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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검수완박' 공개변론을 위해 헌재 대심판정에 입장했다.
 지난 12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검수완박" 공개변론을 위해 헌재 대심판정에 입장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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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헌법재판소에서 사형제 관련 공개변론이 있다. 2010년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에 관하여 5:4로 합헌결정을 한 바 있다. 시민사회는 이번에 위헌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판단 앞에 현행 헌법 규정이 거대한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형제 폐지'에 찬성한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사형이 아닌 다른 완화된 수단을 통해 행위에 대한 처벌과 책임 및 범죄예방의 입법목적이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헌법재판소의 권한 범위와 현행 헌법 규정 등 두 가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헌법재판소의 권한은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판하지, '헌법 규정' 자체에 대하여 위헌 여부를 따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둘째, 현행 헌법이 사형제를 규정하고 있는지 여부이다. 우선 헌법 130개 규정 중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에서 '사형'을 언급하고 있다.
 
헌법 제110조 ④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ㆍ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ㆍ초소ㆍ유독음식물공급ㆍ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해당 규정 내용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한 경우 단심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1심에서 사형을 선고한 경우 1심으로 끝내지 말고 2심, 3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에서 '사형'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단심으로 사형이 확정되는 것을 막는, 즉 기본권 침해가 아닌 기본권 보장의 규정에 해당하여 우리 헌법이 사형제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소수의견도 있다. 

그러나 현행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 취지는 1심에서 사형 선고를 한 경우 단심으로 끝내지 말라는 것이지 사형 선고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다'. 그 경우 단심으로 할 수 없다고 했으니, 2심 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2심에서 '사형이 선고된다'. 그러면 다시 3심인 대법원에 상고한다. 다시 대법원에서 '사형'이 선고되면? 사형은 확정되고 사형 집행이 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결국, 우리 현행 헌법은 사형제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헌법에 명시된 사형제를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할 수 있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헌법 규정에 대하여 위헌여부를 가릴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거 헌법재판소는 87년 개정된 현행 헌법 하에서 1996년과 2010년 두 번에 걸쳐 과잉금지원칙 심사를 통해 사형제 위헌여부를 적극적으로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현행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 조항을 간과한 것이다.

이번에 재판관 6인 이상이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경우, 헌법 규정에 대하여 위헌여부를 다툴 수 없다하여도 헌재는 헌법개정 주체인 대통령과 국회에 사형제 폐지를 권고하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사형제 폐지 헌법 개정 전까지 행정부는 지금과 같이 사형집행을 중단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사형제 폐지는 헌법개정안을 발의 할 수 있는 두 주체, 즉 대통령 또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인 151명 이상 국회의원들이 먼저 나서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명 이상)이 찬성 의결하고 국민투표에 부쳐 확정되는 수순을 밟아 처리할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이 헌법재판소 판단을 기다릴 일이 아니다. 번지수가 틀렸다. 사형제 폐지에 찬성한다면 무엇보다 대통령 또는 국회가 "사형제는 폐지한다"는 규정을 발의하고 절차에 따라 헌법개정을 추진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남경국헌법학연구소장입니다


태그:#사형제 폐지 , #헌법 제110조 제4항 단서 , #과잉금지원칙(완화된 수단), #처벌과 범죄 예방 목적 , #가석방 없는 종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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