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포스터

<한산>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조선시대 정읍현감, 진도군수, 전라좌도수군절도사 등을 역임한 무신 이순신 장군은 한국인에겐 임진왜란 당시 침략해 오는 왜군을 통쾌하게 물리친 장군으로서 명량, 한산, 노량진, 옥천 대첩 등으로 왜구들과의 해전을 대 승리로 이끈 뛰어난 전술가로 존경 받는 인물이다.

필자는 현재 해남 땅끝 마을에 살고 있고 우수영 부근 문내면 난대리 마을로 성인문해 교육을 하고 있어 자주 우수영을 찾곤 한다. 그럴 때마다 웃돌목의 거세한 물줄기 휘돔을 보며 수척의 왜적의 배를 빠뜨린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떠올리곤 한다.

지난 2014년부터 이순신 장군의 해전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 첫 번째 영화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는 "명량해전, 과연 승리한 전쟁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김한민 감독과 영화 <명량>의 주역들이 명량해전이 있기 직전 16일 간 이순신 장군의 실제 행적을 쫓아가며 미처 몰랐던 이순신의 진짜 이야기를 낱낱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한산: 용의 출현>이 개봉 사흘 만에 100만 돌파라는 소식에 영화를 보기 위해 남편과 함께 목포 하당지구로 향했다. 내내 건장마로 쨍쨍 내리쬐던 하늘이 비라도 뿌릴 듯 구름이 깔리더니 목포에 도착할 무렵부터 비를 뿌렸다. 이미 입소문이 난 영화 개봉이라 관객이 많을 거라 예상했는데 우중이라서인지 세 관 중 바로 상영되는 6관에서 <한산: 용의 출현>을 볼 수 있었다.

한산도 앞바다에서 왜군 함대를 궤멸한 거북선 출항과 학익진 전술이 관전 포인트로 조선 수군의 압도적 승리를 이끈 두 가지 비장의 무기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보여질지 궁금했는데 처음 시작은 1592년 여름, 음력 7월 8일 한산도 앞바다,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한 조선의 운명을 건 지상 최고의 해전이라는 다큐적인 역사 그림으로 보여주며 그 시대상을 이해케 하였다

"역시, 김한민 감독이야."

한산대첩을 승리로 이끌게 한 이순신의 역사 스토리도 탄탄하였고 주연 조연 및 각각의 역할 등의 개성미 넘치는 역할도 눈에 띄었다. 또한 넘실거리는 바다 위에 학의 날개처럼 선 배들이 아름다웠고 바다를 누비며 왜적선을 격파하는 4D기법과 그 장면을 더 빛나게 하는 웅장한 사운드는 엄지 척이었다.

<명량> 영화가 고뇌적인 장군의 모습과 전투 시 활력 넘치는 목소리로 전군을 이끌어 승리한 것을 보여준 반면 <한산: 용의 출현>은 묵묵한 표정으로 진두 지휘하는 박해일의 침착한 이순신 장군의 노련한 해전을 이끄는 묵묵한 표정으로 관객을 숨죽이게 했다.

한편 이순신 역 박해일, 야키자카야스와루 역인 변요한, 수군향도 어영담 역인 안성기, 매사 출전에 방어적인 수군 원균 역 손현주. 와키자키와 대립하는 장수가토엔 역 김성균, 왜장 옆 기녀 김향기의 스파이 역할 등으로 관객 시선을 꽉 붙잡을 정도였다.

하얀 수염이 기품과 강직성을 보여준 노장군 역 안성기의 노련하면서도 기품있는 연기에서 오직 한눈 팔지 않고 영화의 길만 걷고 있는 강직과 노련미가 전해졌고 낮은 사람들의 힘겨운 삶을 내면의 연기로 보여주던 손현주의 능청거리고 겁 먹은 원균 연기의 변신에 탄복하기도 하였다.

어디 이뿐일까? 배 밑에서 쉴 틈없이 노를 젖는 사람들, 육지에서 처절하게 왜구와 맞서 싸우는 조선의 민군들, 불의와 의의 싸움이라는 말에 항복하여 조선을 위해 싸우는 왜군, 첩자와 왜장의 기밀을 빼 전하려다 들켜 혀를 자른 기녀 등 요소요소 인물들의 부각으로 교감을 유도했다는 점이다.

즉 2014년에 개봉한 명량은 김한민 감독이 처음으로 우리 역사를 영화라는 신개념으로 낱낱이 밝혀주는 영화로 보는 이들 가슴에 역사적 모순과 그 모순 속에서도 나라를 위한 이순신의 불타는 애국심, 그리고 자연을 이용한 전술로 승리한 조선 해군의 통쾌를 전했었다면 김한민 감독이 두 번째 선보이는 작품은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등 압도적인 포스의 배우와 거북선을 개발한 조선 분야 과학자이자 실제 해전에서 다수의 공을 세운 문무겸비한 임진왜란의 장수 나대용 역인 박지환 인물이 부각되었으며 남쪽 해변 부분에 위치한 나주, 진도, 진주, 광양 현감들의 역할을 여실히 보여준 영화다.

혹여 바다의 생태를 모른 사람들이라면 흐릿한 안개로 뒤덮인 화면의 선명성을 지적할련지도 모르지만 조도라는 섬에서 2년 정도 살아본 사람으로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안개 장면도 좋았다. 특히 왜적에게 유출된 거북선이 자라의 머리처럼 위의 용두가 들어가는 장면이 기발해 손벽을 치고 싶었지만 쥐죽은 듯 영상을 향한 관객을 보고 포기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 하나, 수염과 출연진, 옷들 흩날림이나 출렁이는 물결, 안개의 흐름과 걷힘의 장면 등 바람에 유동하는 것들에 좀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4D 영상의 아쉬움도 있었다. 이런 어쉬움까지 나아져 3차 개봉을 앞둔 노량진 해변에서 보여줄 거란 기대를 해보며 툭하면 망언을 일삼는 일본인들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는 영화가 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명량과 또 다르게 이끈 영화에 감탄하며 우리 영화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한산'용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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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 후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여행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를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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