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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 사진 좀 봐."
"강아지네. 그런데 얘 눈빛이 왜 이래? 애처롭다."
"그렇지? 유기견이래."

"아, 길을 잃었구나. 어서 주인을 찾아줘야 하겠네."
"못 찾았대. 심장사상충에 시달린 강아지인데 입양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죽인대."
"저런 어째?"

"저… 아빠. 우리가 데려오면 안 될까?"
"우리가? 나는 병아리고 강아지고 안을 때 뭉클해서 싫은데…."
"내가 기를게."
"네가? 말은 그렇게 해도 엄마 몫이 되고 말 텐데."


죽인다는 바람에 엉겁결에 받아들인 개는 대여섯 살쯤 되었다는 하얀 몰티즈였다. 딸 아이가 하얀 토끼 같다며 바니라고 한 개와 한 이부자리에서 잔 지 어느새 열 해째다. 그사이 숱한 잘잘못을 겪었다. 개와 더불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짚지 않고 지나쳤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만나면서 깨달은 '돌봄' 
  
유기견 바니 열너댓 살쯤이고 사람으로 치면 아흔 살이 넘었으니 호호 할머니다.
▲ 유기견 바니 열너댓 살쯤이고 사람으로 치면 아흔 살이 넘었으니 호호 할머니다.
ⓒ 변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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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의 개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방법>을 읽으면서 무릎을 쳤다. 주인공 할머니는 강아지가 가지고 싶다는 손주 루이스에게 동네에 이미 개가 많다고 말씀한다. 동네에 개가 몇 마리나 있는지 궁금해진 루이스가 시청에 물었으나 돌아온 말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망한 루이스에게 할머니는 "정말로 이뤄졌으면 하는 게 있다면 스스로 해내야만 한단다"라고 일깨운다.
  
 책 일부
 책 일부
ⓒ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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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는 이 말씀에 따라 집집이 문을 두드리며 개가 있는지 어떤 버릇을 가졌는지 하나하나 알아간다. 나도 루이스처럼 개들에게는 어떤 버릇이 있으며 뭘 할 때 좋아하고 어떨 때 싫어하는지 살폈더라면 '바니와 사이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뒤따른다.

바니는 오줌이나 똥을 누고는 가장 먼저 내게 조르르 달려왔다. 먹이를 달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왜 그러는지 몰라 어리벙벙했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면 하는 수 없이 아내에게 달려가고는 하는 바니에게 밥을 주고 밑을 닦아주다가 깨달았다. '아! 내 평생 누구 밥을 해주거나 치다꺼리를 한 적이 별로 없었구나' 하는 것을. 한평생 어머니나 아내가 해주는 밥을 날름날름 받아먹기만 했지, 누구에게 밥을 차려준 적이 없었으며 돈이나 좀 벌었지 살림살이를 한 적이 없었다.

바니가 그런 내게 이미 진 빚을 갚지는 못할지라도 더 짓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냐고 흔들어댄다고 알아들었다. 그러고 나서 집에서 가벼운 음식을 하나둘 하기 시작하여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을 때 다른 점

처음에는 어떻게 만들든 맛있다고만 하던 아내가 언제부터인가 맛을 제법 냈을 때만 먹을 만하다고 한다. 음식다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말일 테다. 바니가 흔들어대고 일깨운 덕분에 멈칫멈칫 살림살이에 손을 담그고 있는 차에 만난 <나의 개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방법>은 어울림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도록 만든다.
  
 책 <나의 개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방법> 표지 이미지
 책 <나의 개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방법> 표지 이미지
ⓒ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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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돌아가 보면 루이스가 마을에 사는 개들을 살피러 집을 나올 때 할머니도 루이스와 같이 나와 무엇인가를 한다. 빙 둘러앉아 그림책 연주를 마치고 어울린 이들에게 "할머니 뭘 하셨을까요?"하고 물으면 그림을 낱낱이 살피며 책을 본 아이들은 뭘 하셨는지 금세 말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잘 알지 못한다. 글을 따라가기에 바빠 그림은 그냥 스쳤기 때문이다.

함께 산다는 말은 어울린다는 말이고, 어울리려면 놀아야 한다. 놀이터가 곧 살림터이고 그대로 배움터이다. 눈 밝은 아이들만 알아차린 그림에는 어울려 놀이, '어울려 살림'이 듬뿍하다. '나의 개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방법'은 어울려 놀이다!

나의 개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방법

필립 C. 스테드 (지은이), 매튜 코델 (그림), 배주영 (옮긴이), 원더박스(2022)


태그:#나의 개를 만나러 가는 특별한 방법, #원더박스, #그림책연주, #꼬마평화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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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 바라지이 “2030년 우리 아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은가”를 물으며 나라곳곳에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꼬마평화도서관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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