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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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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ura Chouette/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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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세대는 버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다. 모르긴 몰라도 엄마뻘 아주머니들의 옷장 속 옛날 옷을 모아놓는다면 요즘 MZ세대들이 좋아할 레트로(복고) 풍의 아이템도 꽤 나오지 않을까 한다. 혹은 클래식한 아이템으로 요즘 입어도 전혀 손색이 없거나.

40대 수강생이 신혼 때 남편에게 선물받았던 원피스를 살릴 수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다음 수업 때 가지고 오라고 했고 끈 나시의 검은색 롱 원피스는 가디건과 매치해 새 생명을 얻게 되었다.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몰라, 하지만 버리긴 아까운 추억의 물건이었는데 20년만에 살리게 된 것이다.

보통 옷장 코칭을 하다보면 오래된 옷은 티가 난다. 왜냐하면 옷은 대부분 그 시대의 감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이 그 시대의 풍을 담고 있는 것처럼 옷 역시 옛날 풍의 디자인을 담고 있어서 요즘 입기에는 촌스러운 느낌이 난다. 그래서 '이 옷 구매한 지 오래 되셨죠?'라고 물어보면 어떻게 알았냐는 듯 신기방기한 눈으로 나를 쳐다 본다.

요즘은 여전히 미니멀 열풍이 일고 있고 비우는 것이 오히려 나를 위한 삶에 집중하게 만드는 슬기로운 생활이란 인식이 퍼져 비우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10년된, 20년된 옷을 간직하고 있는 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 그런 옷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정확히는 살릴 수 있는 상황의 조건 되겠다.

1. 체형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
위에 나오는 수강생은 지금의 체형이 20년 전의 체형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에 원피스가 몸에 맞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20년 동안 체형이 조금씩 바뀌어 옷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내 몸이 그 때의 몸이 아니라면 옷을 살리기란 어렵다고 봐야한다. 같은 키, 같은 체중이라 하더라도 세월에 따라 몸의 굴곡과 라인은 변하므로 10년된 옷이 맞는 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2. 심플한 아이템일수록 소생이 가능하다.
트렌치 코트나 검은색 심플한 원피스가 대표적이다. 흰색 셔츠도 같은 계열이다. 이처럼 머스트 해브 아이템 목록에 들어있을 법한 아이템들은 유행을 잘 타지 않고 세월도 잘 타지 않는다. 그래서 10년 전에 입으나 지금 입으나 크게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트렌치 코트 역시 묘하게 라인이 바뀌고 유행을 타서 패션 센스를 갖추지 않는 한 완전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스타일링하기란 쉽지 않다.

3. 약간의 수선을 통해 입을 수 있다.
어떤 스커트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떨어지다가 끝 부분에 갑자기 레이스가 달려 있다거나 H라인으로 떨어지다가 주름으로 덧대어져 있기도 하다. 이것은 2번의 경우와 반대로 여러 디자인이 접목된 경우인데 특색있는 디자인은 유행을 타므로 지속성이 짧다. 그래서 끝 부분을 완전히 잘라내 심플하게 만들면 촌스러운 느낌은 잘라내고 최근에 구매했다고 해도 무방한 느낌으로 입을 수 있다.

4. 레트로 감성을 소화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
그런 사람이 있다. 촌스러운 아이템인데 힙하게 코디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이미지 자체가 힙한 느낌이 있다.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운 인상 혹은 차분하고 우아한 이미지는 복고풍의 아이템이 안 어울리기도 하지만 촌스러운 아이템을 입으면 더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다. 차갑고 도시적인 이미지일수록 복고풍의 아이템을 입어도 현대적인 느낌이 나며 옛날 옷이 아닌, 레트로 감성으로 입는다면 아무도 10년된 옷인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5. 부자재만 바꿔도 괜찮을 수 있다.
부자재가 들어가거나, 디자인이 많이 들어간 옷일수록 그 시대의 풍을 담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런 느낌은 보통 단추에서 많이 느낄 수 있는데 오래된 재킷이나 코트가 있다면 요즘 제작되는 옷들과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보면 쉽다. 한 때 겉옷에 오돌토돌하게 앤틱 문양 단추가 많이 쓰이던 때가 있었다. 단추만 심플한 디자인으로 바꿔도 촌스러운 느낌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옛날 느낌이 '많이' 나는 옷을 요즘 옷처럼 입기는 어렵다. 아무리 현대적으로 해석한다고 해도 그 촌스러운 느낌을 '힙한 레트로'로 바꾸려면 그 옷을 입는 사람 자체가 힙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어쩌다 20년된, 10년된 옷을 살려서 입게 된다면 그것은 10년 동안 그 옷을 간직한 사람에 대한 선물이 아닐까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선물을 간직하고 있다가 20년만에 다시 입게 되는 일이란, 패스트 패션이 난무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얼마나 소중한 이야기인가.

덧붙이는 글 | * 노답 옷장/오답 쇼핑/답답 코디에 지친 당신이라면,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에 놀러오세요!


태그:#클래식패션, #10년된옷, #20년된옷, #촌스러운옷, #레트로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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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악순환 줄이는 옷경영 코치. 건강한 멋과 삶, 옷장/쇼핑/코디 코치 <4계절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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