 있진 않았을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했다.  
   
"일단 제게 꼭 필요한 서비스였어요. 저희 큰아이를 장애돌봄터에 맡기고 나면, 둘째와 막내는 또 다른 곳에 보내야 했으니까요. 이왕이면 같은 공간에서 아이들을 케어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성북구의 근처 초등학교 부모님들이 하나둘 문의 주시면서 비장애 형제자매 아동들까지 포함하는 돌봄 서비스를 마련했습니다.

비장애 아동들은 당연히 장애 아동들이 낯설 수밖에 없어요. 처음에는 집에 돌아가서도 함께 하는 장애 아동들의 외모적 특징에 대해서만 얘기했다고 하더라고요. 침을 흘린다, 말하는 게 이상하다면서요. 그런데 점차 달라졌어요. 장애 아동들의 이름을 부르고 오늘 같이한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해요. 'OO형을 도와줬어'라는 식으로요. 서서히 인식 개선이 이뤄졌죠. "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통해 후배 마을기업에게 노하우를 전수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교육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하는 더이음 협동조합인데요. 같은 성북구 안에 있는 마을기업이에요. 업종은 다르지만 마을기업 선배로서 사업모델 컨설팅과 지속적 수익창출을 위해 조언하고 있어요. 마을기업의 경우 계속 수익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1~3차 사업비만 받고 종료되는 경우가 많아요. 명확한 수익모델을 찾아야 하죠. 저는 소비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컨설팅합니다. 

또 마을기업 선배로서 저희가 처음 마을기업을 시작하고 이어오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진솔하게 전달해드리고 있어요. 시간은 지났지만, 여전히 어려운 부분은 유사하더라고요. 조합원의 소통 문제나 조직 내 역할 분배 같은 문제들이죠. 저희의 과정과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어려움을 무사히 해결해 나가도록 돕고 있습니다." 

성북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고요. 나무와열매에 도움을 요청하는 기업들은 어떤 곳들인가요?

"처음엔 이와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은 분들이 탐방 오셨다면, 지금은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나 일반 마을기업에서도 오세요. 매출이나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듣고 싶어하죠. 공공기관이나 교육·문화사업 하는 분들도 궁금해합니다. 또 사회복지학·행정학 전공하는 분들이 사례연구 차원에서 많이 들르십니다." 

성장을 계속하고, 또 그 성장의 '열매'까지 아낌없이 나누는 나무와열매. 그들이 꿈꾸는 미래가 궁금했다. 
 
나무와열매 사무실
▲ 나무와열매 사무실 나무와열매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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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하계동에 치료센터를 개소했어요. 바우처를 사용하거나 민간치료 둘 다 가능한 곳이에요. 치료센터이지만 돌봄 공간이기도 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데요. 장애아동들이 치료를 받으러 왔다가, 치료가 끝나면 돌봄공간에서 수업도 받고 친구도 만날 수 있는 거죠. 

아이들에게도 좋지만 부모님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공간이에요. 치료와 활동이 함께 이뤄지니까요. 이런 원스탑 서비스를 연령대별로 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는데요. 노원구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이런 공간이 많이 생기길 바라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성장을 거듭해오셨는데요,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사업가가 되겠다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단지 우리 아이를 돌볼 공간이 필요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사회복지사 실습 받을 때 알게 됐는데, 실버복지센터는 동마다 있지만 장애아동 지원센터는 서울에 몇 군데 없어요. 장애아동·성인도 커뮤니티 케어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북구의 주민들이 나무와열매를 오래 찾아주신 것도, 마을 차원에서 이러한 활동이 이루어진 공간이었기 때문이죠. 

마을기업으로 제안해 시작했고, 하다 보니 필요한 사업들이 자꾸 눈에 보였어요. 그렇게 조금씩 지금까지 왔던 것 같아요. 수익만을 노렸다면 이렇게까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싶어요. 그보다는 우리 아이, 그리고 우리 마을에서 함께 커 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한 건물에서 이 모든 활동이 이뤄지는 원스탑 서비스 거점빌딩을 꿈꿉니다. 지금처럼 한 단계씩 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콘텐츠 제작 : 딴짓 출판사
본 콘텐츠는 서울 사회적경제 뉴스레터 [SE:LETTER]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태그:#사회적경제, #마을기업, #나무와열매, #평생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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