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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인간에게 최초의 가축이며, 농경생활을 시작하기 훨씬 전 수렵 채집 생활을 할 때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해 왔다.
 개는 인간에게 최초의 가축이며, 농경생활을 시작하기 훨씬 전 수렵 채집 생활을 할 때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해 왔다.
ⓒ 조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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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인간과 함께한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동아시아에서 늑대를 가축으로 기르던 과정에서 개가 태어나게 되었으며, 이렇게 태어난 개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늑대가 먹을 것을 찾아 남은 음식이 있는 인간의 동굴로 찾아오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 유목생활을 하는 인간을 따라 함께 여행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축화가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1만 2000년 전의 이스라엘 유적에서는 인간과 함께 매장된 개의 뼈가 발견되었습니다. 수렵생활을 하던 시기, 인류가 먹고 남긴 음식을 먹으려고 늑대가 인간의 무리로 접근하게 되었고, 짖어서 위험을 알리고 사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인간은 늑대의 새끼를 키우기 시작했다고 추측합니다. 개는 인간에게 최초의 가축이며, 농경생활을 시작하기 훨씬 전 수렵 채집 생활을 할 때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부정적 의미로 주로 사용되는 '개'

개는 이렇게 인간과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해 왔던 동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되지 않습니다. 개자식, 개새끼, 개떡같네 등과 같은 욕설은 물론이고 우리 속담이나 격언에서도 '개'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뜻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개가 똥을 마다한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 개 꼬리 삼 년 두어도 황모(黃毛) 못 된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못된 개는 들에 나가 짖는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개를 따라가면 칙간(측간)으로 간다, 개싸움에 물 끼얹는다, 개 팔자가 상팔자, 삼 년 먹여 기른 개가 주인 발등을 문다, 개가 웃을 일이다 등 '개'란 단어는 어디가 부족하고, 못나고, 천하고, 쓸데없는 것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야사에는 충견의 이야기나 주인을 위기에서 구한 개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지만 일상생활에서 '개'라는 단어는 그 이야기를 무색하게 할 만큼 부정적 의미로 사용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욕설 중에 '개새끼'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대 국어 '개새끼'의 옛말인 '개삿기'는 16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납니다. '개삿기'는 명사 '개'와 '삿기'가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한편 17세기에는 '가희삿기'의 예도 나타나는데, 이는 '개'의 옛말인 '가히'와 관형격 조사 '-의', 명사 '삿기'가 결합한 것입니다. '가히>개'의 변화에 따라 18세기 이후에는 '개삿기'로만 나타납니다.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에 따르면 근대국어 후기에 ㅣ모음 역행동화 현상에 의해 '삿기>새끼'의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개삿기'도 현대 국어와 같은 '개새끼'로 변화하였다고 합니다. 한편 조선시대 임금들도 개새끼(狗子/狗雛/狗兒)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이는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욕설에 속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개만도 못한 놈' 또는 '개 같은 놈'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보은이나 감사를 모르는 사람, 행실이나 행패가 과격한 사람,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그 표현 자체에 개는 인간보다 못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과 개를 비교하는 것은 좋은데 왜 항상 인간 말종들을 볼 때만 개와 비슷하거나 개보다 못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까요?

인간은 전쟁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돈과 치정에 얽혀서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에게 사기를 쳐서 위험에 빠트리기도 합니다. 학교나 회사에서 약한 사람을 괴롭히거나 무시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나이 들고 병든 부모를 방치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으며, 심지어 자기가 낳은 자식을 굶기고 때려서 죽이기도 합니다. 크게 보면 생물들이 함께 살아야 할 지구를 끊임없이 망치고 있는 가장 큰 주범이 인간임에도 왜 사람들은 툭하면 "개"와 비교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높게 생각할까요? 오히려 개들이 무언가 나쁜 일이 생길 때 "에이! 사람 같네."라고 하거나 나쁜 개들을 볼 때 "이런, 사람 새끼!"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국내 최고 경찰견 '미르'
 
국내 최고의 수색견이었던 미르와 핸들러 최영진 경위
 국내 최고의 수색견이었던 미르와 핸들러 최영진 경위
ⓒ 경기북부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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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부터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에 배치되어 6년간 실종자 48명을 찾으며 최고의 수색견이라고 불린 미르가 지난 8일 오전에 안락사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르는 지난 5월 양주 불곡산 소방관 실종자 수색을 끝으로 뇌종양 진단을 받고 은퇴했습니다. 이후 계속되는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하지 못하고 고통이 심해져 7살의 나이로 눈을 감았습니다.

표창원 프로파일러는 미르의 죽음에 대해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많은 사건·사고현장을 누비며 사망자와 실종자를 찾은 국내 최고 경찰견 '미르'가 뇌종양 판정을 받고 한 달여간 투병한 끝에 눈을 감았습니다. 직접 만나 미르가 얼마나 유능하고 용감하고 헌신적인 지 확인했던 터라 더욱 안타깝고 슬픕니다. 무지개다리 너머 그곳에선 임무 부담과 스트레스 없이 맘껏 뛰놀고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누구보다 큰 상실감에 힘들어 할 핸들러 최영진 경위께 깊은 위로 드립니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견의 숫자가 600만을 넘었다고 합니다. 미르와 같은 경찰 수색견은 물론 수많은 개들이 인간과 함께 살면서 인간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고 있습니다. 미르의 죽음을 보면서 습관처럼 내뱉는 '개'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욕설과 비속어, 속담 등이 얼마나 한심한 짓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미르의 명복을 빕니다.

태그:#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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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에 행복과 미소가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대구에 사는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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