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시위에 나서기 전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바닥에 앉아 있다.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시위에 나서기 전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바닥에 앉아 있다.
ⓒ 이현성

관련사진보기

 
연세대학교 재학생 이동수(정외·20)씨 등 연세대 재학생 3명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아래 연세대분회)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미신고 집회로 고발한 지 두 달이 지났다.

고소·고발 당시 이씨는 "소음을 유발하는 행위가 고소·고발의 유일한 원인"이며 "연세대분회 시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씨는 수업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로 638만 원 지급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 시위 중심에 선 재학생들

연세대분회는 재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파업·태업 등의 쟁의행위를 하지 않고 옥외집회만 해왔다. 아울러 고소·고발이 접수된 이후에는 경찰이 지정한 소음 기준보다 더 낮춘 65db로 음량을 맞춰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 진행 중에는 부분회장들이 중앙도서관과 백양관 등을 방문해 소음의 정도를 파악하기도 했다.

청소노동자들이 시위 방법을 변경했음에도 원고 학생들은 취하 등 없이 고소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연세대 학생들의 공정 감각 결여'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에는 고소한 이들을 연세대 학생들의 전체로 일반화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연세대학교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는 지난 6일 연세대학교 백양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들과 연대의 뜻을 보였다. 

기자회견에는 공대위 포함 30여 명 정도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회견 중 공대위 측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약 3천 명의 학생들이 지지 서명에 참여해 노동자들에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노동자들과 연대한다는 의미의 '빨간 조끼 수여식'과 연세대 로고에 빨간딱지를 붙이며 학교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청소노동자 동조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연대하는 우리 모두 연세대의 얼굴이다'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공대위 소속 학생들이 연세대 로고에 학교 측 죄목이 적힌 빨간 딱지를 붙여놓은 모습
 공대위 소속 학생들이 연세대 로고에 학교 측 죄목이 적힌 빨간 딱지를 붙여놓은 모습
ⓒ 최제환

관련사진보기

 
"노동자들 시위는 적법... 학교가 소 취하 권고해야"

청소노동자의 시위를 둘러싼 지지, 반론과 별개로 전문가들은 시위의 적법성을 짚었다. 연세대 재학생 3명이 문제 삼은 업무방해와 집시법 위반이 범죄 성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한별 구자룡 변호사는 "집회 신고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집시법 안에서만 문제를 해석하기엔 부족하다"며 "노동 법률에 따라 사안을 검토할 경우 쟁의행위(노동 쟁의가 일어났을 때, 노사 어느 쪽에서든 자기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상적인 업무 운영을 방해하는 일)의 성격을 가진 청소노동자들의 시위는 적법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증거를 입증하는 과정에서도 청소노동자를 겨냥한 혐의는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 법률사무소 해우 권영국 변호사는 "집시법에서 소음은 관할경찰서 경찰공무원이 측정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설사 소음이 기준을 초과했더라도 관할경찰서장이 정한 권고를 거부·방해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집회 소음이 수인의무(타인이나 국가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때에 그러한 행위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인내해야 하는 의무)를 넘어서는지에 대한 입증책임은 처벌을 요구하는 쪽에 있다"며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 역시 "시위 노동자들은 소음 데시벨 기준을 지켰을뿐더러 학생들의 이의제기에 따라 소음 수준을 더 낮췄다는 의견도 밝혔으니 증거관계의 측면에서도 혐의는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소송 결론을 염두에 둘 때 소송을 제기한 학생과 청소노동자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구 변호사는 "청소 노동자들의 주장이 쟁의행위로서 옳다는 법적 판단을 할 때 이들을 둘러싼 오해를 해소할 수 있다"며 "법적 판단에 대한 검토를 외면하기보다 판결에서의 인용 가능성을 미리 따져 고소를 취하하는 쪽으로 논의를 옮겨봄 직하다"고 했다.
 
7월 6일(수) 청소노동자 동조 집회에 참석한 연세대 재학생들이 학교를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7월 6일(수) 청소노동자 동조 집회에 참석한 연세대 재학생들이 학교를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있다.
ⓒ 최제환

관련사진보기

 
갈등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음에도 방관하고만 있는 학교가 나설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권 변호사는 "학내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학교는 사용자로서 노조와의 적극적인 교섭을 통해 노사 간 분쟁상태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며 "학교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한 재학생을 설득하고 소를 취하하도록 권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안의 해결을 위해 재학생과 동문 모두가 나서고 있다(관련 기사 : [단독] 연세대 출신 법조인들, 청소노동자 '연대' 변론 나선다). 그런데 정작 갈등을 봉합할 책임과 역량이 있는 학교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반드시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아니다. 청소노동자 변론을 자청한 연세대 동문 김남주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지금도 변호인단에 참가하겠다는 인원이 한 명 더 늘었다. 6일(수) 오후 6시 기준 18명의 변호인단이 모였다. 청소노동자 지지연대 성명서에는 3천 명 넘는 학생이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정작 학교는 발뺌하고 있다.

용역 대금을 학교가 결정하는 만큼 학교가 나서지 않으면 노동자의 임금 문제를 합의조차 할 수 없다. 노동자가 요구하는 샤워실 설치도 시설 소유자인 학교가 허락하지 않으면 결정이 안 되는 문제다. 결과와 상관없이 학교가 미온적으로 반응하는 한 합의는 요원하다. 학교가 나서야 한다."

태그:#연세대, #청소노동자, #고소, #연세대분회, #생존권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