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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편집자말]
참외, 포도, 복숭아, 자두, 토마토, 멜론, 체리 등등. 여름은 과일이 풍성한 계절이다. 무더위를 달래줄 음료와 먹을거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지만, 새콤달콤한 과일의 청량함은 예나 지금이나 매력적이다. 그중에서도 수박만큼 시원하고 갈증을 없애주는 과일이 또 있을까?

옛그림에 등장한 수박
 
허형, 종이에 수묵, 32.5 x 54.5cm
▲ 수박 허형, 종이에 수묵, 32.5 x 54.5cm
ⓒ 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원,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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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에서 근대기에 걸쳐 활동했던 허형(1862~1938)의 수박 그림이다. 수박 하면 떠오르는 초록 껍질에 까만 줄무늬와 빨간 과육 대신, 수박을 둘러싼 덩굴과 잎을 담담히 먹으로 그렸다. 이러한 화법은 여름의 들뜬 기분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어, 오히려 더욱 시원한 느낌을 준다.

허형은 아버지인 허련, 아들인 허건과 더불어 '운림산방 3대'라고 불린다. 운림산방은 허련이 말년에 기거하던 화실로, 전라남도 진도에 위치해 있다. 허련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였는데, 남종화란 선비들이 수묵 담채로 표현한 문인화로 전문적인 직업 화가들이 정밀하게 그린 묘사 위주의 북종화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정선, 18세기, 비단에 채색, 30.5 × 20.8cm, 간송미술관 소장
▲ 서과투서(일부) 정선, 18세기, 비단에 채색, 30.5 × 20.8cm, 간송미술관 소장
ⓒ 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원,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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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을 훔치는 쥐'의 모습을 담은 겸재 정선의 그림이다. 수박에 파묻힌 듯 몸 주변이 연분홍빛을 띠는 위쪽의 쥐는 새빨간 과육의 수박을 먹느라 정신이 없는데 반해, 아래쪽 쥐는 망이라도 보는 듯한 모습이다. 인왕제색도, 금강전도 등의 진경산수화를 그린 정선이 70대 후반의 노년기에 그린 작품으로, 서정적이고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신사임당의 초충도 '수박과 들쥐'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전 신사임당, 16세기, 종이에 채색, 34x28.3cm
▲ 초충도8곡병: 수박과 들쥐 전 신사임당, 16세기, 종이에 채색, 34x28.3cm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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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초충도8곡병> 중 하나이다. 이것을 포함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초충도 병풍에 있는 8개의 그림이 특히 유명한데, 이는 강릉의 율곡박물관에 있는 <신사임당 초충도병>과는 다르다. 그림의 소재도 비슷하고, 8개의 그림으로 구성된 병풍이라는 점이 동일하지만 초충도병은 강릉에, 초충도8곡병은 서울에 각각 보관되어 있는 엄연히 다른 그림이다.

수박은 자손만대 이어지는 의미를 가지는데, 씨가 많은 수박처럼 번성하고 수박의 덩굴처럼 자손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쥐 또한 놀라운 번식력을 가진 동물로 다산을 상징하며, 재물과 풍요로움의 뜻도 있다. 재앙과 사고를 예견하는 능력을 가진 영물로 여기기도 했다.

수박의 효능 및 주의해야 할 점

수박은 서사(暑邪)를 없애고 열을 내린다. 서사는 여름철의 더위가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수박이 더위 먹은 데에 좋다는 의미이다. 또한 화를 내려 가슴을 맑게 해준다. 수박은 수분이 풍부하여 갈증을 가시게 하며, 이뇨 작용이 있어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그래서 부종이 있거나 방광염, 신장염에도 활용할 수 있다.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있어 고혈압증에도 좋다.

동의보감에서 알려주는 수박의 효능 중 재미있는 것은 "입안이 헌 것을 치료한다"는 부분이다. 그 방법으로는 "수박 속의 물을 천천히 마시라"고 설명한다. 다만 수박의 찬 성질은 평소에 몸이 찬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어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수박에 들어있는 칼륨(K) 성분은 나트륨(Na)과 함께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하고, 체내의 물과 산도(산-염기) 균형을 유지해주는 중요한 작용을 한다. 하지만 많은 양의 칼륨을 섭취하면 나트륨 배출을 증가시키므로, 평상시 짠 음식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나트륨이 부족한 사람들은 오히려 조심할 필요가 있다.

칼륨은 몸속의 노폐물 처리를 돕고, 뇌에 산소를 보내 뇌의 기능을 좋게 한다. 혈관 벽의 긴장을 풀어 정상적인 심장 박동의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신장 기능이 약해서 칼륨 배출에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심장에 부담이 갈 수 있으므로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칼륨을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반면 인체에 칼륨이 부족해지면 무기력하고 피곤하며, 식욕이 떨어지고, 근력의 저하 및 근육 경련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근육이 마비되고, 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지며, 심장 부정맥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칼륨 결핍증은 이뇨제, 설사제의 과용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과도한 운동과 영양이 부족한 상태로 극심한 다이어트를 할 때도 생길 수 있어 유념해야 한다.

수박 외에도 칼륨이 풍부한 음식으로는 토마토, 바나나, 오이, 호박, 참외, 포도 등 과채류가 많다. 덥고 갈증이 나는 여름, 과일은 수분과 영양 공급에 좋은 음식이지만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뭐든 적절한 것이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nurilton7)에도 실립니다.


태그:#수박, #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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