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편 '탈레반이 중국 코털도 못 건드리는 이유 http://omn.kr/205yt'에서 이어집니다. 
 
일함 마흐무트는 일본에서 유학한 대표적인 친일파 위구르족으로 그의 트위터 계정엔 다음과 같은 소개글이 쓰여 있다. “일본이 아시아의 평화에 큰 역할을 해내리란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日本がアジアの平和を維持する重役を果たせると信じっています)” 그는 필자가 한국인임을 소개하자 곧장 일본의 우수성을 언급하며 “한국은 일본을 많이 배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WUC 동아시아·태평양 지부장 일함 마흐무트. 일함 마흐무트는 일본에서 유학한 대표적인 친일파 위구르족으로 그의 트위터 계정엔 다음과 같은 소개글이 쓰여 있다. “일본이 아시아의 평화에 큰 역할을 해내리란 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日本がアジアの平和を維持する重役を果たせると信じっています)” 그는 필자가 한국인임을 소개하자 곧장 일본의 우수성을 언급하며 “한국은 일본을 많이 배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Ilham Mahmut Facebook

관련사진보기

 
2012년 5월 14일 세계위구르대회 의장 레비야 카디르는 야스쿠니를 참배하며 10만엔을 기부했다. 당시 위구르 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한국언론에선 이 사건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으나 일본과 중국 내에서는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특히나 일본 내에서도 중국의 식민지배로 고통받는 위구르족의 대표가 어떻게 식민지 수탈의 상징을 참배할 수 있느냔 항의가 빗발쳤다. 실제로 일본의 유명 위구르 연구자 미즈타니 나오코(水谷 尚子)는 카디르 여사의 야스쿠니 참배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그 배후로 일본 극우세력과 야합한 재일 위구르 인사를 지목하기도 했다.   실제 필자가 일본에 방문했을 때 만났던 WUC 일본지부장(현 명칭은 동아시아·태평양 지부장)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도쿄에서 막 개업한 그의 위구르 식당 '레이한(Reyhan)'은 혐한시위로 악명 높은 재특회 등 다양한 극우단체의 회합 장소로 쓰이고 있었다. 그는 위구르 독립운동을 교묘히 자신의 생계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미즈타니 나오코는 2007년 위구르 인권실태를 일본사회에 고발한 책 <중국에서 쫓겨난 위구르인>을 펴내 다음해 마이니치신문으로부터 아시아·태평양상을 수상하며 유명해진 중국 현대사 연구자다. 그녀는 2009년 WUC 의장 카디르 여사의 방일을 적극 추진했고 그녀의 신원보증인 역할도 맡았다. 2010년 베이징 입국을 거부당하면서 중국 당국으로부터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카디르 여사가 야스쿠니를 참배한 2012년 이후 WUC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특히 카디르 여사의 야스쿠니 참배 배경으로 일본 극우세력과 가까운 WUC 일본지부장 일함 마흐무트(Ilham Mahmut)를 지목했다.
▲ 미즈타니 나오코 메이지대학 조교수. 미즈타니 나오코는 2007년 위구르 인권실태를 일본사회에 고발한 책 <중국에서 쫓겨난 위구르인>을 펴내 다음해 마이니치신문으로부터 아시아·태평양상을 수상하며 유명해진 중국 현대사 연구자다. 그녀는 2009년 WUC 의장 카디르 여사의 방일을 적극 추진했고 그녀의 신원보증인 역할도 맡았다. 2010년 베이징 입국을 거부당하면서 중국 당국으로부터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카디르 여사가 야스쿠니를 참배한 2012년 이후 WUC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특히 카디르 여사의 야스쿠니 참배 배경으로 일본 극우세력과 가까운 WUC 일본지부장 일함 마흐무트(Ilham Mahmut)를 지목했다.
ⓒ 미즈타니 나오코 페이스북

관련사진보기

 


신장 수용소 DB 구축자, "위구르족? 한숨만 나온다"

필자는 2018년 겨울, 신장 수용소 희생자들 데이터베이스(Xinjiang Victims Database)를 구축 중인 저명한 인권운동가 진 부닌(Gene Bunin)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의 이중국적자로서 중국 공산당의 무슬림 소수민족 인권탄압에 격분해 어떤 배후세력도 없이 스스로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수집해 인터넷에 공개 중인 인물이다(다음은 그가 운영하고 있는 Xinjiang Victims Database 웹사이트 주소: https://shahit.biz/).
 
진 부닌은 신장 무슬림들의 피해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2년 이상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지를 떠돌았다. 그러나 친중파가 도처에 즐비한 중앙아 어디에서도 그를 반기는 곳이 없었다. 실제로 진 부닌은 중국이 보낸 스파이들로부터 수차례 암살시도를 겪었다. 그럼에도 꿋꿋이 버티며 현재까지 56,934건의 구체적인 피해사례 및 피해자 신원까지 확보했다. 진 부닌은 위구르 인권운동에 관련됐다는 사유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한 뒤 현재는 대만에 체류 중이다.
▲ 진 부닌과 필자의 만남(2018, 부하라). 진 부닌은 신장 무슬림들의 피해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2년 이상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지를 떠돌았다. 그러나 친중파가 도처에 즐비한 중앙아 어디에서도 그를 반기는 곳이 없었다. 실제로 진 부닌은 중국이 보낸 스파이들로부터 수차례 암살시도를 겪었다. 그럼에도 꿋꿋이 버티며 현재까지 56,934건의 구체적인 피해사례 및 피해자 신원까지 확보했다. 진 부닌은 위구르 인권운동에 관련됐다는 사유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한 뒤 현재는 대만에 체류 중이다.
ⓒ 송호림

관련사진보기

 
진 부닌은 필자와의 대담에서 "이 DB구축은 본래 위구르족이 할 일이다. 그러나 대다수 위구르족은 말만 앞서고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XVsDB는 위구르족 해방 이후 중국에 청구할 천문학적 배상금의 유력한 증거로 쓰일 전망이다.

한민국의 대일본 종군위안부·강제징용 피해보상청구는 패전 이후 공개된 각종 사료와 피해자들의 증언을 근거로 가능했다. 반면 중국 내 수용소 피해자 수와 그들의 신원정보는 영원히 은폐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당국의 혹독한 검열 때문이다. 따라서 진 부닌의 XVsDB는 최소 백만 이상의 수용소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천금만금보다 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위구르 친족 우즈벡 "중국은 배울 점 많은 소중한 파트너"

필자가 과거 기사 '위구르 해방운동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http://omn.kr/1uqwz'에서 밝혔다시피, 위구르 독립의 열쇠를 쥔 국가는 아프간이 아니라 언어·문화·역사를 공유하는 우즈베키스탄이다. 그런데 우즈벡 대통령 미르지요예프는 지난달 말 타쉬켄트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을 '전통적으로 배울만한, 신뢰할 수 있는 중요 파트너'라 언급하며 신장-키르기즈-우즈벡 철도건설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집권 2기 경제발전을 위해 중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교류확대는 현 정권 최대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2021년 2월 우즈벡 정부는 러시아 규격(5ft; 1520mm)의 테르미즈-마자리 샤리프-카불-페샤와르 철로 건설을 제안했다. 이 철도는 미르지요예프가 촉구하는 신장-키르기즈-우즈벡 철도의 연장선이다. 다시 말해 해당 규격의 철로는 동북아 사할린부터 아랄 해까지 구소련 전체를 잇는 반지구적 영역의 광범위한 교통망 실현을 가능케 한다. 즉 중국의 일대일로에 협력하는 한편 구소련부터 내려오는 CIS 국가들의 물류망까지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 미르지요예프가 제안한 신장-키르기즈-우즈벡 철도(위), 현재 아프간에서 추진 중인 이란행  2021년 2월 우즈벡 정부는 러시아 규격(5ft; 1520mm)의 테르미즈-마자리 샤리프-카불-페샤와르 철로 건설을 제안했다. 이 철도는 미르지요예프가 촉구하는 신장-키르기즈-우즈벡 철도의 연장선이다. 다시 말해 해당 규격의 철로는 동북아 사할린부터 아랄 해까지 구소련 전체를 잇는 반지구적 영역의 광범위한 교통망 실현을 가능케 한다. 즉 중국의 일대일로에 협력하는 한편 구소련부터 내려오는 CIS 국가들의 물류망까지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 Railfreight.com

관련사진보기


게다가 SCO 회의 며칠 전 타쉬켄트에서 열린 아프간 국제회담은 우즈벡·아프간 모두에게 '번영과 평화'라는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제시했다. 탈레반 입장에선 다시 찾은 정권을 결코 놓칠 수 없다는 비장한 결의가 엿보인다. 내륙국 우즈벡은 어떻게든 아프간 철로를 연결해 파키스탄 항구를 통한 대양무역의 물꼬를 트겠다는 심산이다. 결과적으로 두 사안 모두 중국의 협조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아베 사망에 "위구르의 진정한 수호자" 애도물결 이어져

시진핑 집권과 함께 출발한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어느덧 사업 10년차에 접어들었다. 중앙아 각지에 문을 연 공자학원에선 매년 수천 명의 친중파 인력이 쏟아진다. 또한 중앙아 언어문화에 익숙한 신장런 세대 수십만이 일대일로의 든든한 아군으로 활약할 준비를 마쳤다. 뿐만 아니라 경제발전을 꾀하는 중앙아 민족들까지 중국에 넙죽 엎드려 도움을 청하고 있다.

반면 재외 위구르 독립운동가들의 현실은 실로 참담하다. 혈혈단신으로 해외로 망명해 제 몸 하나 챙기기도 빠듯한 형편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필자는 카디르 여사가 야스쿠니를 참배한 것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현재 위구르족을 도와줄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ETIM은 오래전 사멸했고 WUC 정도가 비폭력 저항운동을 명분으로 미국과 독일, 터키에 불안한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1988년 신장대에 재학 중이던 돌쿤 이사(Dolqun Isa)는 위구르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는 학생시위를 벌였다. 이후 학교서 제적당한 그는 독일로 건너가 위구르 해방운동에 뛰어들며 96년 WUC를 창설했다. 그리고 2017년부터는 WUC 의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정치·경제적 기반도 없는 WUC는 서방의 대중국 압박용 카드로나 쓰일 뿐이지 실제로 위구르 해방운동에 아무런 영향력도 없다. 일함 마흐무트의 사례처럼 WUC 간부들조차 각자 생계를 꾸리기도 급급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돌쿤 이사는 2009년 9월 한국으로부터 입국거부를 당한 사실이 있다. 당시 그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중국의 압력이 이명박 정부에까지 미친 탓이다)
▲ 현 WUC 의장을 맡고 있는 돌쿤 이사와 아베 총리의 생전 모습. 1988년 신장대에 재학 중이던 돌쿤 이사(Dolqun Isa)는 위구르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는 학생시위를 벌였다. 이후 학교서 제적당한 그는 독일로 건너가 위구르 해방운동에 뛰어들며 96년 WUC를 창설했다. 그리고 2017년부터는 WUC 의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아무런 정치·경제적 기반도 없는 WUC는 서방의 대중국 압박용 카드로나 쓰일 뿐이지 실제로 위구르 해방운동에 아무런 영향력도 없다. 일함 마흐무트의 사례처럼 WUC 간부들조차 각자 생계를 꾸리기도 급급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돌쿤 이사는 2009년 9월 한국으로부터 입국거부를 당한 사실이 있다. 당시 그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중국의 압력이 이명박 정부에까지 미친 탓이다)
ⓒ World Uyghur Congress

관련사진보기

 
그런 와중에 위구르족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유일한 아시아 수반이 바로 아베 전 총리였다.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그들을 보듬어준 것도 자민당 내 일본 극우 세력이었다. 실제로 WUC는 아베 총리의 암살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긴급성명을 내고 "위구르의 진정한 우방이 사라졌다"며 큰 슬픔과 애도를 표한 바 있다.

대격변이 없는 한 위구르족 해방은 요원하다 

현재 위구르족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작년 12월 무렵 무려 6년 동안이나 신장 무슬림 탄압을 주도했던 천취안궈(陳全國) 당서기가 물러났다. 악명 높은 그가 자리를 옮겼다는 것은 이미 중국 공산당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중국의 무슬림 소수민족 말살정책이 완성단계에 이르렀기에 더는 위구르족이 신장 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으리란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앞으로 10~20년 안에 위구르족은 서부개발로 멸족에 이른 미국 원주민 같은 신세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 2차 대전 같은 세계적인 격변이라도 나지 않는 한 위구르의 해방은 지극히 묘연한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읽고 위구르족을 포함한 신장의 무슬림 소수민족의 구명운동을 돕고자 하는 분들은 진 부닌의 Xinjiang Victims Database 를 후원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다음은 진 부닌의 고펀드미 웹사이트 링크: https://www.gofundme.com/f/xinjiang-victims-database-work
진 부닌의 배후에는 어떤 특정 국가나 민족, 세력도 없으며 순수하게 위구르족을 비롯한 신장 모든 소수민족을 위해 힘쓰는 인물이다. 아내와 자식도 없이 독신으로 살면서 과거 카쉬가르에서 보낸 즐거운 나날들을 추억하며 언젠가 되돌아갈 수 있으리란 희망으로 중국에 맞서는 용감하고 정의로운 청년이다.


태그:#위구르족, #아베_신조, #레비야_카디르, #일대일로, #미르지요예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앙아 역사문화를 중심으로 고전 차가타이어와 지역 근현대사를 탐구하는 아마추어 연구자입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