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선 처음 또는 다시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작품부터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하게 다루려고 합니다[편집자말]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 영화 포스터

▲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 영화 포스터 ⓒ (주)얼리버드픽쳐스

 
싱글맘 하루코(니시다 나오미 분)와 그녀의 아들 리쿠(요리카와 우타 분), 소설가 소라오(오시나리 슈고 분)와 그의 여자친구 메이코(쿠보 하루카 분)가 함께 사는 아오바 하우스에 유명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며 라이프 스타일 리스트로 인기가 높은 엄마 토모요(이치카와 미와코 분)를 둔 열일곱 소녀 유코(쿠리바야시 아이노 분)가 방문한다. 

유코는 여름 방학 동안 도쿄의 아오바 하우스에 머물며 미대 입시 학원의 여름 강좌반을 다니며 자신만의 꿈을 찾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좌절하는 그녀를 보며 하루코는 20년 전, 가장 친한 친구인 토모요와 자신 사이에 있었던 과거의 사건을 털어놓는다.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 영화의 한 장면

▲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 영화의 한 장면 ⓒ (주)얼리버드픽쳐스

 

지난 6월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드라마 <아오바의 식탁>(2019)은 일본의 라이프 컬처 플랫폼 '북유럽, 생활도구점'이 제작한 작품이다.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북유럽, 생활도구점'은 브랜드의 정신과 가치관을 입체적으로 전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겠다는 목표로 4부작 웹드라마 <아오바의 식탁>을 만들어 유튜브를 통해 선보였다.

아오바 하우스를 배경으로 리쿠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내용의 1화 '친구가 되는 법(17분)', 메이코가 다른 남자에게 프러포즈를 받는 해프닝을 그린 2화 '네가 좋아하는 것(16분)', 소설가 소라오가 겪는 창작의 고통을 담은 3화 '우리의 재능(19분)', 후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하루코가 주인공인 4화 '하루코의 우울(26분)'로 구성된 <아오바의 식탁>은 다양한 세대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고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북유럽, 생활도구점'의 홈페이지를 통해 작품에 등장한 음식의 레시피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등장인물의 패션, 미술과 소품으로 사용된 식기류, 잡화, 인테리어 소품을 소개하고 구매까지 가능하게 만들어 새로운 형태의 간접 광고 모델을 제시하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 7월 14일 디지털 개봉한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2021)은 오리지널 드라마 <아오바의 식탁>(2019)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작품이다. 메가폰은 <아오바의 식탁>을 비롯하여 TV 드라마 <귀에 맞으신다면>(2021),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2020)를 연출한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이 다시금 잡았다.

'북유럽, 생활도구점'의 관계자는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과 극장판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내는 사이가 두텁지 아니하고 거리가 있어서 서먹서먹함을 의미하는 '소원(疏遠)'을 각본의 중요한 키워드로 삼았다고 설명한다.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 영화의 한 장면

▲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 영화의 한 장면 ⓒ (주)얼리버드픽쳐스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은 여름방학을 보내는 열일곱 청춘 유코를 중심으로 "너는 뭐가 되고 싶어?"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고 각자의 과거와 현재, 꿈과 재능, 우정과 사랑을 다각도로 탐구한다.

여름방학과 청춘, 꿈과 재능, 우정과 사랑이란 소재만 본다면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은 <썸머 필름을 타고!>와 닮았다. 극 중 밴드 활동의 이야기를 확장한다면 <썸머 필름을 타고!>의 영화 만들기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앞선 세대의 하루코와 토모요, 다음 세대의 유코와 리쿠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지기에 나이에 따라 공감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훨씬 넓어졌다. 질문의 해답 격인 "독자적인 해석"도 인물들의 음악, 꿈, 미래, 청춘에 잘 어울린다.

장르적 유연성도 눈여겨봄 직하다. <썸머 필름을 타고!>는 청춘, 로맨스, 시대극, SF 등 도저히 섞일 것 같지 않던 장르를 근사하게 혼합하여 신선함을 주었다.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 역시 음식, 청춘, 성장, 음악,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적절하게 녹였다.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은 자신의 재능이 일회성이 아님을 증명한 셈이다. 이야기를 독특하게 풀어나가는 힘과 섬세한 연출력을 지닌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은 눈여겨볼 차세대 일본 감독이라 생각한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비밀의 화원>(1996), <카타쿠리가의 행복>(2001), <양지의 그녀>(2013), <신문기자>(2019)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니시다 나오미, 패션 모델 겸 배우로 오랫동안 활동한 이치카와 미와코, TV 드라마 <his~사랑할 생각은 없었다>(2019)의 쿠리바야시 아이노, 영화 <암살교실> 시리즈의 우에하라 미쿠, 드라마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호소다 카나타 등 일본의 중견 배우들과 20대 청춘스타들이 고루 작품에서 열연했다.

특히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에서 중심축과 다름없는 유코 역할을 맡은 쿠리바야시 아이노 배우는 유코를 "행동력이 있는 귀여운 소녀"라고 소개하며 "어떤 일이 있어도 앞을 향해 나아가는 유코의 모습에 용기를 받았다"고 말한다.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 영화의 한 장면

▲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 영화의 한 장면 ⓒ (주)얼리버드픽쳐스

 
일본에선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을 <카모메 식당>(2007),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2018) 등 킨포크&라곰 라이프 힐링 무비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소개한다. '킨포크'는 미국의 도시 포틀랜드에서 창간한 계간지 <킨포크>로부터 유래한 단어로 가족, 친구, 이웃과 어울리며 자연 식재료로 음식을 먹고 마시며 즐기는 삶을 의미하는 생활양식을 뜻한다.

'라곰'은 스웨덴어로 '충분한'을 뜻하는 용어로 소박하며 균형 잡힌 생활과 공동체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삶의 경향을 나타내는 단어다. 다 함께 식탁에 마주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아오바 하우스처럼 말이다. 

입맛을 다시게 하는 음식, 청춘의 뜨거운 기록, 관계와 인연의 소중함, 마지막으로 멋진 생활 도구까지. <극장판 아오바의 식탁>은 여름밤 안방극장의 선택으로 부족함이 없다. 물론, 극장판을 만나기 전에 드라마를 먼저 보시길 강력하게 권한다. 그렇다면 재미가 2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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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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