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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활동가들이 지난 4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지방선거 공공병원 확충공약 반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활동가들이 지난 4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지방선거 공공병원 확충공약 반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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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는 조짐이 보여 우려 된다. 다름아니라 공공병원 이야기다.

과거 2015년 메르스 유행 직후 정부는 공공병원과 감염병전문병원을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로 사실 하나도 늘지 않았다. 그러다 2019년이 저무는 시점에 코로나19를 맞이한 후 공공병원 부족으로 아찔한 상황을 겪게 되었고 그때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요구로 인천, 대구, 광주 등 각곳의 지자체장들이 공공병원 설립을 약속하였다. 하지만 불과 2-3년이 지난 오늘날 그 약속들은 모두 희미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당선되면서 이전 대구시장이 시민들과 설립을 약속했던 제2대구의료원 설립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하면서 사실상 시민들과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그가 하는 이야기들이 주목받고 있다.

첫째 이미 한국에서 모든 병원이 이미 공공병원인데 무슨 공공병원이 또 필요한가라는 주장인데 이는 이미 그가 경남도지사 시절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면서 자주했던 주장이다. 또 한 가지 주장은 공공병원 의료비가 싸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하나씩 그 진위를 살펴보면 얼마나 공공병원에 무지한가를 알 수 있다.

우선 모든 병원이 이미 공공병원이라는 주장이다. 엄연히 설립주체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세금을 투자하여 만든 병원이 공공병원이라고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에도 나와 있다. 비영리적이라는 주장만으로 공공의료 혹은 공공병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군대의료를 비롯해서 모든 공공병원은 비상 재난상황의 의료대응을 위해 수시로 훈련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비상시 초기 대응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유행 초기 많은 민간병원들은 병원 수익과 환자 감소를 우려하여 나서려 하지 않을때 가장 앞장서서 격리병동을 만들고 격리치료를 수용했던 병원들은 대부분 공공병원이었다. 그 차이를 진정 모른단 말인가?

그는 이미 있는 대구의료원 즉, 공공병원이 환자진료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는 진정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할 말이다. 기존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정치인, 특히 진주의료원을 문닫게 한 당사자로서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을까 의문이 든다. 워낙 투자를 안해서 빈약한 공공의료실태를 반성해도 모자랄 판에 그것을 오히려 비판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최고의 유체이탈 화법이라 할 만하다.

끝으로 모든 공공병원은 민간병원과 똑같이 건강보험수가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공공병원이 더 싸다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도 건강보험에서 급여를 해주지 않는 비급여진료 영역에 대한 수가는 병원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두었고 이 부분을 공공병원은 정부나 지자체가 과도하게 받지 않도록 계속 조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MRI나 초음파 등 비급여수가가 저렴한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현상이 꼭 대구만으로 한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보통 공공병원은 설립에만 4-5년이 훌쩍 지나기 때문에 지자체장으로서는 본인 임기동안에 착공도 보지 못할 경우가 많다. 거기에 예산도 적지 않게 들어가는데 빚을 내지 않는 정부 예산사업일 경우 총설립비용의 1/4~1/6정도 밖에 지원이 안되니 임기동안에 성과를 내고 다른 정치적 도약의 입지를 다지고 싶은 지자체장들에게는 매력적인 정책이 되지 않는다. 투자 우선순위를 낮추거나 규모를 줄이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공공병원을 경제성 잣대로 평가하는 예비타당성 조사까지도 커다란 장벽이 되고 있어서 더욱 어렵게 느끼게 된다.

이처럼 공공병원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책환경을 그대로 두면 지자체장으로 하여금 직전의 비극을 애써 외면하게 만들 수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비 투자 비중을 늘리고 공공병원 투자 예산을 기금화 하여 지자체 입장에서 일단 시작만 해놓으면 국비지원액과 대응되는 지자체 투자만으로 큰 부담없이 완공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도 국비 예산비중을 키워 놓으면 지자체장의 정치적 입장에 관계없이 설립 및 운영을 자연스럽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중앙정부 차원의 공공보건의료계획심의위에서 설립이 필요하다고 지자체와 합의가 이루어진 공공병원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 실질적으로 공공병원 설립이 가능하도록 장치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홍준표 대구시장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본인이 과거 했던 진주의료원 폐업과 그가 내뱉은 공공병원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이야기들은 코로나19 재난에서 한국 전체 및 대구의 의료체계가 환자들을 제대로 살릴 수 없도록 만든 결정적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구의료원이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한다고 탓을 하기 전에 자신의 업보인 공공의료의 위축과 지나친 상업화 의료의 폐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거꾸로 생각을 해야 한다. 공공병원은 마치 군대의료처럼 재난의료상황을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해놓아야 하고 다른 병의원과 달리 미리 아프지 않고, 병원에 가지 않도록 의원과 보건소를 도와주는 병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으로 대해야 한다.

또한 도서 벽지 등 인구가 적고 도심과 거리가 먼 지역 주민에 대한 의료공급 지원 거점이 되도록 공공병원의 기능을 설정해야 한다.

그는 중앙정치의 난맥상에 대해서도 훈수와 조언을 거침없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공병원에 대한 중앙정치의 무감각함에 대해 마찬가지의 막힘없는 조언을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홍준표 대구시장의 공공병원에 대한 저주는 3-5년 뒤 또 다른 신종감염병 대응 공백의 비극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크다. 시민들은 이를 결코 계속 지켜볼 수 없다. 계속될 감염병과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의 생명과 건강이 여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태그:#공공병원, #홍준표, #코로나19, #메르스, #제2대구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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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초빙교수입니다. 공공의료 현안 및 정책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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